[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7일 당 혁신 요구 과정에서 내홍을 일으킨 데 대해 지도부와 후보들에게 사과한 뒤, 함께 쇄신안을 마련하자고 거듭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바꿀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 더 넓은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달게 받겠다.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위원장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최강욱 의원 징계와 평등법 제정, 검찰개혁 입법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비롯해, 공식적인 회의에서 제가 제기한 사안들이 매번 묻히는 것을 보면서, 국민께 직접 사과하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거듭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윤호중 위원장께서 저를 영입하시면서 '앞으로 우리 당은 20·30세대가 보다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정당으로 쇄신해 나갈 것'이라 했다. 그때로 돌아갔으면 한다.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선거 승리와 쇄신을 위해, 윤 위원장님과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싶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세대교체는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위한 핵심과제다. 화살은 국민의힘이 먼저 당겼다. 놀랍게도 30대 이준석을 당대표로 뽑았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혐오와 차별을 선거운동에 이용했고, 본인이 성상납 징계를 앞두고 있어 동력을 잃었다"며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 세대교체, 민주당이 앞서가야 한다. 민주당의 586 운동권 리더십과 국민의힘의 보수 기득권 리더십으로는 국민의 행복과 청년의 일상을 지킬 수 없다"며 "민주당이 '더 젊은 민주당'을 내걸고 세대교체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정치를 혁신했으면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또 "제가 말씀드린 586의 '아름다운 퇴장' 발언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586은 다 물러가라는 것도 아니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586 후보들은 사퇴하라는 주장도 아니다. 혁신을 막거나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586은 물러나고, 남아 있는 586도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국민 쇄신 방안을 공동 발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쇄신안에는 △시도당 교육국 신설과 정치학교 설치를 통한 인재 양성 △윤리심판원 기능 강화 및 무관용 원칙 적용 △차별금지법, 소상공인 손실보상,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장애인 인권보장법 입법 추진 및 '공약입법추진단' 운영 △폭력적 팬덤정치와의 결별 △양극화 해소, 기후위기, 국민연금, 인구소멸, 지방 청년 일자리 등 미래 어젠다 집중 연구와 입법 활동 추진 등이 담겼다.
박 위원장은 '성희롱 발언' 관련 최강욱 의원에 대한 조치를 비상징계권을 동원해서라도 이번 주 내 매듭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강욱 의원 건은 저도 안타깝다. 하지만 선거 전 처리가 어려워졌다. 국민여러분께 했던 약속을 지키기 못해 죄송하다"며 "6월 20일 합당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성과 성찰, 쇄신과 혁신을 위해 모든 힘을 모아 달라"며 "남은 선거 기간, 모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저의 온몸을 바치겠다"고 호소하며 글을 끝맺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86세대 용퇴론·온정주의 타파·팬덤정치 결별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윤 위원장 등 지도부는 절차상, 시점상 부적절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박 위원장은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어느 당의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 "지엽적인 문제로 트집 잡을 것이 아니라 혁신의 비전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하는 등 강고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투톱간 불협화음이 장기화할 경우 지방선거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해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전날(26일) 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과는 문자 등으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