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원지사 후보 김진태 "저 그렇게 과격한 사람 아닙니다"


김진태 "40년 숙원 '케이블카' 더 설치하고 삼성전자도 유치"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의 이번 지방선거 출마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황상무 전 KBS 앵커가 단수 공천되면서 컷오프를 당했기 때문이다. 당에 재심을 요청한 김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발언, 조계종에 공권력 투입 등을 거론한 과거 발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단식 투쟁까지 불사하며 기사회생했다. /김진태 캠프 제공

[더팩트ㅣ춘천=이철영·송다영 기자] "어디 가서 사람들이 '전(前) 국회의원이다'라고 저를 소개할 때, '전' 한 글자에 서운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차라리 홀가분하네요."

10일 강원 춘천에 위치한 캠프 사무소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전 국회의원)가 출마 소감을 밝히며 던진 말이다. 그의 손목에는 중년 남성이 으레 차는 가죽 손목시계와는 달리 다소 때가 탄 플라스틱 소재의 전자시계가 눈에 띈다. 시계는 다름 아닌 김 후보의 아들 것으로 '집에 돌아다니던 것을 차고 나왔다'고 한다. 연식이 꽤 돼 보이는 손바닥 크기의 갈색 크로스백도 그의 유세와 늘 함께한다. '강성' 정치인으로 소문이 난 것과는 다소 차분하고, 검소한 분위기를 풍겼다.

김 후보의 이번 지방선거 출마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황상무 전 KBS 앵커가 단수 공천되면서 '컷오프'를 당했기 때문이다. 당에 재심을 요청한 김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발언, 조계종 공권력 투입 등을 거론한 과거 발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단식 투쟁까지 불사하며 기사회생했다. 2020년 총선 낙선 이후 2년 간 '야인'으로 지냈고, 지금은 지역구 의원이 아닌 강원의 행정을 담당하는 '도지사'로 출마했다. 출마 이유에 대해 '총선까지의 2년을 버티기 힘들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그런 점도 없지 않다"며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2년 전 낙선하고 나서 어디가서 사람들이 '전(前) 국회의원이다' 라고 저를 소개할 때, '전' 한 글자에 마음상하고 서운하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출마를 하고 보니 그게 차라리 홀가분한 면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이광재)는 (지금은 전이지만)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지사 출마에 있어 많은 '설명과 변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후보는 대선 이후 얼마 안 돼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에 여태껏 선거와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봅니다. 저도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많이 변했습니다라며 이번에는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진태 캠프 제공

현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견줘 오차범위 이상 앞서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자 김 후보는 "아직까진 알 수 없는 거다"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3선 연임(최문순)한 강원도지사 자리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 후보는 "대선 이후 얼마 안 돼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에 여태껏 선거와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봅니다. 저도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많이 변했습니다"라며 이번에는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에게는 이른바 '강성' '친박' '태극기 부대' 등 부정적인 '연관검색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를 반영한 듯, 여론조사에서도 비교적 젊은 층인 30·40세대의 지지도가 낮다. 각인된 이미지에 관해 김 후보는 "그럴 수 있다"며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원래도 그렇게 강성은 아니고 '부드러운 남자'인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내 "저 그렇게 과격한 사람 아닙니다"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미지 극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김 후보는 차분하면서도 다소 느린 속도로 말했다.

이 후보와 비교한 자신의 장점에 대해 김 후보는 자신은 '무(無)전과'라고 묵직한 직격을 날렸다. 이 후보는 영월 평창 국회의원을 하다가 2010년 강원지사에 출마했고, 강원지사 당선 이후 7개월 만에 뇌물수수 혐의로 자격이 상실됐다. 이번에는 강원 원주시 갑 국회의원에서 강원지사로 출마했다. 세 번의 보궐 선거를 만들어 냈지만, 선거 때마다 승리를 거머쥐는 이 후보가 김 후보에게는 만만치 않은 강적이기도 하다.

