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또 철수'…안철수의 아리송한 행보


세 번째 대선 도전 중도 하차…'밥그릇 챙기기' 비판도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후 일부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안 후보에게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 대표는 대선 완주 의사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3일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로써 그의 세 번째 대선 도전도 허무하게 끝났다. 그동안 줄기차게 완주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철수'라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막을 내린 안 대표의 대선 시네마. 그의 오프닝이 떠오른다. 지난해 11월 1일 국회 앞마당. 제법 쌀쌀해진 늦가을이었는데 유난히 화창하고 맑은 날씨였다. 국민의당 당색인 주황색 차림을 한 50여 명의 지지자가 안 대표의 대선 출마를 응원했었다. 이들 앞에서 안 대표는 대선 출마선언문을 읽었다.

"이 나라를 5년간 맡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들은 어떻습니까? 국민들은 '놈놈놈 대선'이라고 합니다.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만 있다며 걱정이 태산입니다" "진영이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해온 저 안철수는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꿋꿋하게 그 길을 갈 것입니다."

이제는 의미 없는 말로 남아버렸다. 안 대표가 승산 없는 대선을 완주하는 자체가 무모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당선권과 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거 특성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다. 대선 막판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가 박빙 구도를 보였다는 점은 참작할 만한 대목이다.

안 대표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여론도 더러 있다. 단일화에 대한 적절한 '당근'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 대표는 총리 등 내각에 들어갈 수 있거나,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 등 실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양 당은 대선 이후 즉시 합당을 추진하고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당체제를 종식시키고 다당제를 이루겠다는 안 대표의 약속은 무색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국회 잔디광장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는 안 대표. /남윤호 기자

단일화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정치사에서 단일화는 대선 판세를 뒤흔드는 중대 '카드'로 쓰여 왔다. 2002년 대선 때 패색이 짙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발판 삼아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공학적으로 단일화는 일종의 최종 병기이자 승부수인 셈이다.

그런데 안 대표가 대선을 불과 엿새 남기고 돌연 '철수'한 것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대선 기간 내내 완주 의사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달 13일 윤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제안했고, 국민의힘 측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자신의 제안을 철회했다.

이후 그는 지난달 27일 여수 유세에서 "단일화 협상은 시한이 이미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대화하고 싶다는 윤 후보의 제안도 거절했다.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윤 후보를 압박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윤 후보와 전격 회동을 통해 단일화에 합의했다.

안 대표가 돌연 생각을 바꾼 진짜 이유는 모른다. '이제 양당 체제를 종식시키고 다당제를 이루겠다', '개혁 과제를 완성하겠다'는 그의 약속은 믿기 어렵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단일화 이후 사과의 메시지를 냈음에도 안 대표와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반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벌써 안 대표가 네 번째 창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 공천권 지분 싸움을 예견하는 것이다. 어쨌든 2011년 정계 진출 이후 수차례 철수를 감행한 그의 이미지가 어떤지 짐작된다. 정치인의 언행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있을까. 앞으로 안 대표의 정치 인생에 있어서 이번 '철수'는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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