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022] 광화문서 '파란 물결' 피날레…이재명 "대동세상 만들겠다"


장애인·이주민 등 8인과 '통합' 강조…김혜경 씨 대신 50년지기 등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대동세상의 꿈을 만들어가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서울 중구=박숙현 기자·이선영 인턴기자] "우리 모두의 꿈. 함께 어우러져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대동세상의 꿈을 저 이재명이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촛불집회'를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에서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유세를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3월 10일 1700만 촛불로 꿈꾸었던 나라, 국민 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나라, 국민이 화합하는 새 나라에서 만나자"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청계천 광장은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이날 저녁 7시 18분. 이 후보가 유세를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파란 풍선으로 물든 군중석에선 "이재명"을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손을 번쩍 흔들며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이 후보는 무대 양 옆과 중앙을 이동하며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저녁 7시 40분. 본격적으로 연설을 시작한 이 후보는 5년 전 '촛불집회'를 상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이곳 청계광장은 국민들이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에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바로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우리가 광장에서,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지키자는 절박함이었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한 열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이재명에게는 꿈이 있다"며 대선 경선 때부터 강조해온 '억강부약·대동세상'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강자의 부당한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보듬어 함께 사는 나라, 억울한 사람도, 억울한 지역도 없는,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단 한 사람도 없는 나라가 저 이재명의 꿈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며 위기극복·국민통합·유능한 경제·개혁 대통령이 되겠다"고 지지를 부탁했다.

이 후보는 김구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전통 지지층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윤호 기자

이 후보는 또 민주계열 정당이 배출한 정치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전통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저 이재명을 선택해주시면 김구 선생님이 못다 이룬 자주 독립의꿈을,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을,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의 꿈을,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소리쳤다.

이어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인사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역사적인 대 회전의 장에서 마지막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주시겠나"라고 하는 등 초박빙 판세를 의식한 듯 연설 내내 한 표를 호소하는 절박한 심경을 보였다.

이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관중석에서는 "사랑합니다" 잘 생겼다" "이재명 멋지다"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논란에 휩싸인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이날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이 후보의 50년지기 동창생들이 무대에 등장해 이 후보를 응원했다. /남윤호 기자

이날 광화문 유세에서는 이 후보 연설에 앞서 생애 첫 투표자, 척수장애인, 70대 부부, 자영업자, 결혼 1년 차 신혼부부, 스리랑카 출신 결혼 이주민 등이 무대에 등장해 각자의 꿈을 소개했다. 이 후보의 '국민통합정부론'을 부각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함께 사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협력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함께 사는 공동체 만들겠다고 확실하게 약속드린다"고 화답했다.

각종 의혹으로 공식 선거운동 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부인 김혜경 씨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부인 김정숙 여사와 딸 다혜 씨, 외손자 등이 등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이 후보의 '오십년지기' 초등학교 동창들이 꽃다발을 들고 등장해 응원을 보냈다.

이 후보 동창 박현욱 씨는 "내 친구 재명이에게"라는 편지 형식의 글을 읽었다. 그가 "재명아 출세했다"라고 할 때는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 씨는 이 후보에게 "대통령 되더라도 초심잃지 마라. 가난한 사람도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주라. 국민을 이기려고 하지 마라"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우리 재명이 꼭 대통령 만들어주십시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광폭 유세를 벌여온 캠프 핵심 인사들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결했다. 단일화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를 비롯해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등 당내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둔기 피습'을 당한 지 하루 만에 대선 지원유세를 재개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머리를 붕대로 감싼 뒤 모자를 쓴 채 등장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민생·평화 부분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힘은 길게 집권했건만 남북회담 한 번도 못하지 않았나. 국민의힘 사전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없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수 리아, 개그맨 노정렬 씨와 서승만 씨 등 연예인도 이 후보와 포옹하고, 만세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 현장에는 양희은의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이 후보를 비롯해 주요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여운을 만끽했다.

이날 유세장에서는 이 후보의 국민통합론을 부각하려는 듯 각양각색의 국민 대표 8인의 꿈을 소개하기도 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국민 대표 8인의 발언에 답하고 있는 이 후보. /남윤호 기자

이날 오후 6시경부터 시작된 광화문 유세전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영상 5°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청계 광장 입구부터 무교동 사거리까지 틈을 파고들 수 없을 정도로 인파로 가득 찼다. 민주당 선대위 측은 이날 6만 명이 운집했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연신 "이재명"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 시간 이상 이어진 광화문 유세 현장을 지켰다. 별모양 응원봉이나 파란 풍선을 들고 휴대폰 조명으로 불꽃 물결을 연출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후보를 응원했다.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다' '검찰 쿠데타 저지하자'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깃발도 눈길을 끌었다. 연설이 끝나고 돌아가는 시민들에게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에서는 '검찰왕 전쟁광 안돼 국민이 투표로 막자' '검찰왕국 안돼' 등의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집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라며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광화문 집중유세를 마친 이 후보는 젊은 층이 모인 서울 홍대를 끝으로 숨 가빴던 22일간 대선 레이스를 마무리 짓는다.

앞서 이 후보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선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특별 기자회견으로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추진위원회' 중심으로 당선 즉시 국민통합정부 구성 착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 '공통공약 추진위원회' 추진 △50조 규모 긴급재정명령 또는 추경, 신용 대사면 등 추진 코로나19 영업제한 해제 △주요 공공요금 코로나19 종식 시점까지 동결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 체계 타파 △당선 즉시 미국, 중국, 일본, 북한에 특사 파견 등을 약속했다. 이후 이 후보는 여의도를 시작으로 경기 고양과 파주, 인천과 광명, 서울 신도림에 이어 광화문까지 마지막 날에도 강행군 일정을 소화했다.

이 후보는 이번 22일간의 유세 기간 총 80회의 현장 유세를 벌였다. 이 가운데 서울이 총 24회, 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총 23회로, 서울·수도권 지역(총 47회)이 전체 유세의 58.5%를 차지할 정도로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충청권 9회, 대구·경북 지역 8회, 부산울산경남·호남 6회, 강원 3회, 제주 1회 등이었다. 총 이동거리는 5266㎞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1만600㎞)보다 이동거리는 짧지만, 유세 회수는 약 두 배 차이 난다고 민주당 선관위는 전했다.

한편 이 후보의 광화문 유세가 끝나자마자 약 400m 떨어진 시청 광장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피날레 유세'에 나섰다. 은근한 신경전도 있었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마지막 유세장으로 서울시청 광장을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유세 준비와 진행이 코로나 검사에 방해가 되고 혼잡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결정했다"며 우회적으로 국민의힘 측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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