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재명, 지방선거 앞두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활동 재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이달 중에 정치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 같다고?
-대선 패배 직후에 지방선거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 나오긴 했는데 일단 그럴 일은 없어 보여. 이 고문의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도 "아직은 지금 조금 더 쉬셔야 하지 않을까"라며 가능성을 일축했어. 다만 지선에서 유세 지원 의지는 상당히 있다고 해. 그리고 실제로 이달 중에 '온라인 플랫폼'을 출범하겠다면서 정치 활동 재개를 예고했어.
-대선 때도 '재명이네 마을', '이재명 플러스'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건가?
-맞아. '시민참여형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건 공통점인데, 대선 때는 이 고문의 공약이나 유세 일정, 지지자들의 건의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광장'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해. 대선 때 선대위에서 온라인 소통을 담당해온 김 의원이 주축이 돼 준비 중이야. 그는 "(이 고문이) 아주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계획인 만큼 이재명 고문을 그리워하는 분들께는 기쁜 소식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어. 플랫폼 명칭은 △너른 마음, 너른 세상 △동행, 그리고 미래 △희망틔움 △반딧불숲 △매화꽃 필 무렵 등을 제시했는데, 이 역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고문의 정치 복귀를 의미하는 듯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경선 끝나고 운영 중인 '청년의 꿈'하고 겹치는 느낌이네(웃음). 낙선한 대선 후보들이 통상 1년 이상은 잠행 모드였던 것에 비하면 이 후보 복귀는 상당히 빠른 편이지?
-지선을 앞두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다시 나올 수 있는 것 같아. 2012년 대선 패배 후 당권을 잡았던 '문재인 모델'처럼 이 고문도 22대 총선 공천권을 쥘 수 있는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가 유력해 보여. 김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고문이) 중앙에서의 정치 경험이 없었고, 국회에 들어와서 다른 의원들과의 의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당대표 출마를 공개적으로 권유했어.
-대선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유입이 눈에 띄는 현상인데, 사실 그동안 이를 수용하는 플랫폼이 없어서 기존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산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이를 한데 모으면 그야말로 민주당 여론을 주도하는 곳이 될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정치에 복귀하는 이 고문에겐 커다란 원동력이 되겠지. 지금도 이 고문 비공식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 온라인상에선 아이돌 팬클럽처럼 이 고문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난달 30일에는 이 고문 부부의 결혼기념일 31주년을 축하하면서 팬아트(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팬들의 창작물)도 쏟아졌어.
-하지만 이 고문도 2030 여성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마냥 좋아할 순 없다고 생각해. 최근에도 이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발칵 뒤집힌 일이 발생했어. 지난 23일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서 박지훈 변호사에게 이동형 작가가 "(방송 촬영하면서) 여자랑 뽀뽀했니? 밑에 반응 왔어 안 왔어?"라고 농담조로 한 발언이 문제가 됐어. 지지자들을 더욱 화나게 한 건 이 고문의 여성 지지층을 일컫는 '개딸'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발음이라며 'X딸'이라고 한 대목이야.
-대다수는 '진보 스피커라고 감쌀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어. 팬카페를 탈퇴한 이들도 있었어. 한 지지자는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그에 대해 시정할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이고 그게 최고의 장점이라 지지하는 건데 '좋게좋게'라는 말로 넘어가야 하나"라고 비판했어. 다만 "갈라치기 그만하자"며 넘어가자는 측도 있었어.
-예측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까. 사실 이 작가는 이전에도 성희롱성 발언으로 지적받은 적이 있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에게 "이게 무슨 미투 사건이냐", "피고소인의 인생은 끝이 났는데 자기는 숨어가지고 말야"라고 발언해 2차 가해 논란이 있었지만 사과하지 않았어. 민주당도 당시 '피해호소인' 발언으로 후폭풍이 거셌지. 다만 이번 논란에 대해선 '이동형TV' 측에서 사과했어.
-박지현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31일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2030 여성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민주당을 지지했고,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표를 모았다"고 분석했어. 새로 유입된 지지층은 젠더 감수성에 예민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돌아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민주당과 이 고문은 명심해야 해.
◆박지현 처음 본 설훈…"마스크 벗고 얼굴 보여 달라" 발언 구설
-지난 3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참석해 민주당 의원들과 일종의 '대면식' 차원의 인사를 나눴지.
-이날 박 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4분 30초가량의 연설을 했어. 그는 "처음으로 민주당 모든 의원님을 한자리에서 뵙고 인사드리게 됐다"며 "너무나 막중한 자리를 맡아 처음엔 솔직히 어리둥절했지만, 많은 의원이 도와주신 덕에 잘 견뎌내고 있다. 감사하다"고 전했어. 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두고 민주당 내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자 공천배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어.
-그런데 이날 누군가 박 위원장에게 '어떤 부탁'을 해서 논란이 됐다고?
-박 위원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자 5선의 설훈 의원이 "얼굴을 잘 모른다. 얼굴을 보고 싶으니 마스크를 잠깐 벗고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당시 진행을 맡은 이수진(비례) 원내대변인이 "얼굴을 모르신다고요?"라고 설 의원에게 물었고, 설 의원은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고 재차 요청했어.
-설 의원의 요청에 일부 의원들은 "네이버에 (검색하면 사진) 다 나온다"며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해. 결국 이 원내대변인도 "(박 위원장 얼굴은) 선거 때 많이 봤습니다"라며 상황을 마무리했어. 박 위원장은 처음에는 잠시 웃음을 보였다가 대답 없이 자리로 돌아갔어.
-이후 설 의원의 요구가 무례하고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왔어. 박 위원장이 나이는 어리지만 당대표급 인사이고, 지난 대선에서부터 꾸준히 당에서 목소리를 내오던 인물인데 '얼굴을 몰랐던 것도 문제, 얼굴을 보여달라고 했던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야.
-설 의원은 뭐라고 해명했어?
-설 의원은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의 의도에 대해 "그동안 박 비대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없어 선의로 한 말"이라고 말했어. 또 "박 비대위원장이 대꾸를 안 하기에 '내가 잘못 말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선의로, 친교의 뜻으로 보자고 했는데 (박 위원장이)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어.
-의총 직후 기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의총에서 한 의원이 박 위원장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다. 인터넷 찾아보라는 다른 의원의 답에 '실물이랑 사진이랑 다르니까 그렇지'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어.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의 전언으로는 (소문처럼) 언성을 높일만큼 험악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설훈 의원이 나이가 있다보니(1953년생) 단순히 박 위원장 얼굴이 그간 궁금해서 그런 요청을 했던 거로 보였다고 해.
-그래도 설 의원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 설 의원은 몰랐겠지만, 박 위원장은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 합류 당시 초반에 신변의 위협으로 마스크를 벗지 않았어. 'N번방(디지털성범죄)' 추적 보도 이후 가해자들이 '딥페이크 합성'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박 위원장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수소문하며 위협한다는 것이 이유였어. 지금은 박 위원장이 마스크를 벗고 매체에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배경들을 알았더라면 그런 말은 안 했으리라 생각해.
-다음 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지지자들이 채팅창에 설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달았어.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 댓글에도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반응이 많더라. 시대가 변하고 국회의원들의 각종 발언들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가 높아지는 만큼 의원들이 한마디 한마디에 더 신경써야 할 계기가 되는 사건이 되지 않을까 싶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이선영 인턴기자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