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관리형' 한덕수, '검증대' 무난한 통과?


민주 '송곳 검증' 예고…여소야대 청문 부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겁고 큰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가 국회의 검증대에 서게 됐다. 통합·관리형 인물이라는 긍정 평가와 올드 보이라는 부정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인사청문회 등 인준 절차를 통과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웬만한 경제 부처 요직은 두루 거쳤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다.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대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과거 이력은 뒤로하고 날카롭게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무조건 발목잡기와 흠집 내기를 하진 않겠다"면서도 내각을 통할할 전문성과 도덕성을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서두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한 후보자의) 역대 정부에서 가졌던 이력은 중요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윤석열 당선인은 인사 검증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한 후보자 지명에서도 과거 경력만 나열했을 뿐 인사 검증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고위공직자는 갈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협치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견제를 경계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후보자에 대해 "진영과 이념에 갇히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았으며 능력만큼이나 덕망과 인품을 겸비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 위기와 민생 앞에서는 야당으로서의 당리당략을 버리고 통 큰 합의와 협조를 해왔다"며 "매우 엄중한 국가 위기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략적 계산을 버리고 제1야당의 품격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과거 이력은 뒤로하고 날카롭게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높이 평가하며 엄호에 나섰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인준 절차를 마쳐야 한다. 현재 국회는 여소야대 지형이다.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주도권을 쥐고 한 후보자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장관 후보자 등 윤석열 정부 내각 인선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송곳 검증' 공세를 계속 띄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저축은행 사태 책임과 론스타 사건 연루 의혹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한 전 경제부총리는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한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악의 책임자"라며 총리 인선을 반대했다.

저축은행 사태는 2011년 약 10만 명의 금융피해자가 1조3700억 원의 피해를 본 사건을 말한다. 2006년 한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였던 시절 저축은행의 기업대출한도를 무제한으로 풀어주는 내용의 시행령으로 저축은행의 부실을 가져와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또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을 은폐한 책임자"라며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한 후보자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약 8개월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며 1억5000여만 원을 받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한 후보자가 호남 출신으로 국민통합 차원의 성격이 있다는 점,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할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 국민적 눈높이와 상식을 벗어난 도덕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과거 민주당 정부와 합을 맞춘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칼'이 예리하게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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