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원주=김정수·곽현서 기자] "이재명 떨어질때 울었어. 이재명 위해 당이 망하면 안되니까 원창묵 뽑아야지."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박정하에 힘을 실어줘야죠. 그래야 원주도 발전할 거 아니겠어요."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강원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최대 격전지다. 이번 선거는 지난 총선 당시 석패했던 국민의힘 박정하 후보와 원주시장 3선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원창묵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1% 아래 소수점 승부'를 펼쳤다. KBS춘천방송총국·춘천MBC·G1·강원일보·강원도민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20일 원주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4%포인트) 박 후보가 36.8%, 원 후보가 37.0%의 지지율을 기록해 0.2%p 격차를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더팩트>는 지난 25일 지역 민심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원주 중앙동 중앙시장을 시작으로 원주시청, 상지대를 살폈다. 실제 지역 민심은 앞선 여론조사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팽팽했다.
◆ 민주당에 등돌리는 민심..."이번엔 뚜껑 열어봐야!"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 모(60대) 씨는 "예전만 하더라도 민주당 기세가 높았지만 요즘 보면 솔직히 반반이다"라며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코로나로 지역 경제가 많이 어려워지면서 이곳 민심도 민주당에서 많이 멀어졌다"고 전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모(40대) 씨는 "시장 민심은 국민의힘으로 많이 돌아섰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힘을 실어줘야 원주 발전도 있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복집을 운영하는 김 모(60대) 씨는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후보를 찍었으니 이번에도 국민의힘을 뽑지 않을까 한다"고 밝히면서 "민주당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광재 전 의원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그는 "이 지역 국회의원을 사직하고 강원지사에 나간 것이 상당한 불만"이라며 "이득을 챙기는 정치권의 모습이 야당에 자꾸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원창묵·이광재, 믿고 찍는 '원주 콤비'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50대) 씨는 "민주당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원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씨는 "소위 말하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였지만, 이재명 후보가 연설하는 거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며 "인천에서 고생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민주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더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떨어졌을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이 나서 혼났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 후보의 경우 원주시장으로 내리 3선 연임한 점이 지방선거의 유능함을 강조하고 있는 민주당의 선거전략과 일맥상통해 강점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한 중앙시장 상인은 "원 후보가 10년 넘게 원주시장으로 일하면서 잘했다"며 "훌륭한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공영 주차장을 운영하는 김 모(50대) 씨는 "원 후보가 시장을 오래 하면서 지역 민심을 잘 다져놨다"라면서도 "코로나로 원주 지역 경제가 많이 힘들어졌고 박 후보도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아 민심이 많이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 지역 숙원 사업 '해결사' 기다려...2030은 지방선거 '무관심'
<더팩트>는 이후 무실동에 위치한 원주시청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지난 총선에서 이광재 전 의원이 박 후보에게 15%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둔 곳이다. 원주시는 경강선 연장, 원주역 이전으로 인한 원도심 소외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숙원사업'들이 산적한 만큼, 지역주민들은 당을 떠나 원주 발전을 위해 문제를 해결해 줄 '해결사'를 기다리는 듯했다.
시청 앞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박 모(60대) 씨는 "윤석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며 '여당'을 뽑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보궐선거로 나온 후보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뜸 언성을 높이며 "해준다던 '여주 경강선' 연장은 언제 해주는 것"이냐며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뭐라도 더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새로운 인물 박 후보를 뽑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모(40대) 씨는 "시장 민심은 국민의힘으로 많이 돌아섰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힘을 실어줘야 원주 발전도 있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연이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자리 잡은 2030세대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우산동에 위치한 상지대로 이동했다. 학생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꽤나 싸늘했다.
1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을 만나 '이번 보궐선거에서 누굴 지지하냐' 물었지만 "후보에 관심이 없다"며 "누굴 뽑을지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왜 관심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지방선거와 맞물려 뽑아야 할 후보들이 너무 많다"며 "전부 해주겠다는 공약들뿐인데 신뢰도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학생은 "지난 대선에서는 지지하는 후보가 명확해서 투표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장에 가는 것 자체가 고민된다"고 전했다.
반면, 보궐선거에서 "꼭 투표를 하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김 모(23살)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정치 이슈를 많이 살펴보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뽑았기 때문에 큰 이유가 없다면 이번에도 국민의힘 후보들을 연달아 뽑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