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윤핵관'에서 '역적'으로…권성동 '수난시대'


중재안 합의 서명 비난 봇물…'검수완박' 난장판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 서명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한 당원들이 비난이 거세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권 원내대표를 향한 원색적인 욕설과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지속해 올라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최근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여부를 두고 여야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안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법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든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여야가 고성과 몸싸움을 벌이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 선진화법이 무색했다.

-또, 일부 강성 지지층의 집단 공세와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검수완박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포함해 합의안에 서명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검수완박법 처리에 관해 소신을 피력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비난도 거세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과 직접 소통하며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작별 인사를 나눴고,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대담을 통해 국정 운영 등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권을 이양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안일한 '보도 자제' 요청도 논란이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측이 언론에 취임식 무대 준비 현장에 대한 보도 자제를 요청해 시대착오적인 보도 통제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남윤호 기자

◆중재안 합의 서명 후폭풍…권성동, 민주당 프락치?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격렬히 맞붙고 있어. 총력 저지에 나선 국민의힘은 연일 민주당의 절차적 하자와 국민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고 있지?

-맞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다수의 국민이 검수완박 악법을 반대하고 있으며, 대검, 변호사단체, 학계, 시민단체, 심지어 OECD 같은 국제기구조차도 반헌법성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어.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결자해지'를 촉구하며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도 했어.

-국민의힘은 애초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지. 이후 국민의힘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하자 합의 파기를 선언했잖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를 깼다며 맞대응하고 있고. 여론은 좀 어때?

-국민의힘의 여야 합의 파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어.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1명을 대상으로 검찰개혁안의 여야 합의 파기 선언에 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47.3%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어. '옳은 결정'은 36.3%, '잘 모름'은 16.4%로 집계됐어.

-권 원내대표가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것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덜컥 사인했는지.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이런 사달을 냈으니 수습은 어려울 것 같아. 권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야. 그는 지난 27일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국민이 틀렸다고 하면 고쳐야한다"며 "자신의 철학과 노선이 있더라도 항상 국민 눈높이에서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되돌아보는 게 정치인의 의무"라고 강조했어. 그러면서 "검수완박 법안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라며 "제가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겠다. 바로 민주당"이라고 꼬집었지만, 너무 늦고 말았어.

지난 27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권 원내대표를 검색하면, 정보 전달 목적의 웹사이트 나무위키에는 민주당 프락치라는 글이 나왔다. 현재는 수정된 상태다.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한때 정치권에서 중재안에 합의 서명했던 권 원내대표의 사퇴론도 나왔잖아.

-이번 주, 권 원내대표가 사퇴한다는 출처 불명의 괴소문이 돌았지.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사실무근'이더라고. 실제 권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의원님들의 중지를 모아 민주당과 협상을 이어 나가겠다"며 사퇴론을 일축했어. 다만,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에서 제 판단 미스, 그로 인한 여론 악화로 당에 부담을 지우고 의원분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어.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여.

-권 원내대표를 향한 당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야.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당원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권 원내대표를 '역적' '재앙'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어. 한 누리꾼은 "민주당에 명분을 주고 반발하게 한 권 원내대표는 사퇴하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어. 또, 한때 정보 전달 목적의 웹사이트인 '나무위키'에서 권 원내대표를 검색하면 '민주당 프락치'라는 글도 노출됐어. '윤핵관' 권 원내대표가 최대 위기를 맞은 듯해.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 시키자 유상법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부터 항의받고 있는 박광온 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 권성동 '가짜 샤우팅' 약속에 법사위 뒤통수?

-정치권을 블랙홀에 빠지게 한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임박했어. 30일 검찰청법 의결, 다음 달 3일 형사소송법 의결로 마무리한다는 게 사실상 확정됐어.

-본회의를 열기까지 박 의장의 결단에 여야 모두 관심이 쏠렸어. 박 의장은 상당한 '협치주의자'야. 지난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시도도 박 의장이 막은 적이 있었어.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해외 순방 일정을 연기하고 중재안 카드를 내밀었어. 그러면서 전제로 '어느 정당이든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방향을 같이 하겠다'라고 했지. 그러니 합의안을 깬 국민의힘 대신 민주당의 본회의 소집 요구를 받아들인 건 예상된 결과였어.

