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위상 좌우할 '결정적 10년'…文정부가 내다본 안보 전망은?


文대통령 주재 NSC 확대 관계장관회의서 '향후 10년 안보' 전망 논의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 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복합적인 안보 위기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차기 정부가 처음부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국가안보실로부터 '2021~2030 안보 위협 전망'을 보고받고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치', '경제', '신(新)안보', '신흥기술' 네 가지 분야로 구성된 2021~2030 안보 위협 전망 보고서는 격화되는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특히 신흥기술의 부상 등 새롭고 복합적인 위기의 등장이 국제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지는 안보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데 기여하고자 유관 부처와 학계 및 연구기관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작성됐다.

국가안보실은 향후 10년은 우리의 선진국 위상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10년'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지속적으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할 주요 분야를 식별, 이에 전 국가적 자원과 역량을 투입함으로써 미래의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했다.

◆정치/체제와 가치 경쟁 심화…국제질서 재편 조짐

정치 영역에서는 현재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규범이 국제정치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체제와 가치 경쟁이 여타 분야와 복합적으로 연계·확산되면서 국제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체제와 가치 경쟁의 심화', '포퓰리즘 강화와 민주주의의 퇴행', '가치와 기술·공급망·수출·투자통제 간 연계 움직임의 확대' 등이 식별됐다. 또 주요 기회요소는 '선진국 위상과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공고화', '민주주의·인도주의적 협력에서의 선도적 역할 수행', '글로벌 가치 선도국 진입을 통한 전략적 위상 제고 가능성' 등이 전망됐다.

향후 10년간 우리가 중점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주요 분야로는 '글로벌 민주주의 회복력을 위한 국제 협력의 강화', '가치와 기술·공급망·수출·투자통제 간 연계 움직임의 확산' 등이 도출됐다. 이에 따라 주요국의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등 대응 방안을 더욱 치밀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게 국가안보실의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NSC 확대 관계장관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자료를 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경제/'에너지·광물자원·식량' 공급망 불안정…국가이익 핵심 '경제 안보'

경제 안보는 국가 간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다른 분야보다 월등히 높은 상호의존성을 보이며 복잡하고 고도화된 공급망으로 인해 한 지점의 충격이 다양한 분야로 파급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공조와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경제 안보는 핵심적인 국가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공급망 불안정', '국내 핵심 에너지 인프라 시설의 취약성', '탄소 규제와 에너지 전환'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신규 시장의 등장', '에너지 신산업 육성과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 등이 전망됐다.

향후 10년간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주요 분야는 '에너지 안보 차원의 공급망 불안정', '전력망·석유·가스 파이프라인 등 국내 핵심 에너지 인프라 시설의 취약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에너지 전환' 등이 도출됐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실은 "향후 에너지 안보를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을 더욱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핵심 광물자원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지정학적 갈등과 자연재해, 전염병 등에 따른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의 불안정', '경쟁국의 핵심 광물자원에 대한 배타적 정책'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로 '해외 자원 인프라 구축의 기회 증대', '핵심 광물자원 관련 산업의 육성 가능성' 등이 전망됐다.

식량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국내 식량 자급률의 하락', '국제곡물 생산 및 가격 변동성 확대'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우리 기업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 '높은 수준의 세계 곡물 재고율' 등이 전망됐다.

향후 10년간 식량 분야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주요 분야는 '안정적인 자급 기반 확충', '국제곡물 시장 위기 대응력의 강화' 등이 도출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식량안보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식량 자급률 제고와 해외 곡물 도입선 다변화 등의 노력을 배가해 나가야 한다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신안보/초국가적 위협으로 부상…통합·예방적 대응 전략 강화

신안보는 국가 단위의 전통적 군사안보를 넘어 테러, 환경과 보건 등 비군사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초국가적 위협으로, 비가시적이고 예측이 곤란하며 다층적·복합적 특성을 보이면서 다른 이슈와 연계되어 연쇄적인 파급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나 팬데믹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에 주요국들은 위기감을 갖고 통합적·예방적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테러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해외의 우리 국민·기업 대상 테러 위협', '외로운 늑대형 자생테러', '사이버 공격을 비롯한 신종 테러기법 증가'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대테러 국제공조 강화를 통한 대테러 분야 선도국 위상 제고', '국제행사 등 계기 시, 대테러 안전활동의 성공적 수행으로 Safe Korea 위상 정립' 등이 전망됐다.

