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경기도지사 승리에 공을 들이는 국민의힘이 '강용석 딜레마'에 빠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초접전 양상이다. 김은혜 후보에겐 강성 보수층 지지를 받는 강 후보 지지율이 필요하지만, 단일화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는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입소스가 KBS·MBC·SBS 방송 3사 의뢰로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경기지사 후보 지지율은 김동연 후보 37.3%, 김은혜 후보 36.1%로 집계됐다. 1.2%p 격차를 보인 가운데, 강 후보는 2.9%를 기록했다.(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포인트)
JTBC·글로벌리서치 조사(14∼15일)에선 김동연 후보 36.6%, 김은혜 후보 35.9%, 강 후보 4.2%의 지지율을 보였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김은혜 후보에겐 강 후보의 지지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수 후보 단일화다. 강 후보는 보수 후보 단일화에 찬성했다. 그는 지난 14일 "TV토론 3회 후에 당적을 뺀 이름만을 넣고 1회만 여론조사" 등의 단일화 조건을 내걸었다.
김은혜 후보나 국민의힘은 강 후보의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단일화에 대해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관련 이야기를 들은 바 없으며, 단일화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여당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과의 단일화는 검토도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강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전화해 "'왜 김동연을 공격해야지 김은혜를 공격하느냐'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강 후보와 단일화 불가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강 후보와 김은혜 후보의 단일화로 보수층 결집을 노려 지방선거의 관심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강 후보와 김은혜 후보의 단일화 시나리오가 완성되더라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강 후보에게 제기된 각종 논란과 여러 가지 의혹으로 인한 '비호감' 이미지가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선 당내 의견도 엇갈린다. 청년·중도층 표심을 얻고자 강 후보를 비롯한 강성 보수층과 거리두기를 하는 등 개혁을 시도했던 만큼 민심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당사자인 김은혜 후보는 "개인적으로 유불리를 계산하거나 홀로 결정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도민, 당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단일화 여지를 남겨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단일화로 인해 강성 보수 진영 논리를 끌어안는 이미지로 소비될 때 중도층의 표심을 잃을까 우려된다"면서 "쇄신을 위해 노력해왔던 기존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 5%에 달하는 지지율을 더 얻기 위해 강성 보수층과 야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승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 후보의 입당 신청 요구부터 꾸준한 논란이 있었다"면서 "선거 직전까지 상황을 끌고 가기보단 지금부터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 후보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우리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청년·중도 확장이기 때문에 극단 세력과는 경선을 통해 단일화할 생각은 없다"며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까지 벌이는 양상이다. 앞서, 강 후보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주 통화를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왜 김동연을 공격해야지 김은혜를 공격하느냐'라고 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강용석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 보도에 참고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강 후보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언론의 인터뷰 내용은 단 하나의 거짓이 없다"면서도 "대통령과 진실 공방으로 펼쳐지는 양상을 원하지 않아 더 이상의 구체적인 입장은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여부'와 관련해선 "기존에 밝혔던 조건을 전제하에 단일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 측이 밝힌 단일화 조건은 양자 TV토론 3회 후, 당적을 뺀 이름만을 넣고 1회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다.
※ 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