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달라진 5·18 기념식 풍경...민주당보다 돋보인 국민의힘


尹, 보수정권 대통령 최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광주 국립묘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2주년 기념식에 불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10여 명은 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남윤호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5·18 기념식 '100여 명 참석 예고' 민주당...파악해 보니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행됐어. 광주 국립묘지에서 열린 행사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많이 간 것으로 파악됐지?

-맞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기념식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사실상 '총집결'을 요청했어.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불참할 경우 사전 협의해달라"고 할 정도로 기념식 전원 참석에 공을 들였어. 그래서 국민의힘 추산으로는 총 109명 중 99명이 참석했다고 해. 90%의 참석률인 거지.

-99명 참석은 확실한 거야?

-실체 참석 현황을 집계한 건 아냐. 당에서 행사에 앞서 집계한 수치야. 각 정당은 행사를 주최하는 광주지방보훈청 측에 참석 인원을 사전에 집계해 전달했다고 해. 의자나 모자 등을 참석 인원에 맞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참석자 규모를 가장 잘 알 법한 광주지방보훈청에 직접 문의해봤지.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 등 100여 명, 민주당에서는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90여 명 참석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고 했어. 이는 여러 언론이 '민주당 의원 100여 명 참석'이라고 쓴 것과는 차이가 있었어.

-참석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못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공보국이 먼저 참석 규모를 파악해 주최 측에 원내에도 공유를 했겠지. 그런데 공보국에 문의했을 때는 "저희가 각 의원실로 알아봤는데 100여 명 참석하는 걸로 들었다"고 했어. 대변인 측도 "자율 참석으로 100명이 넘는다"고 답했어. 당이 '100여 명'으로 파악했다면 보훈청에는 왜 '90여 명'이라고 전달한 건지 문득 궁금해졌어. '전원 참석'을 예고한 국민의힘보다는 규모가 작은 것처럼 보이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건 아닌가 싶어(웃음).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민주당 의원 167명 중 확인 불가한 28명을 제외하고, 75명은 참석, 64명은 불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경숙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민주당 실제 참석 인원은 파악돼?

-167명 의원실을 전수조사해 봤어. 보좌진, 의원 본인에게 문의한 결과 응답하지 않은 28명을 제외하고 파악할 수 있었어. 139명 중 75명은 참석, 64명은 불참했다고 해.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했다고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에 더 무관심했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불참한 의원 중 다수는 지역구에서 열리는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으로 보여. 다만 지방선거 공식 선거 운동을 하루 앞두고 광주에 내려가서 기리는 것보다 지역구 선거 준비에 집중하기를 택했다는 분석은 나올 수 있지.

-의원실에 확인해 보니 불참 사유로는 '지역 일정'이 가장 많았어. 새 정부 출범 후 얼마 안 돼 맞이한 지선이라 판세가 우세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 입장에선 1분 1초도 절실한 상황이야. 실제로 광주에서 기념식이 열리던 시각, 서영교·김영호·박성준·장경태 등 서울 지역 의원들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 발표 국회 기자회견에 함께 했어. 전해철·권칠승 의원은 경기도의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했어. 임오경 의원도 '경기도 체육인 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러 온 김 후보를 측면 지원했지. 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8곳 당선'을 승리 기준으로 보고 있어. 특히 경기도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도지사를 역임했던 곳이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면서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러고 보니 이 위원장이 광주 기념식에 참석했더라면 대선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불발됐네?

-맞아. 이 위원장은 하루 전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했어. 그래서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부담을 느껴 일정을 일부러 조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어. 이 위원장은 "광주 시민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라고 답했지만, 아무래도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의식한 측면이 없진 않아 보여. 어쨌든 여야가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격하게 대치 중인데 이날만큼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았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 보수 정권 대통령으로선 첫 사례다.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광주로…'립싱크' 뒷말도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화제가 됐지?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해. 왜냐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합창 형식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고수했어. 이념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보수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측면이 있었어. 하지만 윤 대통령은 보수정권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어. 불필요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와.

-윤 대통령은 양옆에 앉은 5·18 유족 박금숙 씨와 황일봉 회장의 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를 불렀어. 마스크를 써서 뚜렷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마스크가 들썩이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보여.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도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제창했어.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가사가 적힌 안내 책자를 보며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는 모습. /SBS 방송 화면 갈무리

-그런데 일부 의원이 '립싱크'를 했다는 뒷말도 나온다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창 도중 가만히 서 있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입만 뻥긋했다는 출처 불명의 '설'이 나돌더라고. 마스크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는 게 근거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어. 일방적인 주장이자 추측일 뿐이야.

-국민의힘 일각에선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가사를 '커닝'하며 노래를 불렀다며 비판하기도 했어.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로) 내려가는 길에 가사 몇 번 읽어보는 성의만 있었어도 이런 참상은 안 벌어졌겠다. 팸플릿이라니, 대체 이 무슨 만행이란 말이냐"며 따져 물었어. 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어. 박 위원장은 1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초가량 본 건데 사진이 찍혔더라"며 반박했어.

