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우리의 예측이 맞았다는 안도감이 있다.(출구조사 발표 직후, 강훈식 전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
"많게는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겠다.(3월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지난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조사'에 투입한 '선거비용'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조사 기관과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국민의힘이 '압도적 승리'이라는 예측을 내놓게 된 배경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9일 지상파 방송 3사 출구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선 당혹감과 함께 정적이 흘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일 하루 전 "윤 후보가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5∼8%포인트 사이 격차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많게는 한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반면 민주당에선 "예측한 범주 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선두 주자를 바짝 뒤쫓는 후발주자로서 '최소 표 차'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양당의 예상 득표율 차이는 상당했다. 선거비용도 이와 관련이 있을까.
<더팩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공개된 20대 대선 선거비용 내역과 국민의힘·민주당 정당회계보고서(2022년 1월 1일~3월 29일)를 분석한 결과, 선거비용에서 민주당은 여론조사, 판세 분석, 인식 조사,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 등에 총 10억3305만9545원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거 전략과 직접적 관련 없는 각 시도당 지출을 제외한 선거비용 총액(388억743만3522원)의 약 2.6%다.
역대급 초박빙 판세로 점쳐지면서 조사 방식도 △대선 D-6, 대선 D-3 판세조사 △시도별 ARS 심층 여론조사 △전국 5000명 전화면접 판세조사 △대선에 대한 서울, 경기지역 유권자 인식 조사 △대선 관련 온라인 모니터링 및 빅데이터 분석 △대선후보 소셜 빅데이터 분석리포트 용역 △대선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대선 유권자 인식조사 △대선 대비 ARS 추적조사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2040유권자 지형분석 및 선거전략 수립 위한 온라인조사△대선 대비 정책 의제 개발 위한 여성 유권자 심층면접조사 △대선 대비 남성 청년 유권자 심층면접조사 등 20대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청년세대 남녀 유권자에 초점을 맞춘 조사를 실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은 내부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2030 여성의 이 후보 지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20대, 30대 여성 예상 득표율은 윤 대통령보다 약 5~25%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업체도 엠브레인퍼블릭 외(2억3950만 원), 한국리서치 외(2억1450만 원), (주)포스트데이터(1억3200만 원), (주)사이람(9870만 원), 우리리서치(9625만 원), (주)칸타코리아(4900만 원), (주)서던포스트외(4860만 원), (주)리서치디앤에이(4820만 원), 조원씨앤아이(4110만 원) 등 9곳이었다. 통신사로부터 가상번호를 받아 여론조사할 때 연령대 정보를 받게 되는데 이에 소요된 비용은 6825만8745원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이 선관위에 제출한 '선거비용' 내역에는 여론조사 관련된 부분이 없었다. 다만 정당회계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정책개발비'와 '조직활동비' 명목으로 판세조사, 유권자 인식조사 비용에 총 15억2962만6619원을 들였다. 이 중 여론조사를 위한 가상번호 확보를 위한 지급 비용만 4억여만 원이었다. 여론조사 업계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응답자가 '허위 답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가상번호 주인이 60대이면서도 20대나 30대로 응답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가상번호를 활용한 피상적인 여론조사 방식은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실시 기관과 방식도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의뢰한 여론조사 업체는 (주)여의도리서치(7억1610만 원), (주)한국갤럽조사연구소(2억 원), (주)칸타코리아(1억3300만 원), (주)한국리서치(7000만 원) 등 네 곳이었다. 여론조사 방식도 △국회의원 선거구별 대선 판세 여론조사 △대선 여론조사 관련 조사연구 △2022년 경제현안에 대한 유권자 인식조사 등으로만 세부 내역에 기재돼 있었다. 국민의힘이 제출한 20대 대선 선거비용 총액은 약 425억 원(선거비용제한액의 82.9%)으로 추가 비용 지출 여력이 있었음에도 '판세 우세'가 전망되면서 여론조사를 치밀하게 살펴볼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통해서도 대선 관련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왔다. 내부에선 '당내에서 가장 신뢰하는 조사'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역시 내부 반대에도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등에 기반한 보고서를 검토한 후 선대위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여의도연구원 지원금은 총 35억8663만여 원으로 파악된다. 같은 기간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지원금은 23억6567만여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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