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송영길 후보가 첫 양자토론에서 서로의 대표 공약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오 후보는 송 후보의 분양전환주택, 강변도로 지하화 계획 등을 집중 공격했고, 송 후보는 오 후보의 전기차 인프라 확대 공약의 현실성을 꼬집었다.
오 후보는 20일 오후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송 후보의 '누구나 집' 공약을 두고 "임대주택 거주자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분들인데 10년 뒤라고 분양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마련한다 해도 현재 들어가 사는 분에게 혜택을 주지만 앞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분에겐 역차별 아닌가. 형평성은 무시해도 되나"고 지적했다.
또 "지금 임대주택 사는 분들에게는 굉장한 로또 같은 혜택이지만 기다리는 분들에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다음 시장이 일할 기간을 포함해 미리 선심을 쓰겠다는 건데, 지금 사는 분들께 그런 혜택을 줘야 되는 이유가 있나. 우리 사회에 주거취약계층이 정말 많은데 그 분들에게만 혜택을 주는건 불균형"이라고 비판했다.
이 공약은 10년 간 낮은 임대료로 살다가 10년 뒤에는 최초의 확정분양가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분양전환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10년 뒤 집값이 올라도 최초 감정평가액으로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가의 반값 수준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오 후보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좋은 발상이지만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기에는 신중해야 한다. 더 시급한 정책이 많다"며 "예컨대 신정차량기지 이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 생활 속 불편을 덜기 위해 (우선적으로) 지하화해야 할 곳이 많다"고 말했다.
또 송 후보가 이 계획에 포함된 3개의 한강 보행전용교 중 우선순위로 선유도 연결을 꼽자 오 후보는 "시에서도 많이 검토했는데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잠수교다. 그 다음 순위가 뚝섬 샘표 레미콘 부지가 있는데 그걸 잠실 쪼으로 연결하는 게 차순위가 된다. 가장 하위에 있는 걸 (우선순위로) 꼽았다"고 지적했다.
송 후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2025년까지 22만 개 확충하겠다는 오 후보의 공약을 공격했다.
송 후보는 "(충전기 대 전기차 비율을) 1대 3으로 잡으면 2025년 전기차 66만 대 가동을 전제로 하는 건데 지금 서울 전기차가 3만5000대"라며 "3년 밖에 안 남았는데 그걸 66만 대까지 늘릴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충전기 22만 개에 필요한 전력이 3.6기가와트인데 이는 원전 3개 분량"이라며 "원전 3개 분량 전력을 어떻게 공급받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22만 개 설치 비용은 계산해 봤나. 8조 원이 든다"며 "8조 원을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건가"라고 몰아붙였다.
심야시간 택시 승차난에 대응해 지하철 연장운행을 다시 시행하기로 한 결정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송 후보는 "지하철 운행시간을 오전 1시까지로 늘리면 안전점검 시간이 줄어들고, 400억 원 정도 적자가 발생한다"며 "150억 원만 투입하면 택시기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택시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훨씬 가성비가 높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두 후보는 공약 외에도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며 격돌했다.
오 후보는 송 후보 측이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후보 확정이 늦어지면서 공약을 급조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사회자가 이번 선거의 의미를 묻자 "갑자기 선거에 나와 급조된 공약으로 승부하려는 후보와 1년 동안 탄탄하게 미래 비전을 준비한 후보와의 대결"이라고 요약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오 후보가 앞서 3선 임기 동안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이미 3번을 시장으로 일해서 새로운 발상이 어렵다. 아이디어도 고갈된 것 같다"고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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