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3일부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을 전국 유권자에게 발송했다. 대선 후보들은 공보물에 각양각색의 슬로건, 공약을 내걸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책자형 공보물에는 공통으로 재산·병역·납세·전과·학력 등 후보자 정보 공개 자료가 실려 있다. 선거법 제65조에 의해 공보물 최대 분량은 16쪽이다. <더팩트>는 주요 후보들(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의 공보물을 살펴봤다.
◆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재명
기호 1번 이 후보는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지사·성남시장 재직 당시 주요 성과와 당선 시 이행할 정책을 나열해 '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이력을 소개한 3면에는 가난을 이겨내고 인권 변호사를 거쳐 행정가가 된 인생 약력을 소개했다. '이겨냈습니다. 꿈 꿨습니다. 책임을 다했습니다. 해내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공보물에서 '이재명이 합니다·했다·한다' 시리즈를 공개하며 기회가 공정한 나라,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대통령! 등 세계 5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경제를 성장 곡선으로 반드시 회복 시켜 한강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 세계가 놀랄 경제 기적을 만들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디지털·에너지·제조업' 등의 대전환을 세부 사항으로 들고나왔다.
이 후보가 꾸준히 추진해오던 기본 소득 정책을 위해서도 한 면을 할애했다. 이 후보는 '청년기회국가' 건설을 위해 기본소득(2023년부터 만 19~29세 연간 100만 원 지급), 기본대출(장기간 은행 우대 금리로 최대 1000만 원 대출), 기본저축(최대 1000만 원 한도 저축 시 높은 금리 적용) 등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또 공보물에 '신천지 시설 강제 폐쇄',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고 전쟁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상책이다' 등의 문구를 기재했다. 경쟁 주자인 윤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 윤석열 "국민에게 충성합니다"
윤 후보는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선두에 올렸다. 특히, 기존의 일방적인 공약 나열식이 잡지 형태로 제작해 눈길을 끈다. 공약 소개를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해 유권자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측의 설명이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공정·정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공보물에 "부당한 권력에 원칙과 뚝심으로 흔들림 없이 맞섰습니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부름에 깊이 고민했다. 무거운 책임감과 각오로 국민 뜻을 따르겠다"는 소감을 적어 놨다. 대통령이 되면 '절대로 안 할 것'에 대한 질문에 '혼밥 안 하기'라고 답하며 친근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부각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정책 공약으론 '부동산 문제'를 띄우며 문재인 정부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매물 유도를 위한 거래세 개편이 필요하다"며 추가 공급·재개발·재건축 등을 거론했다.
'청년'과 '자영업자'를 위한 한 마디도 빼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벼랑 끝으로 몰린 분들에게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 "일회용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위해 민간 부문 창의형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윤석열' 표 복지 공약 목표를 세웠다.
◆ 컬러풀 심상정 '주4일제 복지국가 대전환'을 내세우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슬로건보다 환경·노동·청년 등 구체적인 정책 키워드를 부각시켰다. 심 후보는 공보물 표지 이미지로 노란색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사진을 선택했다. '노동 운동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첫 페이지에 '주 4일제 복지국가 대전환'을 내세운 것도 노동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돋보이기 위한 연장선으로 보인다. 특히, 심 후보는 '지구를 구해줘', '청년이 기댈 곳', '내 집이 없다면' 등 6음절로 정리한 대주제 아래에 청년 및 약자·소수자를 겨냥한 공약을 담았다.
심 후보의 마지막 페이지는 다소 인상 깊다는 평이 많다. 심 후보는 '지워진 사람들'이라는 문구를 정중앙에 배치하며 "소외된 목소리를 담아내는 시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기후 위기·여성·농민·이주민·소수자 등 대한민국의 외진 구석, 지워진 당신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지난달 28일부터 TV 토론 '마무리 발언' 시간에 '심상정의 1분을 나눠드립니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에서 배제되고 지워진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선 한복판에 울려 퍼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심 후보의 다짐이 공보물에도 묻어났다.
◆ '해군 대위' 안철수, 유일한 진짜 사나이(?)
안 후보의 공보물은 '인적사항'과 '병역사항'이 적힌 2페이지부터 눈길을 끈다. 그는 이번 주요 대선 후보 중 유일한 '군필자'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해군 대위 군의관 출신이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보물 중간중간에는 안 후보가 군복을 입고 군화를 닦는 사진도 등장한다.
안 후보는 유일하게 '가족사진'이 등장하는 후보이기도 하다. 양강으로 꼽히는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군 미필에다 이른바 '가족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안 후보가 두 후보와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도 의사·교수 등 자신의 이력을 내세워 '방역 대통령'·'교육 대통령'·'안보 대통령'의 대주제를 제시했다.
안 후보는 공보물에서 그의 철학인 '과학경제강국'을 강조했다. 자신의 대표 공약인 555정책(5대 초격차 과학기술 확보·5대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G5경제강국클럽진입)을 소개하는데 두 면을 할애했다. 그만큼 자신의 철학과 비전이 망라된 핵심 정책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편, 대선 후보자 선거 공보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책자형 선거공보는 '정책·공약 마당'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전단형 선거공보는 25일부터,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은 26일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