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면론'에 김경수도? 속내 복잡한 민주당


지지층 거센 반발 우려…일부 친문 '김경수 회생 카드' 제안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 측의 MB사면 요청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 모습.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친문 진영 일각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동시 사면 카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강원 동해시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에 마련된 산불피해 이재민 임시거주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관한 입장을 묻자 "여기서 말씀을 드려야 되나"라며 말을 아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두고 민주당의 입장은 서서히 변해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1월 이낙연 당시 당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이 있은 뒤 여권 지지자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어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 사면 결정한 뒤에도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건강 상태도 나쁘지 않고 본인이 저지른 범죄라며 사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선 패배 후 당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불만이 쌓여 있는 지지층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 진영 지지층 사이에서 이 전 대통령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640만달러 상당의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도록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인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사면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박 전 대통령 때보다 거셀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선 이후 'MB사면론'을 공개 언급한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최근 당원과 지지층에게 문자 폭탄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다만 친문재인(친문) 진영에서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 대통령 임기 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을 주장한 것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해 7월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고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2028년 4월 전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군에서도 멀어진 바 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통합차원에서 당연한 요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포함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먼저 꺼내기는 어렵겠지만 윤 당선인이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는 형식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며 "김 전 지사는 수감된 지 형기의 절반을 지나고 있어서 사면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고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라서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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