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박지현·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당초 함께 참석하기로 했던 서울 청계광장 '민주당 총결집 동시 집중유세' 행사를 돌연 취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최근 빚은 갈등 탓에 공식석상 등장을 꺼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두 위원장 측은 당이 선거 전략상 결정하는 대로의 일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늦은 오후 일정이 취소되며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 징계를 두고 비공개 회동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인 25일 문자를 통해 두 비대위원장 모두 오후 6시 30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국정균형-민생안정 호소 2090 총결집 전국 동시 집중유세'에 참석한다고 공지했다. 윤 위원장은 오후 5시 서울 동작구에서 오영수 동작구청장 후보 지원을, 박 비대위원장은 3시 40분 서울 강북구에서 이순희 강북구청장 후보 유세에 동참한 뒤 청계광장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후 1시 40분쯤 두 사람의 일정이 돌연 변경됐다는 문자가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윤 위원장은 5시 동작구 일정 이후 서울 집중 유세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박 위원장은 집중유세 참석 대신 오후 7시에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의 경기 파주 퇴근길 인사를, 오후 8시엔 김 후보와 고양시 집중 지원 유세에도 나서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그러다 오후 5시 15분께에는 박 위원장의 8시 고양시 일정이 취소됐다는 공지도 알려졌다.
이를 두고 현재 '당 쇄신'과 '586 용퇴론' 등을 공식적으로 밝힌 박 위원장이 윤 위원장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비공개 회동'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징계와 관련해 "비록 윤리심판원에 공이 넘어간 상태지만 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필요하다면 주어진 비상징계권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중에 윤 위원장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후 8시 일정 취소 공지가 나기 전인 오후 4시께 서울 강북구에서 유세 일정을 끝낸 박 위원장은 '저녁 유세가 변경된 이유가 따로 있나', '두 위원장이 같이 유세에 불참한 이유가 있나'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오르며 자리를 떠났다.
현재로서는 양측 다 비공개 회동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 측은 "박 위원장이 지금 연락이 안 되고 있는데, 윤 위원장도 비공개 일정이 있을 거라고 해서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 측도 '두 사람 간 비공개 일정이 예정돼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 아직 안 잡힌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공개 회의에서 △586(50대·80년대 학번·60대년생)세대 용퇴론 △팬덤 정치와의 결별 △최강욱 민주당 의원 징계 절차에 관한 조속한 마무리 △지방선거 후보자들 명의의 당 개혁·쇄신 방안 담은 대국민 사과문 채택 등을 당에 제안했다.
이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문밖으로 고성이 들렸고, 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여기가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냐.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해라"고 하자, 박 위원장이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놓으셨냐"고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윤 위원장은 책상을 손으로 강하게 내리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86 용퇴론과 관련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당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당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논의될 사안"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당에 '불편한 제안'을 한 박 위원장의 의견에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과 당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그대로 노출되며 일각에서는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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