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당선을 확정한 이후 광폭 행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르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을 마무리 짓고 정권 이양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를 이어갔고, 민생을 살피며 시민과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당선 첫날이었던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며, 국회의 '여소야대' 지형을 의식해서인지 '협치'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으로, 윤 당선인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106석) 의석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그는 대국민 인사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했다.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의회주의를 늘 존중하겠다"며 "의회와 늘 중요한 국가 현안을 상의하는 정부 운영을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의장님께서 많이 가르쳐주시고 좀 도와주십시오"라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향후 국무위원 조각과 공약 이행, 코로나19 위기 극복 등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거대 야당'과 협치가 필수다. 더군다나 '성공한 정부'를 표방하는 윤 당선인이 민주당의 집중 견제에 시달린다면 임기 초반부터 국정 동력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당선인 신분 첫날부터 '협치'를 강조하며 의회와 상의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통화로 외교 행보도 본격화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 첫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화 전화를 받은 데 이어 이튿날(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협력하자고 했다.
14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에서 양국 간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미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의 공조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16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17일)와도 통화, 양국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교롭게도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들과 모두 통화를 마쳤다.
윤 당선인은 향후 5월 취임 이후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정세는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우크라'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게다가 미·중 갈등도 지속되고 있고 최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윤 당선인은 동맹국인 미국과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강력한 한미동맹 체제를 재건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에 관해선 '힘에 의한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미·중 신냉전 구도 속에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계승할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대(對) 중국에 대해선 불편한 관계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은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보복으로 맞대응 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1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서신을 전달받았다. 다만 시 주석과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과 '소통' 이미지도 차곡차곡 쌓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 15일 경북 울진 산불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과 만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지금 정부와 잘 협조하고 5월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세밀하게 잘 챙기겠다"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어 강원 동해시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의 고통을 나누고 지원을 약속했다.
'외식 나들이'로 시민과 밀착하는 행보도 보였다. 인수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첫 출근날인 지난 14일에 회의를 마친 뒤 남대문시장 방문을 방문했다. 상인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식당에서 '꼬리곰탕'을 먹으며 격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산불 피해 현장에서 '짬뽕'을 먹었던 윤 당선인은 내친김에 인수위 참모들과 인수위 주변 식당을 찾아 '업무 오찬'으로 이어갔다. 16일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통의동 근처에서 '김치찌개' 오찬을 마친 뒤 즉석에서 산책을 제안했고,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모습을 보였다. 17일에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과 함께 도보로 인수위 근처 식당에서 '파스타' 등 양식을 먹었다.
한편 윤 당선인은 17일 인수위 인선 구성을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당선 이후 일주일 만이다. 인수위에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기획위원장을 비롯해 7개 분과에 모두 24명의 인수위원들을 선임했다. 18일 현판식을 진행하고 본격적으로 정권 인수 작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