-어찌 됐든 여야가 한데 어우러져 '5월 정신'을 기렸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야. 하늘에 계신 희생자분들과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진 유족분들도 분명 환영했을 거로 생각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매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지난 16일 송 후보와 이 후보가 서울 홍대 인근에서 번개 모임을 가지고 있는 모습. /송다영 기자

◆'송영길·이재명 홍대 번개' 비하인드…격했던 '개딸'들의 열정

-지난 16일 오후 8시 반에는 서울 홍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보궐선거 계양을 후보의 깜짝 만남이 있었지. 이날 두 후보는 홍대 KT 상상마당에서부터 연남동 거리까지를 걸으면서 약 2시간 동안 홍대에 있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어.

-유세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한데.

-아무래도 민주당에서 제일 유명한 두 후보가 만나다 보니,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둘러쌌던 인파를 방불케 하는 정도로 지지자들이 운집했어. 특히나 파란 옷, 파란 모자, 파란 응원봉, 파란 장미나 꽃을 가지고 온 젊은 여성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

-'개딸(개혁의 딸)'들의 등장이었구나.

-'개딸'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일 저녁에 두 사람을 보러 나왔을 정도면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편의상 그들을 '개딸'이라고 지칭하자면, 개딸들 열정이 정말 대단하더라.

-개딸들은 상상마당에 송 후보와 이 후보가 내리자마자 송 후보에게는 "잘생겼다" 이 후보에게는 "귀엽다"라며 서로 다른 칭찬을 목청껏 내지르더라고.

-이 칭찬을 듣는 두 후보의 반응도 미묘하게 달랐는데, 아무래도 대선 때부터 이런 정치 팬덤의 극성 사랑(?)이 익숙한 이 후보의 경우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 하트'를 보이면서 응수하더라고. 반면 송 후보는 좀 어색하고 머쓱한 듯이 미소 짓더라고.

-개딸들이 지지가 거의 '아이돌 가수 팬질' 수준인 것도 인상적이었어. 송 후보가 상상마당에서 연설을 하다가 "제 머리가 크다" 이런 말을 하니까 어떤 지지자가 "송영길 머리보다 내가 송영길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하고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더라고. 순간 유세장이 웃음바다가 됐지. 기자는 사실 현실에서 그런 멘트를 처음 들어봐서 팔에 닭살이 돋았어(웃음).

-몇 년 전이었나, 한 중년 남성 배우가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을 다루는 내용)' 영화로 근 20년 만에 2030 여성들의 관심을 확 받을 때가 있었거든. 그때 그 배우에 대한 시사회 무대인사 '직캠(사진)' 등이 SNS에 돌면서 '나보다 나이 많은 내 새끼'라는 팬덤 용어까지 나왔었어(웃음). 그때 그 모습을 보던 것 같았달까.

지난 16일 송 후보와 이 후보가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 /송다영 기자

-또 인상 깊었던 건 유세 현장을 따라다니며 '비눗방울'이 나오는 총을 머리 위로 들고 연신 쏴대던 여성이었어. 정말 끊임없이 쏘더라고,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아마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 아니면 현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치 행사에 동심(?)을 유발하는 그런 장치들이 들어가니까 좀 기묘하게 느껴졌어.

-이 후보와 송 후보는 홍대 거리를 걷다가 술집이나 음식점에 기습 방문하면서 가게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기도 했어.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두 후보가 온 줄 모르다가 TV에서 많이 보던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까 놀라는 기색이었어.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날 날이 선선해서 창문을 열어둔 고층 카페나 식당들이 많았는데, 창가 너머 두 후보에게 손 인사를 건네거나 반가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개딸들은 이 후보를 향해 "아빠"라고 진짜 부르더라. 사진을 찍을 때 "아빠 여기 봐"라고 한다거나 "아빠 귀여워"라고 외치더라고. 이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니까, 개딸들이 "한 번 더, 한 번 더"하던데, 참 놀라웠어(웃음).

-두 달 만에 이 후보가 다시 정치판으로 뛰어들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 팬덤 정치가 다시 불 지펴지는 모양이네.

-당내에서는 이를 경계하면서도, 지지가 곧 표심이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낼 수는 없어서 고민인 모양이야. 중도층 눈에는 강성 지지자들의 팬덤이 정당과 시민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잖아.

-특히 요즘 개딸들의 팬덤 행위들도 중도층 사이에서는 좀 어리둥절하게 받아들여지는 면이 있어서, 민주당에서도 팬덤 정치와 정당의 색을 유지하는 사이에서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할 것 같이 보여. 아무튼 결론을 맺자면 '개딸들의 열정은 격하고 또 격했다'로 정리하는 걸로(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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