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삼청동=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 이행과 민심 사이에 놓였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는 윤 당선인의 방침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더군다나 각종 민생과 국정 현안 이슈를 '용산 집무실 이전'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여러 국정 과제를 어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함과 동시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취임에 맞춰 '용산 시대'가 열리면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새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국민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 의뢰로 지난 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은 44.6%, '반대'는 53.7%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살 이상 1018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1%가 '현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33.1%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윤 당선인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윤 당선인이 밝힌 496억 원의 이전 비용은 축소된 것이고, 안보 공백도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민 여론을 고려한 듯,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하고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향해 '발목 잡기'를 멈추라고 맞서고 있다. 윤 당선인의 구상과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인식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방역 실패와 소득 양극화, 일자리 축소, 부동산 문제 등 경제정책 실패를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를 때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신·구 권력과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분열 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팽행한 기싸움에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산 집무실 이전을 두고 청와대 윤 당선인 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안정적인 정권 이양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당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민의 삶을 향후 어떻게 달라지게 할 것인지 국민에게 큰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혼란스러운 국민을 위해서도, 윤 당선인으로서도 정권을 잘 넘겨 받아 (새 정부가) 연착륙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부드럽게 (현 정부 측과)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