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능력 위주→여성 할당' 인사 기준 바꿨는데…평가는 '싸늘'


野 "'비교육 전문가'에 '막말 정치인'…인사철학이 뭐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또한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 학장을 임명했다. 모두 여성으로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취임 16일 만에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 긴급상황센터 상황판단실에서 열린 전문가 화상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인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정호영(보건복지부) 후보자 낙마로 아직 인선을 못한 사회부총리에 박순애(57)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복지부 장관에 김승희(68)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또한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57) 서울대 약학대 학장을 임명했다.

'능력 위주 인선'을 명분으로 남성 위주 인사를 해왔던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께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으로 한 인사로 안다"고 이러한 평가를 인정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내정된 (장관) 후보자와 (식약) 처장은 모두 여성"이라며 "최근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는 인사"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내정자.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 보장 '대통령 약속' 실현"

앞서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 내각에 거의 대부분 남자만 있다'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WP) 기자 질문에 "지금 (한국) 공직사회에서 내각의 장관이라고 그러면,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라며 "우리가 각 지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장관직은 정무직인데, 직전 위치가 대체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전 발언과 달리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 등의 비판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실제 26일 인사 전까지 19명의 국무위원 중 여성은 3명(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차관급 인사 41명 중 여성은 2명,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인 실장·수석 7명 중 여성은 '0명'에 그쳤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측은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성이 지나치게 적고 '5060 남성', '서울대 및 관료 출신'에 편중된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4일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접견 자리에선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젠더 갈등에 유감을 표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인사를 '좁은 시야'에서 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쏟아진 '인사 비판'에 정신 번쩍 든 尹 "시야 좁았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인사가 있을 때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여성 배제를) 지적했고, 그런 여론도 많았다.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나온 (남성 편중 인사) 질문도 거기에 하나를 얹었고, 내부에서도 그런 지적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며 "최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김상희 부의장이 젠더 갈등 얘기를 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선거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담아서 문제 제기를 하셨는데, 그 얘기를 (윤 대통령이) 듣고 그동안 생각해 온 것을 굳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젠더 문제에 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에 대해서 논쟁을 하거나 저희가 받아서 설명을 하기보다는 이런 행동(여성 고위직 기용)으로 보여 드리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여성 후보자들을 찾아서 지명하심으로써 지금까지 있었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하신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교육부·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해서 찾지는 않았다"라면서도 "여성에게 더 과감한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 하에서 (윤 대통령이) 인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여성 소외'라는 점만 개선했을 뿐 정작 꼭 필요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춘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野 "반복되는 인사 대참사…'국민 무시와 독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짧은 기간 교육부 정책 자문위원 경력밖에 없는 타 분야 관계자"라며 "차관에 이어 장관까지 '비교육'전문가로 채우려는 윤석열 정부는 21세기 교육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교육을 망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비교육전문가인 박 후보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에서 "'아빠 찬스'와 온 가족 특혜가 드러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사퇴 이후 우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 회복이 절실한 이때 공교육의 역할에 집중해 학교 교육을 세심히 살피는 교육부 장관 인선을 요구한 바 있다"며 "입시제도 개편,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등 산적한 교육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교육을 모르는 교육 수장 인선은 무엇을 위함인가. 기획조정실 출신 차관 임명에 이은 행정학자 교육부 장관 인선을 보며 교육 회복 보다 조직 개편을 통한 '교육부 축소·개편'에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많은 국민들은 김승희 후보자를 '문 대통령은 치매 초기증상'이라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치혐오를 불러오는 '막말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라며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임기 중 '혐오 조장과 막말'로 인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유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에서조차 탈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 불신과 혐오를 야기해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심지어 자신들이 공천에서조차 탈락시켰던 인물을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철학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빠 찬스 정호영'이 가니 질병마저 정치도구화하는 정쟁 유발자, 협치 파괴자 '막말 김승희'가 왔다"라며 "반복되는 인사 대참사, '국민 무시와 독주'라는 윤석열 정부의 본색"이라고 꼬집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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