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 고민했던 유승민, '경기도지사' 도전 평가는?


전문가 "거물급 인사·경제전문가로서 긍정적"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를 최대 승부처로 규정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경기도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오랜 기간 공들여온 지역으로 국민의힘에 '험지'로 분류된다. 유 전 의원의 출마가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경기 지역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기도민 여러분, 저 유승민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하겠다. 그동안 깊이 생각했고, 이제 저의 마음을 확고히 정했음을 보고 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겨냥한 듯 경기도의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고도 했다.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지켜 깨끗한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수개혁'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일자리, 주택, 교통, 복지, 보육, 이 다섯 개 분야의 획기적 개혁 단행을 약속하며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개혁보수의 정치를 경기도에서 꽃피우겠다. 모든 도민들이 따뜻하고 정의로운 경기 공동체 속에서 삶의 희망을 되찾으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경기도지사 자리를 두고 빅매치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선화 기자

유 전 의원은 출마 선언이 늦어진 배경으로 '정계 은퇴'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그는 당내를 비롯한 지지자들의 출마 권유로 인해 깊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또 "출마 선언은 100%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시 수성과 함께 이 전 지사의 '안방'인 경기도를 탈환하는 것이 절실하다. 경기도는 우리나라 전체 17개 시·도 광역시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자체인데다, 대권 가도로 이어지는 교두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목표를 달성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경기도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45.6%)보다 이 전 지사(50.9%)에게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민주당과의 합당을 눈앞에 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거물급' 인사가 나와야 한다는 이른바 '차출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선에 출마한 '거물급' 정치인이면서도 '개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유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우면 경기도 탈환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특히, 윤 당선인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정책·경제' 분야를 보완할 인물로도 적합하다는 평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오랜 기간 정치권에서 경제전문가로 통하며 4선 국회의원으로 중앙정치와의 원활한 소통도 기대된다.

원외 중진이라는 점도 유 전의원의 강점으로 여겨진다. 현역 의원 차출에 따른 의석수 감소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차출론에 무게를 실어주는 이유 중 하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인구 1400만의 경기지사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정치인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라고 했으며, 정미경 최고위원도 "중도 성향을 가진 분들이 나오면 국민의힘에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언급했다. 모두 유 전 의원을 염두에 둔 '능력 중심론'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읽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에 대한 당내 평가는 긍정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유 전 의원의 출마가 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도 신선하면서도 경제전문가인 유 전 의원의 출마는 매우 전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선화 기자

이같은 '경기도지사' 차출론에 유 전 의원은 "정계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다만, 유 전 의원 최측근에 따르면 그는 당내 요구와 주변의 권유에 깊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 최측근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 내부에선 유 전 의원을 필승카드로 여기는 것 같고, 주변에서 출마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으로 고심 끝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며 "유 전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인 외연확장을 내세워 꼭 승리하겠다"고 자신했다.

유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당내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중진 의원은 "경기도는 국민의힘에게 굉장히 어렵지만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지역"이라며 "국민의힘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유 전 의원이 같이 경쟁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경기도에 연고가 없는 유 전 의원에게 힘든 싸움이 될 수 있겠지만, '거물급' 정치인이면서 경제전문가이기에 이만한 인재가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유 전 의원이 '윤핵관이 아니라는 점'과 '중도확장성'을 거론하며 "신선하다"는 평을 내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유 전 의원의 출마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기회"라며 경제전문가이면서 대선후보급 인물이 지방선거에 나오는 건 굉장히 전략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역할을 잘 수행할 경우 "새롭게 출범하는 윤 당선인 정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 직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향후 행보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계기를 통해 승부수를 건 것 같다"며 "안됐을 경우에 큰 충격이 있겠지만, 모두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유 전 의원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위해 경기도청이 위치한 수원을 시작으로 경기도 순회 일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에 따르면, 지역을 돌며 경기 맞춤 공약을 발표한 뒤에는 '국회의원'을 보냈던 대구 경북 지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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