기후변화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극한 국지적 자연재해 또는 해수면 급상승으로 인한 피해 발생', '기후변화에 따른 신종 감염병 발생', '재해재난 대비 군의 역할 변화와 극한 기후환경에서의 군사작전 수행 제한'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기후예측 시스템 개발 등 기후변화 적응 대책 발전',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과 기술개발로 그린에너지 선도국으로의 부상', '남북 녹색 협력 가능성' 등이 전망됐다.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분야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주요 분야는 '극한 자연재해 또는 해수면 급상승에 대비한 적응 대책 수립', '에너지 전환에 따른 리스크 관리', '기후변화가 국방·군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비'가 도출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기후 리스크 평가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신안보 위협 속 군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비하며 기후변화 선진국, 국제기구, 해외연구소 등과의 국제 협력 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팬데믹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기존 대응 체계를 초월한 새로운 팬데믹 출현(중증도 증가와 주기 단축)', '전국적·대규모 감염 발생에 따른 의료시스템 한계 도달',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 심화', '군의 전력 운용과 작전능력 제한'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백신·치료제 연구와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 '공중보건시스템 강화', '방역 패러다임 선도 국가로서 국가브랜드 상승' 등이 전망됐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내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 앞에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신흥기술/AI·빅데이터·6G…기술 블록화 대비 필요

신흥기술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기술로서 기술의 미성숙성과 시장의 미형성으로 현재로서는 기회와 도전 양상 또한 불확실하지만, 사회·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는 매우 엄중한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주요국들은 신흥기술을 국가 번영과 안전에 직결되는 핵심 국가안보 영역으로 규정하고 선제적인 기술 확보와 보호, 국제 규범과 표준화 등을 주도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 블록화에 대한 대비도 긴요한 분야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자율무기 시스템의 급속한 발전', '전장 지능화', 'AI 기반 인프라 시스템의 마비나 오작동 가능성'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군 전력의 획기적 강화'와 '신산업 창출과 산업 전반에 대한 파급 효과' 등이 전망됐다.

컴퓨팅, 암호통신, 계측 등을 중심으로 한 양자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암호 체계 무력화', '스텔스 표적 탐지', '초경량·초감도 계측'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안보 분야 통신과 감시정찰 능력의 비약적 발전', '신산업 창출과 산업 전반 파급효과' 등이 식별됐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다각적 생물안보 위협 증가', '생물무기 대응 역량 부족', '연구개발·산업공급망 경쟁'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신소재·신물질 생산과 민군 활용', '의학발전 가속화', '신산업 창출과 산업경쟁력 제고' 등이 식별됐다.

6G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자율주행·원격조종의 군 무기화', '표준 경쟁 심화', '6G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확보'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민군 협력과 기술·산업 선도 및 군 통신 네트워크 발전',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등이 식별됐다.

우주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우주공간의 전장(戰場)화', '반우주 공격수단 다양화', '핵심 부품·기술 수출통제 강화'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는 '군사적 감시·정찰 능력 증강과 지휘통신 체계 강화', '우주기술의 상용화와 활용 확대', '국내 발사체·위성 산업 성장' 등이 식별됐다.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주요 도전요소는 '사이버 공격 지속 증가 및 고도화', '신흥기술의 부상과 사이버안보 기술 격차', '기술·제품 수출통제 등이 식별됐고, 주요 기회요소로 '사이버 작전 능력 강화', '기술 우위 확보', '디지털 전환 가속과 시장 확대' 등이 식별됐다.

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확대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신흥기술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미국 주요 부처의 고등연구국(ARPA)이나 영국의 고등연구발명국(ARIA)과 같이 신흥기술에 특화된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관·산학연 간 협력 생태계를 마련하며 인재 양성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신흥기술의 통제와 보호 체계를 완비해 나가고 신흥기술 관련 연구개발, 규범 마련과 표준화 등을 위한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국가안보실 판단이다.

문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복합적인 안보 위기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차기 정부가 처음부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라며 "오늘 논의 결과를 정책 당국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께도 알리고, 다음 정부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가 보람을 가지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지만, 부담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고도의 지혜가 필요하고 범부처 간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NSC 사무처는 "이번 보고는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적 시기에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할 주요 분야를 제시하고, 국가적으로 자원과 역량을 투입함으로써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2021~2030 안보 위협 전망을 넘어서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비롯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장기적 도전들이 우리 사회·경제와 특히 안보에 미칠 파급영향을 고려해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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