그는 이 후보의 출마로 생긴 세 번의 보궐선거 때문이라도 "꼭 이겨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어 "그분은 세 번의 보궐선거를 변명하고 사과하느라 바쁘더라. 저 같았으면 제가 현역 의원이었다면 안 나왔을 거다"라고도 꼬집었다. 또 "솔직한 편이라 오해도 많이 받고 손해도 많이 입지만, 저는 사심이 없고 깨끗하다. (이런 부분들은) 결국 도민들이 진심을 믿어줄 거라고 믿는다. 또 야당 생활도 겪어오며 수없이 많은 고소고발을 당했어도 아직까지 아무런 전과가 없다. 그건 자부할 수 있다"며 자신의 강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후보는 지역 편차문제에 있어 기업 유치를 통해 지방 세수를 늘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태 캠프 제공

김 후보는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삼성전자 강원도 유치'를 꼽았다. 그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원주부론산업단지를 찾고 "국가적 명운을 걸고있는 반도체산업에 원주도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부권 반도체클러스터에 원주가 묶여서 함께 가는 게 좋겠다. 원주도 디지털헬스케어에서 반도체클러스터로 큰그림을 그리는 게 대한민국 전체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강원도내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인재도 양성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그는 또 40년 숙원 사업인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도 덧붙였다. 김 후보는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 가면 스위스에 2500개, 오스트리아에 2900개, 두 개 나라에만 케이블카가 5400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설악산에는 하나 뿐이다. 지난 40년 간 환경단체의 반대와 지난 정부의 비협조 등의 문제로 미뤄져 왔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최문순 강원지사의 공약이었기도 한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지금 빨리 노를 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은 땅이 넓은 만큼 양극화되는 '지역 편차' 문제도 주요 현안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앞서 말한 기업 유치를 통해 지방 세수를 늘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발전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는 '고속 교통망(GTX)'을 언급했다. 촘촘한 교통망이 강원에 들어서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1시간대 진입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김 후보는 GTX-B 춘천연장, 동서고속철(춘천~속초) 조기 완공, 철원~춘천~원주 철도 신설 등을 공약했다. 윤 당선인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지는 4일 춘천역을 찾은 윤 당선인에게 "강원도민들의 당선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강원도의 현안사업들 최우선적으로 챙겨주기 바란다"고 말하자, 윤 당선인은 "강원도가 기지개 펴야한다. 대선때 했던 약속 반드시 지킵니다"라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강원 춘천역을 방문해 철도 인프라 구축 현장을 점검하며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와 대화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다만 김 후보는 현재 강원으로서는 국가계획사업에 있어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수요 부족'을 이유로 점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례로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들었다. 예타 기준 미달로 민간사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도로 개통 직후부터 '교통 정체'가 올 만큼의 수요를 창출해 내며 지금은 국민들이 '꽤나 비싼' 통행료를 내면서도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망 확충을 통한 강원으로의 접근성이 확장되면, 그만큼 주거 인구도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른 발전 및 세수 향상 등의 부수적 효과도 있지 않겠냐는 중·장기적 계획이다.

강원도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하위 3위('22년 기준-전국: 45.3%, 강원: 24.7%)'인 것에 대해 김 후보는 "재원 확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일례로 현재 도 소방관들의 월급이 국가직(2020년)으로 전환됐음에도 강원도의 지방세로 나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것만 국비로 충당해도 (최소) 20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강원특별자치도 지정'을 통한 지방교부세 지원 확대 등의 공약도 소개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을 시작으로 행보를 막 시작하는 모습이 캠프 사무실 벽에 걸린 TV로 방영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이른바 '윤 프리미엄'이 이번 강원지사 선거에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그래야 할 텐데. 그걸 다 담아내지 못하면 제가 아주 반성할 부분이다"라며 숙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지난 정부의 '내로남불' 전철을 밟지 말고, 이번 정부는 (자신들이) 내건 '공정' '상식' '자유'가 '언행일치' 되도록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는 "우리 강원도민들이 대통령 퇴임식에 참석하는 후보보다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는 누구? 1964년생으로 58세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으며 21세에 사시에 합격했다. 이후 17년간 검사 생활을 했으며 한나라당에 입당해 2012년부터 정계에 입문했다. 제 19, 20대 총선에서 강원 춘천시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강원도지사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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