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적' 아동·친족 성범죄 법안 '쿨쿨'


'공소시효 폐지' 법안 등 계류

친족 성폭력 사건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특성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친족 성폭력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 2009년 전북의 어느 한 자택. A 씨는 의붓딸 B 양을 성폭행했다. 피해자는 당시 겨우 9살이었다. 계부는 협박과 폭행을 일삼으며 피해자가 누군가에게 알리지 못하게 했다. 인면수심의 범죄는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343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추행했다. 이 과정에서 B양은 두 차례 임신과 낙태를 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지난달 1심과 같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2. 계부 C 씨는 2006년 경남 김해에 있는 자기 집에서 당시 10살이던 의붓딸 D 양을 성추행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듬해에는 친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D 양을 성폭행했다. 심지어 친모는 남편의 범행에 가담해 딸을 성적으로 유린했다. C 씨는 2016년까지 13차례에 걸쳐 강제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 D 양은 성인이 된 이후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모두 11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 씨는 2020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악마도 울고 갈 반인륜적인 친족 간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인척을 말한다. 위 사례의 가해자들처럼 피를 나눈 사이만 친족인 것은 아니다.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동거인이 있다. 딸, 며느리 등 여러 가족 관계 가운데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심각성이 더 크다.

친족 간 성폭력의 문제점은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라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점이다.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특성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많고, 아예 피해를 바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피해 아동은 가정에서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가정의 붕괴와 함께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는 만행이라 할 수 있다.

친족 성폭력 사건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친족에 의한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17년 776건 △2018년 858건 △2019년 775건 △2020년 776건이다. 피해자는 매년 60% 이상 동거하는 친족에게 범죄를 당했다. 해당 범죄 특성상 현황 파악이 어렵다는 점과 신고하지 못한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다락방의 불빛에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청주 여중생 사건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여성가족부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11.8%가 친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죄는 △유사 강간(22.3%) △강간(21.2%) △강제추행(11.6%) △아동복지법 위반(7.2%) 차례다.

국회 차원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는 모양새다. 친족간 성범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점을 고려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해 2월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와 친족관계인 사람은 친족관계 안에서의 성폭력 사건을 알게 된 때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현행법상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특례를 적용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다. 친족관계 성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과, 나아가 아예 친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이 뼈대인 법안도 있다.

이 법안들은 모두 국회 법사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특히 '공소시효 배제' 관련 법안은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회 계류 중인 상당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친족간 성범죄와 관련한 10여 개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성범죄 상담 관련 기관은 '공소시효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고소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가족 중심의 제도들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것들이 포함된다"면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몇 년째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국회는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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