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송다영 기자]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론이 나왔다. 어떻게 생각하나.
준환: 국민적인 의사에 기초하는 거라면 저는 어떤 논의든 찬성한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게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주객이 전도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당대표급 인사든, 어디에서 영입 인재를 데려오든, 경선에서 탈락한 분을 공천하든 다 좋지만, 국민들로부터 '왜 그분이 필요한가'에 대한 요청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인물난을 이유로만 차출한다는 건 감동도 없고, 아무런 효과도 일으킬 수 없다. 오히려 사람이 없으니 나오라고 말하는 것 자체도 당사자에게 굉장히 무리한 말 아닌가. 당이 국민 여론을 잘 청취해서 감동을 일으키는 공천을 하면 좋겠다.
호준: 인천시장하셨던 분이 서울시장 나오면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거다. 송 대표 차출론이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는 않았다. 당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의견이다. 우리가 그렇게 해서 선거를 많이 졌다(웃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선거는 당선인을 배출하는 것 외에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통해 당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우리 당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던져줘야 하는데 과연 송 전 대표가 그런 메시지가 있는 분인지 의문이 든다. 송 전 대표를 모신다는 건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마음 밖에 안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느냐도 확실치 않다. 과연 이번 지방선거 기획에서 옳은 결정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름: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으로 거물이고 이번에 당대표직도 잘 수행해서 존경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차출론은) 자체가 민주당이 다음 세대를 키우지 못했다는 당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후보가 없어서 당대표를 내려놓고 간 분을 청년들이 찾아가 '나와주십사' 부탁하는 시스템이 됐는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이준석을 당대표로 뽑았던 건 선출의 힘이었다. 당이 변화하고자 하는 혁신적인 도전의 의미가 있었다. 민주당도 새로운 인물을 혁신적으로 키워내겠다는 도전 없이는, 계속 이런 인사를 하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야기한대로 송 전 대표에게 청년들이 직접 찾아가 나와달라고 했다. 어떻게 봤나.
호준: 전 청년최고위원, 전국청년위원장, 전국대학생위원장이 찾아갔는데 그건 그분들(개인)의 결정인 거다. 그 이상의 평가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본비: 저도 공감하는 게 그들이 민주당 청년이나 대학생을 대표하는 위원장이라고 해서 민주당 청년의 민심을 다 대표할 수는 없는 거다. 그들도 한 개인이고 당원들도 상황에 따라 여러 판단을 한다. 세 분 행보에 동의하는 당원들도 있겠지만 '청년들이 송 전 대표를 불렀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
준환: 도전해야 할 분들이 읍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적절하진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쟤네들은 청년한테 표만 좀 얻으려는 심산이구만' 이런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호준: 차라리 거기 갔던 분들이 송 전 대표에게 '제가 나갈 테니 저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더라면 더 그림이 살았을 거다.
아름: 등 떠밀려서 나가는 그림을 만드는 정치에 제일 거부감을 느낀다. 차라리 생각이 있었다면 본인이 '내가 지더라도 뭔가 해보겠다'는 모습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본비: 저도 차출론은 '다음 세대가 없다'는 데 대한 방증이고, 민주당이 그걸 스스로 증명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당원 입장에서 차출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도 송 전 대표가 서울시 행정이나 지역 현안에 대해 알 수 없다. 인천에 기반을 둔 5선 의원이 어떻게 다 알겠나. 선거는 사실 민생 안정과 민중의 권익을 대변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하고 정당은 수단이다. 송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다고 생각한다.
호준: 우리 당에 젊은 정치인들이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주민 의원도 있고.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좋은 정치인들이 언제든지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그분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부탁하러 갔던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그게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걸까.
호준: 어렵다. 그런데 모든 선거는 힘들다(웃음). 그분들이 용기를 내야지, 지금 도전하는 사람들도 10년 뒤에 도지사도 나갈 수 있는 거다. 선배들이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출마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지역 대학생 위원장들이 저보다 서너 살 어린 후배들인데 언젠가 출마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제가 지금 '다음 기회를 누리겠습니다' 해버리면 그분들도 자연스럽게 제 길을 따르게 되는 거다. 지금 지역에서 파다한 '적당한 나이라는 게 있지 않아?'하는 정서를 깨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에 적합한 나이는 없다.
본비: 맞다. 피선거권 있으면 다 출마할 수 있다.
준환: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졌던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이기려고 했었던 선거고, 민주당이 이겼던 선거는 민주당이 질 각오까지 충분히 했었던 선거다. 위태로우니 차출하자고 하면 진다.
호준: 당심이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영입됐다. 청년 당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호준: 한 명의 페미니스트 청년으로서 환영한다. 사실 당에 정말 좋은 페미니스트 선배들이 많이 계신다. 다만 그분들이 받아 안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요구를 박 위원장이 충분히 잘 감당했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로서 당연한 의제를 꾸준히 던저주는 게, 이제는 성폭력이나 성차별 이야기를 해도 적어도 '그런 이야기해서 한 표도 안 되는 걸 왜 하냐'는 말에 해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만들어준 것에 굉장히 감사하다.