-긴박했던 27일 오전까지만 해도 박 의장은 출근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끼더니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회동 30분도 안 돼 5시 본회의를 소집했어. 개의 소식이 들리자 취재진 사이에선 "이제 다 끝났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어. 회기 쪼개기를 하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당일 자동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야. 30일 토요일에 출근해야 하는 일부 보좌진들 사이에선 탄식이 나왔다고 해.

-'본회의 개의'가 마지막 고비였다면 가장 큰 산은 전날인 26일 법사위 통과였지?

-그렇지. 본회의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시도하고 막을지 수 싸움이 관건이라면, 법사위에서는 거친 말과 몸싸움이 오가기 때문이야. 법안을 처리하는 측은 상대방에게 말리지 않으면서 기습으로 안건을 상정·의결해야 하고, 막는 쪽은 최대한 시간 끌기를 해야 해. 26일 법사위에선 관련법을 오후 7시께 소위에서 통과시켰고, 여야는 잠시 휴식하면서 막판 조율에 들어갔어. 이 과정에서 법사위원장과 여야 원내대표, 법사위 간사 등이 박 의장 중재안 범위에서 벗어나는지 법조문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논의했다고 해. 그리고 이 과정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복도 등에서 가볍게 소위 샤우팅 정도 하겠다"라고 했대. 다음 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건 공개할 수밖에 없다"면서 '폭로'한 거야. 한마디로 카메라 앞에서 저지하는 시늉만 하겠다는 말을 믿고 안심했는데 뒤통수 맞았다는 거야.

26일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사위 소위에 참석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걸어오는 모습. 그는 국회 법사위 1소위원장이자 법사위 민주당 간사다. /국회사진취재단

-실제로 안건조정위 개의부터 전체회의 의결까지 40여분 동안 법사위는 난장판이었어.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후 11시 30분쯤 법사위 회의실로 왔고, 회의를 공개하자며 회의장 문을 열어젖히는 과정에서 취재원, 의원들, 국회 방호처 직원들이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됐어. 손팻말이 찢어지고 법사위 사무실 가림막도 부서졌어.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천무효"를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 자리에 앉기도 했어. "술 먹고 행패 부리는 곳 아니에요. 음주 테스트 한번 할까요" "죽여버리겠다" 같은 욕설도 난무했어. 지난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공직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 처리 때 이후 또 한 번의 '육탄전'이 국회 내에서 벌어졌어.

-그렇게 아수라장인 상황에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을 '꼼수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은 독서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라 눈길을 끌기도 했어. 기립 표결할 때만 조용히 일어나더라고.

-민 의원 말고도 이번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제 한 몸을 희생(?)한 인물이 또 있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야. 법사위 간사이자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박 의원은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서울시장 경선 도전을 포기했어. 서울시장 도전을 공식 선언한 지 불과 이틀만이야. 법사위 상황 탓에 당 지도부가 주문한 TV토론 등 경선 일정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격렬히 맞붙고 있다. 사진은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주재로 민주당 박홍근(오른쪽)·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의장실에서 중재안 파행 위기에 따른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에 참석한 모습. /이선화 기자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이번에도 국회법 편법에 동물국회 재연도 모자라 지방선거 경선까지 영향을 미쳤네. 그런데 국민의힘은 정말 왜 갑자기 합의안을 뒤집은 걸까?

-사실 지난주 국민의힘이 합의안을 받겠다고 했을 때 의아하긴 했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힘의 계속된 주장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주말 사이에 입장이 확 달라질 줄은 몰랐어.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주판알 튕겨봤다"라고 추측한대로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여론의 관심을 분산하거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없지는 않을 거 같아.

-이유야 뭐가 됐든, 지난주 여야가 훈훈하게 합의하면서 대치 국면이 해소되는가 싶더니 다음 주 줄줄이 예고된 인사청문회부터 '협치' 난항이 예상돼서 아쉬워.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하지 않는다면 대화와 타협하지 않겠다"라며 강력히 경고한 상황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도 전에 170여 석 거대 야당과 척지고 국정을 운영하게 됐어. 당장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도 잘 될지 안갯속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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