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논란 중심 선 이준석…'전장연' 비판에 與野 일제히 비판


李 측 "시위나 투쟁 방식을 문제 삼는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며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는 29에도 왜 3·4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이 투쟁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면서다. 당 안팎에서 일파만파 확산하는 논란에 인수위는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 수습에 나섰다. '약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향후 이 대표를 둘러싼 갈등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2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권력자를 향해 각성을 촉구하는 게 보통의 시위 방식이라며 "왜 3·4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이 투쟁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특히, "볼모 삼아서 시위하지 말라는 표현은 관용적 표현인데 뭐가 문제냐"며 "결국, 제가 한 말의 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보니까 어떻게 장애인에 대해 (볼모라고) 얘기할 수 있냐(고 말 하는데) 성역화죠"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공개 발언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공권력을 통해 대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수위 높은 발언에 다소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치는 것은 물론,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장연과 대립각을 피해야한다고 보기 깨문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이 대표의 시위 관련 발언에 대해 "제 답변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전날(28일)에는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장연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 무릎 꿇고 사과하기도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오른쪽)가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차기 정부를 이끌어야 할 인수위원회도 '혐오' 논란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통합' 메시지가 나와야 할 시점에 약자를 혐오하는 정치 세력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이날 전장연을 찾아 이들의 입장을 경청하며 이 대표와의 '거리두기' 행보를 보였다.

해당 분과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경청하러 왔다. 2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단기·중기·장기적인 것에서 검토 중"이라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절박하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부분도 이해합니다만, 또 이로 인해 다른 시민들께서 불편을 겪고 계시니까"라며 중재에 나섰다.

인수위가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은 이 대표의 발언이 당 안팎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리스크'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개인적인 이슈 파이팅"이라고 당론이 아님을 명확히 했지만, 여권을 넘어 인수위의 의견으로 비침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 나왔다. 다운증후군 장애 딸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위한다는 것을 조롱하거나 뗏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 대표가 '비문명적 시위', '시민을 볼모 삼아'라고 한 발언을 지적했다.

지체장애인인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를 직접 만나 "전장연에 대한 계속되는 비판 발언으로 인해 장애인과 시민들이 대립적인 구조로 가는 부분은 우려가 된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고, 우리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이 상당히 있다"고 전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꾸 문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갈등만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전장연과 간담회를 열고 이 대표가 약자를 대상으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리스크'로 진단하고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까지 약속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장애인 분들이 불편한 몸으로 시위를 하시게 된 것은 모두 저희 정치인이 태만했기 때문"이라고 몸을 숙이면서도 "자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갈등만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대표께서는 장애인 시위를 두고 '서울 시민을 볼모로 삼는 시위'라고 했는데 이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왜곡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를 향한 거센 비판에,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장연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고 시위나 투쟁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이동권 자체가 제한되는 부분에 대해 (시위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내 비판에 대해선 "다소 과한 부분이 있다"면서 "철저하게 원칙을 갖고 얘기하겠다"고 향후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제 지하철 시위로 출퇴근길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며 "약자와 정치인의 싸움으로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다소 거센 발언과 언행이 문제 되고 있기에 갈등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지체장애인협회와 긴밀하고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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