아름: 여성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기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박 위원장이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하면서까지 행보를 해서 많은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러시를 일으킨 데 대해 존경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박 위원장이 말로만 청년을 내세운 게 아니라 끝까지 자기가 해냈기 때문에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N번방을 공론화했는데 원주에 와서 유세할 때도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해서 (더 와닿았다). '갑툭튀'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저는 박 위원장이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준환: 어떤 경우에도 결과에 대한 평가는 결국 결과로서 증명이 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평가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비대위원장으로서의 평가는 결국 비대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평가해나가야 한다. 다만 우리는 당원으로서 비대위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 옳다면 충분히 공감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비대위원장 자체로는 의미를 가질 순 없다. 청년 당원들이 스스로 계몽하고 개혁해서 청년들이 정치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박 위원장을 택한 민주당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 결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당원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본비: 박 위원장이 여성 청년 계층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느껴가면서, N번방을 공론화시킨 것만으로 충분히 비대위원장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 위원장이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활동하면서 20~30대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이 이어졌다. 그분들은 박 위원장을 보고 들어온 거고, 박 위원장이 있는 한 지속적으로 민주당에 지지와 관심을 줄 거다. 좀 더 나아가 20~30대 여성의 정치 참여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 위원장은 본인 소임을 그 이상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호준: 권지웅 비대위원도 자신의 영역에서 충분한 실력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단지 본인보다 입당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비대위원이 자격이 없을까. 저는 당의 많은 청년 정치인보다 권 비대위원이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 등에서 해왔던 성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보좌진들 사이에선 비판 목소리도 있던데
호준: 경력 순으로 자리를 주는 시대는 지났다. 본인들이 그런 자리에 올라가고 싶으면 본인도 그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부럽다면 본인들도 월급 따박따박 주는 국회가 아닌,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공간에서 본인 이야기를 하는, 얼굴을 드러내는 선수로 나가면 된다. 그림자는 빛이 날 수 없는 법이다.
준환: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른데, 그런 비판은 박 위원장이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그걸 해결해야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기회가 있으니 기대해보고 기다려보는 편이 좋을 거 같다.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됐을 때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행보로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떤가.
준환: 기존 정치 영역에서 젊다고 느껴지는 거지, 생물학적으로는 청년 정치인이 아니다. 또 (최근 비판받는 행보의 이유가) 경험 부족이라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지구당만 몇 년을 경영했다. 누구보다 정치적 훈련을 많이 했고 실력을 기를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이런 행보를 보인다는 건...이 대표는 대한민국 집권여당 대표가 된다. 국민 화합에 본인의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할 분이다. 최근의 행보에 대해서 '기성 정치 문법 파괴'라는 식으로 변호해선 안 된다고 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대한민국 통합을 이루지 않으면 칼날이 본인에게 갈 거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호준: 청년이 하는 정치가 '청년 정치'는 아니라고 본다. 기존 정치권에 문제 제기하고, 그 세대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청년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많은 모습들에선 그분은 단 한 번도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지 않았다.
아름: 정치는 통합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행보가) 청년이기 때문이라기보다 본인 개인의 경험, 역량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가 약자의 편에서 좀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나서 정치의 폭을 넓히는 게 앞으로도 본인에게 좋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 청년들도 기성세대에 줄 서는 정치 말고 당사자성을 띄고 본인이 직접 발로 뛰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본비: 이 대표가 청년 정치인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인인데 나이가 청년일 뿐이다. 청년 정치인이란 청년의 권익과 목소리를 대변하고 청년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이 대표는 20~30대 아주 극소수의 보수 성향이 짙은 남성들만 대변하는, 그들만을 위한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
준환: 청년 정치라는 게 정해진 건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 개념에 너무 목맬 필요는 없다고 상각한다. 청년만 대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이대남', '삼대남'은 가짜 청년이라는 지적에도 공감하지 않는다. 결국 청년 정치인들도 전 유권자 앞에서 평가 받아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각자 바꿔보고 싶은 정치 문화가 있다면?
아름: 당선되면 소위 '어깨에 뽕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안 하고 싶다. 시민들 누구나 연락하고 만나자고 하면 만나고 의원실도 들어올 수 있는 열린 정치를 하고 싶다. 술자리에서 친해져서 어떤 일을 도모하는 거 말고 간담회를 통해 친해지는 사이가 되고 싶다. 또 메일링으로 정기적인 의정활동을 보내줘서 내가 뽑은 사람이 정말 나를 위해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드리고 싶다. 동네 현안도 이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나 직능단체 같은 곳보다 일반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수렴할 계획이다. 또 다음 행보를 위해 누구랑 편 먹는 것 같은 재선을 위한 정치는 안 하고 싶다. 더 나아가 제 뒤를 이을 청년들을 발굴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호준: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돈 쓰는 정치 말고,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얻는 정치,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하고 싶다. 사람들과 언제든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준환: 그동안 정치에 참여하지 못했던 계층들이 많은데, 이들이 정치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의정 활동을 통해 열어주고 싶다.
본비: 정작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가 대변해야 될 이웃들은 정작 본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