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2주 앞두고 전북과 군산의 숙원 사업이었던 군산조선소 재가동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호남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9일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 대한 조문 이후 두 번째로, 사실상 올해 첫 호남 방문이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역주의 타파'와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호남 홀대론'을 앞세우면서 호남 민심 공략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의 호남 방문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해 "참으로 감개무량한 날"이라며 "전북도민과 군산시민들이 100만 서명운동으로 군산조선소 살리기에 나선 지 5년 만에 정부, 전북도와 군산시, 현대중공업과 국회 협의 등의 노력이 모여 마침내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이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이후 군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군산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조선 협력업체,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고용유지 지원금, 퇴직자 재취업을 통해 숙련인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힘썼다. 새만금과 연계해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해상태양광, 해상풍력, 관광산업과 같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여 지역 경제 기반을 보완해 나갔다"고 군산 경제를 위한 정부 노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위해서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군산 방문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지방 방문으로, 야권의 '호남 홀대론' 부각 속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낙동강 하굿둑 개방' 현장에는 영상 축사로 대신했던 것과 대조됐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은 문 대통령이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부터 제시했던 공약이 10년 만에 이행된 것으로, 그 정치적 의미가 군산조선소 개방 못지않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문 대통령이 부산 하굿둑 행사는 안 가고, 호남은 가는 것은 어떤 기준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현대중공업의 경제적 결단에 대해서 정부의 평가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그간 군산조선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해 오셨고, 또 재가동 시 방문하겠다는 말씀도 하신 바 있다"라며 "우리가 말년 없는 정부라는 말씀을 누차 드려왔는데, 방역 그리고 민생경제 챙기는 행보 마지막까지 계속해 나간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부산 낙동강 하굿둑 행사는 영상 축사로 갈음을 했는데, (군산조선소 행사는) 현장 참석하는 기준이 뭔가'라는 질문이 재차 나왔고, 이 관계자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 통수식도 매우 의미가 깊은 행사였다며 "그것도 굉장히 큰 의미를 두신 행사였다"고 엉뚱한 답변만 내놨다.
당장 야권은 민주당의 과거 발언과 비교하면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구두논평에서 "청와대에서는 '민생경제를 챙기는 행보'라고 설명했지만, '텃밭 표심을 챙기는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그동안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에 쏟은 관심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번 방문이 순수한 민생 행보라는 설명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허 수석대변인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부산 지역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이 아니라면, 동일 행동 동일 기준의 원칙에 따라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도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특히 지금은 호남에서 민주당의 텃밭 홀대에 대한 불만이 높고,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등 국민의힘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방문은 들썩이는 호남 여론을 달래고 다시 한번 텃밭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0년 3월 문을 연 군산조선소는 군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산업을 이끄는 원동력 역할을 하면서 2017년 7월 폐쇄되기 전까지 초대형 원유 운반선, 대형 LPG 운반선 등 모두 85척의 선박을 건조했다. 당시 86개 협력업체, 62개 기자재업체와 협력해 군산 경제의 4분의 1을 책임졌다.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하던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됐지만, 이번 협약으로 내년 1월부터 군산조선소가 재가동되면 다시금 지역경제 활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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