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향한 민주당의 폭주…'탈당' 꼼수까지


당 안팎 강한 반발…"안건조정위 무력화 꼼수"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을 전격 탈당시키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 강행 속도를 냈다. 비공개로 진행 중인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 입법을 위해 '브레이크 없는 직진'을 이어가고 있다. 법안 신속 처리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을 전격 탈당시키는 초강수까지 두며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 제출도 마쳤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꼼수' 비판이 이어지면서, 시간에 쫓기느라 민주당이 '악수'를 둔 것이란 정치권 안팎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관련 안건조정위 소집을 요청했다. 법사위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는 박주민 법사위 제1소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20일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공소청법 제정안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이 있는 안건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다. 통상 법안에 반대하는 측에서 조정위 소집을 요구하는데, 이번에는 법안을 추진하는 민주당이 먼저 움직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의원 사보임과 탈당 등의 조치로 '안건조정위 무력화' 요건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 기간 법안을 심사할 수 있는데, 위원회 재적 3분의 2 이상(4인 이상) 찬성하면 조정위를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사보임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졌다. 우선 민주당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지난 7일 법사위에 투입했다. 또 전날(19일)에는 '검사 출신'인 소병철 의원 대신 민형배 의원을, 김종민 의원 대신 김진표 의원을 각각 교체했다. 안건조정위 위원장은 최연장자가 맡는다는 관례에 따라 국민의힘이 1952년생 한기호 의원을 투입하자 21대 국회 최고령인 김진표 의원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양향자 의원의 검수완박 '속도조절' 입장이 드러나면서 민주당의 로드맵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른바 '양향자 문건'이 공유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대응을 논의한 끝에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신분으로 법사위에 배치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사실상 '4대2' 구도가 돼 신속히 법안 심사를 종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4월 내 법안 처리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민 의원은 "수사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 낸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역할에 대비하려는 뜻"이라고 밝혔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개인적 비상한 결단이 있었다. 원내지도부에 본인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달했고, 원내지도부는 상의, 숙고 끝에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발했다.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소속 의원을 '임시 탈당' 시키는 '초강수'를 둬 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또다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상임위 정수에 맞춰 탈당 의원에 대해 강제 사보임해 주실 것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 의원에 대한 법사위 사보임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권 분리' 방향에는 찬성하는 정의당도 민 의원의 탈당에는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장태수 대변인은 "민주당의 오늘 처사는 국회의 시간과 국회의 민주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정치해서는 안 된다. 고민이 있었겠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분별력 있게 하자"고 쓴소리했다.

민 의원 '탈당 사태'의 시발점이 된 양 의원은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시점에 민 의원의 탈당 조치는 '악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이 볼 때는 꼼수로 보인다. 건강한 정치 문화에서 나올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내 사정이야 분명히 있겠지만 국민이 볼 때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제1당 다운, 또 새로운 정치 문화를 선도하리라 생각했던 민주당의 모습과도 배치되는 결정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법사위 안건조정위는 이르면 21일 구성돼 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비해 21∼22일 양일간 경내 비상대기 지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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