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6‧1 지방선거는 텃밭 민심의 전폭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은 민주당에 대한 시민의 실망감이 고조된 가운데 치르는 첫 시험대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의 후보들이 얼마나 선전을 하느냐에 광주 시민사회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오전 <더팩트>가 진보당 김주업 광주시장 후보를 만났다. 김 후보는 이날 아침 9시 후보등록을 마쳤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광주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독과점 수혜를 누려온 민주당에 충격적 매시지를 던져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20년 행정경험 활용 ‘시장 바뀌니 삶 나아졌다’ 변화 만들고 싶어
김주업 후보는 20여년 간 광주 북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이 때문에 행정의 문제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행정이 어떻게 작동되느냐에 따라 시민의 일상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김 후보는 뼛속깊이 체험했다.
행정의 곪은 대목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20년 경력을 바탕으로 자치행정을 ‘시민중심 행정’으로 바로 세우겠다는 게 그의 출마 명분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그 경험 속에서 공무원 사회의 왜곡된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대민행정을 위해 현장을 발 닳게 누비는 공무원은 승진에서 늘 뒤처지고 단체장 주변에서 얼씬거리는 직원들은 오히려 고속 승진을 하는 사례를 숱하게 지켜봤다. 시민중심이 아닌, 시장중심의 행정이 초래하는 병폐들이다.
단체장의 잘못된 직무설계가 결국은 행정 편의주의를 자초한다는 점도 몸소 겪었다. 그가 주민 생활소음 처리 업무를 맡았을 때 일이다. 민원이 산처럼 쌓이는데도 홀로 그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력의 추가배치도 쉽지 않은데다 민원처리 기간을 넘기면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당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행정편의적인 생각에 빠져들게 되더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런 병폐들이 여전히 자치행정에 산적해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시장이 바뀌니 이렇게 시민들의 삶이 좋아지는 구나‘ 라는 변화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 광주시장 도전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공공일자리 3만개, 공영주택 1만호 지어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 광주’ 실현
김 후보는 5가지 핵심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첫 번째는 생태도시 광주 조성이다. 그 일환으로 김 후보는 광주 송정역에서 광주역에 이르는 철길을 푸른 길로 만들자는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며칠 전 정책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 운동이 현실화되면 광주는 전국에서 주목하는 녹색도시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의 후보답게 광주를 노동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도 김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광주시가 노동자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광주 시민의 절반이 노동자이고, 이들의 가족 까지를 감안한다면 75%의 시민이 노동을 통해 삶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김 후보는 노동중심의 행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당위성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시 조직에 노동국을 신설하겠다는 세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 광주’ 만들기도 김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다. 광주는 ‘청년 자살률 전국 1위’ 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고 김 후보는 안타까워했다. 경제적 빈곤과 주택문제 등 수많은 난관들이 광주 청년들의 앞길을 막고 좌절을 안겨준 결과다.
김 후보는 기업에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맡겨둘 게 아니라 시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가 고용하는 공공 일자리 3만개를 만들겠다고 김 후보는 공약했다.
김 후보는 시가 소유권을 갖는 공공주택을 매년 2,500호씩 4년 동안 1만호를 지어 청년 주택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공영주택들을 월 임대료 10만원 수준으로 원하기만 하면 평생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김 후보의 대안이다.
시민들 민주당 실망감 ‘심각’…6‧1선거 진보정당 대안세력 도약 전환점 기회
거리에서 만남 시민들의 반응을 묻자 김 후보는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넘겨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면 진보당? 여기까지는 아직 시민 정서가 숙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 후보는 지난 한 가지 사례를 설명하며 이 또한 진보당의 책임이라고 성찰했다. 2년 전 김 후보는 총선에 나섰을 때 전 국민 100만원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시민들로부터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놓으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3주 후 김경수 경남 지사가 100만원 지원금을 얘기하니까 시민들은 너희도 그런 정책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우리가 이미 제안했는데…서운한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해결해낼 수 있다고 신뢰가 가는 정치세력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든 그런 신뢰의 관계에 이르기까지는 자력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이 진보정치의 희망…민주당 일당 체제 극복할 돌파구 마련해주기를
결국 좋은 정치와 실천능력을 선거를 통해 보여줘야 하며 김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가 바로 그러한 신뢰 구축의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년 여 전부터 총력을 기울여 준비를 해왔고,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원내 교섭단체가 돼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면 진보당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진보당은 이번 광주 지방선거에서 세 가지 운동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광주학살 세력의 정치적 후예인 국민의힘이 광주에 정치적 기반을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각오이다. 또한 광주에서 정치적 독과점 지위를 누려온 민주당 일당 체제를 해소할 돌파구를 기필코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 후보는 이를 위해 진보당원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 쏟겠지만 결국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진보정치의 희망일 수밖에 없다"며 진보당이 대안세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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