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청와대 뒤편 북악산 남측면 개방(6일)을 앞두고 해당 탐방로를 산행하는 과정에서 법흥사 터 초석에 앉은 것을 두고 불교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7일 "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6일 불교계 독립언론인 법보신문은 문 대통령 내외가 산행 중 법흥사 터 연화문 초석에 앉아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두고 "불교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한 불교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법보신문에 "(문 대통령 내외가 법흥사 터 초석에 앉은)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대통령 부부도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이라도 이렇게 대했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7일 "문 대통령 내외가 착석한 법흥사 터(추정)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면서도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문 대통령 내외의 산행에 동행했을 당시에는 해당 초석에 대해 "최근의 것"이라며 "1968년 1·21 사태(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 때 (불교) 신자들이 여기를 출입하다가 그때부터 제한이 되면서 아마 그때 초석들이 남아있는 거 같다. 여기는 좀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불교계에선 "일반인 관점에서는 문화재 지정 여부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스님과 불자들에게는 (법흥사 터 초석이) 성물"이라며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문 대통령은 난감해했다는 후문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7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재한 45번째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에서 "(오늘) 티타임 참모회의에서 이틀 전 산행 시 대통령 내외가 법흥사 절터의 초석에 앉은 게 적절치 않다는 언론기사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참 난감하신 것 같았다"라며 "관저 부처님에 대한 말씀을 20여 분 간 설명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저는 천주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진리는 결국 하나로 만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며 2017년 자신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할 때 아침마다 열린 참모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한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뒤편에 부처님 한 분이 계신다. 제가 산책 삼아 자주 뵈러 가는데 청와대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고 경복궁과 광화문과 세종로가 한눈에 일직선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이어서 자리하신 위치도 최고라고 보여진다"며 "저는 이 부처님께서 꼭 경주 남산에 계시다가 어떤 연유로인지 지금의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문화재청·서울시·불교계 등과 협의해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예견대로 그 부처님은 경주 남산에서 오신 부처님으로 밝혀졌고, 2018년 '서울시 유형문화재(24호)'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1977호)'로 지정됐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안목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부처님과 대통령의 인연이 꽃피운 연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기억이 있다"라며 "지난 5일 법흥사 터를 지나면서 '체계적인 문화재 발굴 조사를 거쳐 기록을 고증하고 그 역사를 불교계와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한 문 대통령의 발걸음은 어느덧 보물이 된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 내외는 부처님 앞에 공손히 합장하고 예를 올렸고, 동행했던 청와대 참모들도 자신의 종교를 떠나 정성껏 예를 올렸다"라며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불교를 존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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