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차기 당권 노릴까…'당원 10만 명' 급증


당권 장악 후 대선 재도전 전망…사법 리스크 관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하는 이 전 후보.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아깝게 패배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차출설, 차기 당대표 출마설, 22대 총선 등판설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결속력을 높인 당원들에 힘입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대장동 의혹' 등 사법 리스크의 향방에 따라 이 전 후보의 향후 행보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날인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제가 부족했다"라고 짧게 글을 남긴 이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20대 대선 기간 하루 평균 2개 이상 글을 남기며 지지자와 활발히 소통해온 모습과 대조적이다.

다만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미국행을 검토 중인 이낙연 전 대표와 달리 해외 체류 계획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 상임고문에 위촉되고, 박지현 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데 힘을 보태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역대 대선 패장들이 선거 직후 1년 이상 최대한 발언을 삼가고 잠행 모드에 돌입한 것과 다른 행보다. 아쉽게 패한 유력 대선 후보는 낙선 충격이 상당하다. 때문에 해외로 떠나거나 정계은퇴, 리더십 타격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당내 기반이 약했던 낙선자들은 쉽게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2007년 대선에서 낙선한 정동영 후보는 낮은 득표율로 사실상 정치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7년 대선에서 2위였던 홍준표 후보는 55일 만에 당대표로 선출돼 정치를 재개했지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에 밀려 21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지만, 당내 대선 경선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당내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정권 말 총선 등 격변기 전면에 등장, 대선에 재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영삼(YS)·김대중(DJ)·박근혜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총리, 문재인 대통령 모두 대선에 재도전했다. 이들 모두 '집권말 당권 장악'이 필수 코스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로 복귀했는데, 2016년 총선에서 '친문' 의원이 대거 입성하면서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당내 일각에선 벌써 지방선거에서의 이재명 역할론이 제기되지만, 지선 이후 정치 재개가 유력해보인다.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이 전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여권 내에서도 이 전 후보가 이 같은 행보를 밟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올해 8월 당대표를 맡아 2024년 4월 치러질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친이계'를 형성한 뒤, 2027년 21대 대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방선거 등판설'은 시기상조이며, 오히려 지선 이후 쇄신 요구를 동력 삼아 당권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4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본인도 충전하고 수습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 당장 지금 이 전 후보가 현재 정치권에 뛰어들어서 활동해야 할 불가피성도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지도부도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터에 장본인인 이 전 후보가 나선다는 것도 모양상 안 좋다.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지방선거 때 바로 등판하는 조기 등판은 (이 전 후보에) 별로 유리하지 않다. 임기 초반이고 대선 연장선에서 치르는 거라 국민의힘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후보를)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에 2선으로 물러나 있으면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낙연계나 친문 진영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전 후보를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런 가운데, 대선 이후 민주당 당원 수가 급증한 점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선 이후부터 어제(13일)까지 신규 당원 입당은 6만 여명이고, 입당 신청을 했는데 아직 처리가 안 된 분들까지 합하면 10만 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8월 당대표 선거권을 부여받기 위한 '당원 러시'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도 친여 성향 커뮤니티 중심으로 민주당 입당을 독려하거나 가입 인증샷을 담은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지난 11일 "민주 진보의 지지자들이 100만 표 민주당 권리 당원으로 가입하셔서 (이 전 후보를) 무투표로 추대해달라"며 당원 가입을 호소한 바 있다.

지지자들의 당원 가입은 해당 정치인의 보폭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 지난 2012년 12월 대선 직후 문 대통령 팬클럽 내부에서는 '입당' 열풍이 불었고, 2015년에도 대표였던 문 대통령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하자, 온라인 당원 가입 제도와 맞물려 친문 당원들이 급증한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과감하게 당권을 행사해 당내 기반을 탄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전 후보의 앞날이 마냥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친문, 친이낙연계와의 계파 다툼에서 주도권을 잡더라도, 외부 요인으로 대장동 의혹, 성남 FC후원금 의혹,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아들의 도박 논란 등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다. 거대 야당의 당대표가 될 경우 어느 정도 정치적 보호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평론가는 "(민주당이) 지선까지 패한다면 혁신형 비대위를 만들고, 전당대회를 거쳐 총선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당대표가 돼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자기 계파를 만든다면 이 전 후보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이 전 후보가 행보를) 어떻게 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대장동 이슈도 있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서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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