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지방선거(6.1)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정치 복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고문은 현재 자택에서 '칩거'하며 지지자들과의 온라인 소통 외에는 독서 등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대비하려면 5월 중순에 있을 지원 유세에 이 고문이 등판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는 반면, 시간을 더 가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고문도 오랜만에 침묵을 깼다. 그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리는 故 한승헌 전 감사원장에 대한 추모 글을 올렸다. 이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한 달여 만이다. 이날은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 입법과 관련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대치를 이어가던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같은 날 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이 고문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이 고문은) 지금 두문불출, 댁에 계신다"며 "공부하고 '개딸(개혁의 딸)'들과 소통하고 책 읽는 것에 집중해서 심심한 건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5월 지원유세' 가능성에 대해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전 지사가) 정치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건 없다. 정치 현안에 대한 뉴스는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이 고문의 미묘한 변화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이 고문의) 전화기가 꺼져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엔 꺼져 있더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거 같다"며 "지금 이 고문도 여러 가지 상황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스럽게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와 서울시장 공천 잡음 등 당 내부가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이 고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고문은 이전의 대선 2위 주자들과 달리 긴 잠행 대신 종종 근황을 알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평소 SNS를 즐겨한다고 알려진 이 고문은 대선 이후 꾸준히 온라인에서 이른바 '개딸'들을 포함한 자신의 지지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갔다. 자신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방문해 '이장'직을 수락하겠다고 글을 남기며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이 고문과 지지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도 밝혔다. 준비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지난 14일에는 온라인 공간에 이 고문의 근황 사진이 공개되면서 '조기 등판론'에 불이 붙었다. 헤어디자이너 A 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염색과 이발을 마친 이 고문 사진을 여러 장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이 고문이 정장을 갖춰 입고 활짝 웃는 모습이 담겨 이 고문이 정치 활동을 위한 '목욕재계'를 한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고문의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정치 복귀가 머지않은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오는 지방선거를 두고 '이심(李心)'을 챙겨야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고문에게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복귀 시점을 두고는 '5월 지원유세' '6.1 재보궐 선거 출마' '8월 전당대회' 등이 선택지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고문의 정치 재개 시기와 관련해 "이 고문이 8월 전당 대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5월 지원 유세에 나와 당을 위해 움직이는 게 맞지 않나 싶다"라며 "(당내에는) 이 고문의 등판으로 표가 조금이라도 더 모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고문의 '역할론'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등판 신중론'도 적지 않다. 리얼미터가 경기도 거주 18세 이상 812명을 상대로 이 전 지사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응답자 37.5%는 찬성하고 57.5%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4월 중 이 고문이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낙선 인사'를 제안한 일부 친이계 인사들 목소리도 있었지만, 현재 이와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호남 지역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원 유세나 감사 인사 등) 이 고문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며 "(이 고문이)지금 등판하는 것에 대해 (한 조사에 따르면) 반대 여론이 더 많던데 너무 성급해도 좋지 않으니 적당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당장 움직이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 지선 때 지원 유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본인은 그에 대해 아직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