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또 한 번의 결집이 가능할까.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2030 여성'들에게 폭발적 지지를 얻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고 '이대남'(20대 남성)을 공략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견제를 위한 결집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세를 이어 오는 6월 있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젊은 여성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지에 대한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2030 여성들의 결집에 고무됐다.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청년·여성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등 '청년 훈풍'을 통한 쇄신을 꾀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마저 패할 경우 정국 주도권이 급격하게 윤석열 정부로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안팎으로 젊은 세대의 민주당을 향한 표심이 지방선거로까지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8일 민주당 여성위원회가 전문가들과 함께 개최한 '20대 대선의 의미와 6.1 지방선거의 과제' 토론회 내용은 지방선거 앞둔 민주당의 쇄신과 변화의 필요성을 진단했다. 먼저, 전문가들은 '청년 훈풍'이 민주당을 향한 배경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박 위원장 영입이 2030 여성 지지의 '전환점'이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당에서 '20대 여성'의 목소리('이재명 멱살이라도 잡고 가겠다' 등)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에 새로 입당한 젊은 여성들은 ①이준석 당 대표가 싫어서 ②박 위원장을 지지해서 ③이 상임고문의 낙선이 미안해서 등의 복합적인 연유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 것"이라며 "지방선거까지 이러한 지지를 유지하려면 지방선거에 청년·여성 등 상징적인 후보를 내놓거나 젊은 여성들에 특화된 정책 공약을 중점적으로 주요 공약을 내세우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위원장은 대선 막바지에 영입됐다. 대선 이후 사그라들 줄 알았던 박 위원장을 향한 관심은 '민주당 비대위' 출범과 함께 전문가들의 진단처럼 '현재 진행형'으로 더 불이 붙었다. 29일에는 박 위원장의 생일이 알려지며 SNS상에서는 2030 여성들이 '불꽃대장(활동가명 '불꽃'+대장) 박지현 생일 축하한다'는 내용의 '해시태그(#)'를 단 축하 게시물들이 이어졌다.
일부는 박 위원장이 활동가였던 당시 쓴 책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구매하고 호평 후기를 남기자는 움직임도 나왔다. 이들은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책 구매 인증샷을 함께 올리며 응원했다. 최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생일에 2030 여성들이 '생일축하 소액 후원'을 인증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2030여성의 민주당 지지는 대선 이후 입당 열풍으로도 이어졌다. 민주당 서울특별시당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온라인 입당자 1만 1000여명 중 80%가 여성이며 이중 2030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는 민주당 입당 독려 및 관련 절차 안내 글이 올라왔으며 입당 인증샷도 잇따랐다.
민주당은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2030 여성 지지층을 향한 전략으로 '여성·청년 공천' 등 당내 쇄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비례) 의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지난 7회까지의 지방선거에서 배출된 23명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0명이고 수천 명의 기초단체장 중 여성은 30명이 채 안 된다. 부끄러울 정도의 여성·청년 대표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의 의미 있는 움직임과 니즈를 잘 파악해 다가오는 지선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대선 패배 이후 대거 유입된 2030 세대와 꾸준히 소통할 기회를 늘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당 여성위 소속 권인숙 의원은 오는 31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2030여성 입당의 의미를 살피고 '성평등 의제' '정치개혁' '사회변화 요구' 요구 등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의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목표다. 신규 여성 당원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늘려 이들을 민주당의 '집토끼'로 끌어들일 기회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승리를 위한 '필승법'이 될까는 아직까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또 벌써부터 '쇄신'에 반하는 파열음(서울시장 출마 관련)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정 평론가는 현재 민주당이 2030 여성 포섭을 포함,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한 '쇄신'과 '변화' 추구에 대해 "(당 쇄신과 선거 승리 전략이) 잘 맞물리지 않는 것 같다"며 "'기득권 타파' '정치 개혁'을 외쳤던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서울시장 차출론'이 나오는 상황은 (대선 당시) '586 용퇴론'을 얘기하던 부분과 상당히 상충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