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이 끝날 대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후 윤 대통령 첫 시정연설인 만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여야 지도부 만찬 회동 제안에 응하지 않고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신경전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오자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악수로 맞이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환영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윤 대통령이 가까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목인사와 함께 악수했다. 또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하지 않고 야당 의석을 돌아서 올 때까지 남아 기다리기도 했다.
이같은 장면이 나온 배경에는 당내 사전 의견 공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전 의총에서) 첫 번째 시정연설이니 최대한 예우는 갖추는 게 옳지 않겠나 하는 다수 의원들, 지도부의 제안이 있었고, 당내 의원들이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국회의장단 및 여야 지도부 사전 환담 자리도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자리에서는 지난 10일 취임 기념 외빈 만찬에서 윤 위원장과 윤 대통령 부인 김견희 여사가 나눈 대화 내용도 소개됐다. 당시 만찬에서는 윤 위원장이 김 여사를 바라보며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활짝 웃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제 부인에게 (윤 위원장이) 왜 웃었냐고 물으니, '파평윤씨 종친이기도 한데 잘 도와달라'고 윤 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윤 위원장도 "김 여사가 '시댁이 파평윤씨이고 시아버님이 '중'(重)자 항렬로 위원장님과 항렬이 같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이 같은 대화에 참석자들이 웃으면서 다소 딱딱했던 분위기가 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공개 자리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 임명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도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한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에 꼭 협조해달라"고 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윤 대통령과 3당 대표 만찬 회동 제안에 대해서도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환담에 앞서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협치와 협력을 원한다면 국회에 오시기 전에 하실 일이 있다"며 "협치를 방해하는 수준 이하, 양심 불량 장관 후보자와 비서관들 먼저 정리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의 '장병 사기 죽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취임도 하기 전에 사병 월급 200만 원 공약을 파기하더니,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서는 장병 복지예산을 대폭 깎았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시정연설 전 국회 본관 앞에서 '병사월급 200만 원 즉시 이행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에게 관련 공약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본 뒤에도 말없이 국회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