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김앤장 고문 이력 등을 들며 한 후보자를 향해 '빅샷(거물)' 전관예우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에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가 현 정부 인사들과 비교해 도덕성을 충분히 갖춘 인재라며 반박했다. 한 후보자는 "협치를 위해 구두 뒤꿈치가 닳도록 뛰어다닐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오후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보충질의에서 "로펌 업계에서는 한 후보자 같은 분을 모시면 '빅샷(Big Shot)'이라고 한다. 위상과 영업과 관련해서 많은 혜택이 기대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정의당 등에서는 한 후보자가 지난 2017년부터 4년 4개월간 김앤장에서 19억7000여만 원의 보수를 받고 고문으로 활동한 것을 놓고 '전관예우'로 고액의 이득을 취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의원은 "(한 후보자의 해명에서) 후보자는 후배들에게 전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영화를 봐도, 어떤 범죄조직의 두목이 누구를 가리키면서 '어떻게 손 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 친구 요즘 잘 지내나,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라고 말할 뿐이다. 이게 '빅샷'이 가지고 있는 무게"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적인 책무나 활동에 대해 자꾸 확인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최 의원의 '빅샷' 지적에 "저는 제 일생을 살면서 제가 한 번도 '빅샷'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앞서 오전 청문회에서도 민주당의 전관예우 공세는 십자포화였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의 김앤장 재직 이력에 대해 언급하며 "회전문 중에서도 역대급 군계일학이다. 공직→김앤장→공직→김앤장 이후 다시 공직을 맡으려고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도 "공직 퇴임 후 축재한 재산이 43억 원에 달해 전관예우 끝판왕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봉사나 사회공헌 활동보다는 돈 버는 일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의 배우자의 미술품 고가 판매 의혹을 두고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을 대기업 오너가 법인카드로 명의로 샀고, 비정상적인 고가 가격으로 사줬다"며 "배우자의 작품이 수천만 원대 가격에 판매됐는데 '한덕수 프리미엄'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회전문 인사의 경우, 문재인 정부 인사들도 피할 수 없는 사례들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문 정부 인사들과 비교했을 때 한 국무총리는 도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 또한 강조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도 김오수 검찰총장, 신현수 전 민정수석, 김진욱 공수처장,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 면면을 살펴보면 회전문 인사가 있다"며 "이분들 역시 공직 경험을 토대로 로펌이든 사기업으로 갔다. 한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사적이익뿐 아니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OECD 대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에 이어 노무현 정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의 주미대사 등을 역임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인사 기준으로 정한 7대 배제 사유를 보면 병역 의무는 육군 만기 전역, 세금 탈루는 전혀 없어 보이고 위장전입도 없고 논문표절·음주운전·성범죄는 더더욱 관련 없다"고 옹호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역대 국무총리 사례에 대해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낙연 당시 후보자의 배우자는 위장전입을 했고 정세균 후보자는 논문표절을 스스로 인정했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역시 자녀들의 4차례에 걸친 위장전입을 인정한 바 있다"며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한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해명하며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전 정부들을 거치며 고위공직자를 역임했던 만큼, 새 정부에서도 소통을 통한 국정 운영을 중시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청문회에서 "협치의 성공을 위해 최대한 민주당과 소통하고 대화하고, 구두 뒤꿈치가 닳도록 뛰어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여소야대 정국에서의 협치 복안'에 대해 묻자 한 후보자는 "통합과 협치가 우리의 시대 정신"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주당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관계에 바탕을 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협치에 대한 성공 없이는 우리나라의 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치 방안에 대해선 "민주당과 새 정부 간 유사성을 가진 정책이 많다"며 "대화와 소통을 잘하면 동의하는 정책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 후보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저도 (야당인) 한나라당과 2007년에 협력해 연금개혁법, 기초연금법 등 주요 법률도 통과시켰다"라며 "우리 행정부로선 민주당 협력으로 될 수 있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가와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