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18일 "(시장실패와 정부 실패가 발생해) 고통받은 국민께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언급해 친문 진영 의원들로부터 공개 사과를 요구받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 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오늘은 민주당과 정부가 민생정책에서 시장을 존중하지 않았고 시장을 이기려 했다가 실패한 민생정책들을 반성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가상시장 규제 등을 지적했다.
채 위원은 먼저 "민주당과 정부는 내 집 가지려는 국민 마음을 죄악시하고 불로소득 환수라는 정책목표를 우선시하면서 1주택까지 부동산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심지어 화나게 만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정권 초기 2년간 시장에서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히 인상한 최저임금과 영업제한에 따른 손실보상을 너무나 턱없이 부족하고 뒤늦게 했다"며 "이 역시 자영업자들을 화나게 만들고 심지어 생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직격했다.
그는 또 "멀쩡히 있는 가상시장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려고 했고, 지금도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제도화를 미루면서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을 한국에서 떠나게 만들고 투자자들은 사기 코인이나 불공정 거래 위험에 내몰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향은 맞더라도 속도가 맞지 않으면 정부 실패가 된다.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가 같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간다. 그래서 정말 유능해야 한다"며 "하지만 민주당도 정부도 그러지 못했다. 반성하고 고통받은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세 부담 완화, 체감 가능한 자영업자 지원 대책, 블록체인 기술과 가산자산 시장 활성화 입법 추진 등을 약속했다.
이는 친문재인(친문) 진영 의원들의 공개 비판을 정면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채 위원은 최근 공개적으로 20대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떠나보냈다"라고 밝혔고, 조국 사태 등 문 정부의 내로남불과 불공정을 지적하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날(17일) 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저희는 지난 5년이 '공'은 하나도 없이 '과'로만 채워져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5년의 국정운영이 '나쁜 정치'라는 한 단어로 규정되는 것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채 위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채 위원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배재정 비대위원은 이재명 상임고문 측 지지자들에게 항의성 문자,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성토했다.
배 위원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대장동 특검 추진을 요청하는 문자와 전화 등을 받고 있다며 "이같은 요구는 국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염원을 담은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에서 국민의힘 도운 것 아니냐' '뭘 했다고 비대위 자리 꿰찼느냐' '양심 있으면 자진사퇴하라' 등 더 심한 말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대선에서 패했다. 지금은 잘못을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으로 국민께 믿음을 드려야 하는 시기다. 내부적으로는 상처를 보듬고 서로 위로해야 할 것"이라며 "지도부도 의원들도 당원들도 지지자들도 같이해야 가능하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른바 '가짜뉴스'가 대선 패배를 넘어서야 하는 민주당에 또 다른 상처 내도록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원님들과 지지자들에게도 간곡히 요청드리겠다. 분열의 언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을 중단해달라"며 "먼저 저 스스로 더 삼가겠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아픈 마음을 직시하고 저의 말이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더 유의하겠다. 치열하게 토론하되 책임의 화살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