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2주 앞둔 25일 청와대 경내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대면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 4주년에 맞춰 제한된 인원과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 이후 약 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오랜만에 이뤄진 기자들과의 마지막 '소통의 장'에서 다섯 명의 기자들에게 '퇴임 후 구상', '퇴임 전 사면권 행사 계획', '검찰의 수사권 분리 입장', '인사', '지역 균형 발전'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 모두 발언에서 코로나19로 2년 전부터 언론과 대규모로 만나는 자리를 갖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앞으로 '청와대 시대'라는 말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은 청와대 시대 마지막을 지켜보는 증인들이다. 아마 춘추관(청와대 프레스센터) 기자라는 말도 이제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혹시라도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역사, 또는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뭔가 청산한다는 의미로 청와대 시간을 끝낸다 그러면 저는 그것은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초대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곧 떠날 저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마다 공과 과가 있는데, 우리 역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한때 '구중궁궐' 그런 말을 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계속해서 개방을 확대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그런 과정이었다고 본다"며 "우리 정부에서만 해도 청와대 앞길, 인왕산·북악산이 전면 개방되었고, 청와대 경내 관람도 크게 늘어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연간 20만 명 국민들이 청와대를 관람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정말 세계적으로 대격변의 시대를 겪으며, 그것을 오히려 기회를 삼아 더 '선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퇴임 후 대략적인 구상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이제 곧 (임기가) 끝납니다만 끝나면 그냥 평범한 국민, 평범한 시민으로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라며 "오가며, 혹시 또 우연히 이렇게 보게 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5월 9일) 계획에 대해선 "18시, 업무 마치는 퇴근시간에 청와대에서 퇴근할 계획"이라며 "하룻밤을 청와대 바깥에서 보내고, 다음 날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에 KTX로 지방(경남 양산 사저)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특별히 무슨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을 끄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나오는 퇴임 전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에 대한 사면·복권 요청과 관련해선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분들에 대한 사면이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또는 사법 정의에 부딪힐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문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국민의힘이 합의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고 재논의를 하자고 나서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에 대해선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저의 입장은 잘 아실 것"이라며 "다만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방법이나 또는 과정에 있어서는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논의가 필요하고 가능하면 합의 하에 처리가 되면 더 좋고, 또 검찰과 경찰 간에도 협의들이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박 의장의 중재로 이루어진 양당 간의 합의가 저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조금씩 불만스럽더라도 또 한 걸음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고 또 나아가서는 앞으로 계속해 나가야 될 협치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의 '인사'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을 두고 사회적 진통과 논란이 적지 않았다. 혹시 그때 결정을 후회하시는지, 만약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른 결정을 내리고 싶으실지 궁금하고, 조 장관에 대해선 '마음의 빚'이 있다고 표현을 하셨는데, 그게 어떤 의미이고, 지금도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드렸던 말씀이고, 공개적으로 드렸던 것 외에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나중에 회고록에서나 해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어쨌든 우리 인사에 있어서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그런 평가를 받고 또 그것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점, 이런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깊은 이야기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대답하는 것은 그렇고, 다음으로 미루어두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지방 소멸'과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 정부가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것이 수도권 집중의 속도를 조금 늦추었을지는 몰라도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여러 가지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그 점에 대해서 다음 정부에서 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정부도 지역 균형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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