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상 후보 박곰 "후보들, 청년들 갈라치고 표 팔이로 이용"


李-尹, 유세장 찾아 1인 피켓 시위…분노한 청년들, 직접 나섰다

2022대선대응청년행동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내세운 박곰 가상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회기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회기동=이새롬 기자

[더팩트ㅣ회기동=신정인 인턴기자] "퇴직금 50억 원을 받으면서도 당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당신들은 잘못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지난 18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만난 박곰 가상 대선 후보는 흰색 곰탈에 잔뜩 화난 눈썹, 빨간색 글러브를 착용한 채 불공정한 사회에 대해 분노했다. 오른쪽 어깨에는 '청년을 살리는 대통령'이라는 야심찬 문구가 적힌 띠도 걸쳐져 있다. '빡친'(화난) 청년들을 대변한다고 해서 성은 '박'으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다고 해서 캐릭터는 멸종위기종인 '북극곰'을 선택했다. 그는 현재 정해진 성별 없이 모든 청년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10일 가상 대선 후보로 나선 박곰은 실제 대선 후보들에게 청년 정책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출마했다. 그가 속한 청년행동은 약 100여개의 학생회와 청년단체가 모여 활동하는 곳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번화가에서 약 1000명의 청년들 목소리를 직접 듣고 요구안을 만들었다. 박곰의 '본캐'(본 캐릭터) 역시 이곳에서 활동 중인 24살 대학생이다.

박곰은 "청년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후보들은 없고 계속해서 청년들을 갈라치기하거나 서로 헐뜯기에만 치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해서 직접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곰은 실제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장에 찾아가 1인 피켓 시위를 열기도 했다.

정치활동 가능성 등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박곰은 "개인의 정치 활동 의사는 없다"며 "지방선거에서도 청년들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박곰) 활동을 지속하는 부분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박곰 가상 대선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강남고속터미널역 이재명 후보 유세현장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신정인 인턴기자

다음은 박곰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직 생활 등 청년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왜 '가상 대선 후보'를 택했나.

(청년행동에서) 정당 활동에 대한 얘기들도 사실 나왔었지만, 그 안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부분과 이번 대선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는 부분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과 별개로 청년행동의 일부 회원들은 정당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가상 대선후보로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하다.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말만 요란하게 하고 실속은 없는 대선 후보들의 청년 정책을 비판하고, 네거티브 때문에 사라진 청년의 목소리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사건 당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

6년 일하고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아간다는 것 자체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때 진행했던 연세대, 이화여대, 건국대, 홍익대에 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들의 이야기와 대자보가 사회적으로 많은 지지와 공감을 받았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했던 피켓 시위도 누군가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섰다. 부모 잘 만나서 퇴직금 50억 원을 받으면서도 너무 당당하고 오히려 억울하다고 말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정확하게 '당신들은 잘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 10일 정오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박곰 후보와 청년행동 회원들이 박곰의 가상 대선 후보 출마식을 진행하고 있다. /박곰 후보 제공

-대선 후보들의 청년정책 공약 중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후보들이) 청년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 정책을 뜯어보면 주거, 취업, 등록금 등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조금 아쉬웠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학교 시설은 아예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등록금은 똑같이 내고 있는 게 부당했다. 학교에선 이와 관련된 공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지방에 거주 중인 학생이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더라. 이렇게 무책임하게 운영 중인데 이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언급하는 후보는 거의 없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선 후보들이 임대주택을 더 늘리겠다고 하더라. 사실 청년들의 주거가 불안정한 이유 중 하나는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기존의 문제에 대해 개선한다는 언급 없이 무작정 주택만 늘린다고 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청년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고 있는데.

청년 간 갈라치기 전략으로 인해 실제 청년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정책들이 이번 대선에서 실종됐다. 청년의 미래를 바꾸겠다고 내세운 대표적인 공약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니.(한숨) 전체 예산의 고작 0.23% 사용하는 여성가족부가 청년들의 현실을 무너뜨리는 주범인지 되묻고 싶다. 청년 전체가 아닌 소위 '이대남'의 표심을 겨냥하는 모습이 청년을 표심팔이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정말 필요로하는 공약은 무엇인가.

최근 전대넷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나온 부분이 취업난이었다. 사실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이유는 양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취업 시장에서의 차별적인 조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청년들의 취업 현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일자리만 양산하는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돼야 한다. 앞서 말한 부분의 격차를 완화해야 청년들이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삶을 누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박곰 후보가 인터뷰 중 공약을 소개하며 글러브 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새롬 기자

-대선 후보에게 전할 청년들의 요구안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요구안은 박곰 후보의 공약이다. 청년 일반, 대학 일반, 사회 일반 등 세 가지로 나눠 박곰 홈페이지에 차례대로 발표하고 있다. 이 공약은 작년 9월 캠퍼스와 거리에 있는 대학생, 청년들로부터 이번 대선에서 해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세지 1만 7000개를 받아서 구성했다. 청년 일반은 잘 알려진 일자리, 주거, 근로기준법 문제를, 대학 일반은 등록금 문제뿐만 아니라 학생 의견 수렴 확대를 위한 대학 구조 개선, 대학 예산 확대 등이 있다. 사회 일반은 교육, 기후, 역사, 청소년, 인권 등 청년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는 공약들이다.

-실제 대선 후보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나이나 비용 등 현실적인 제한도 있고 박곰이 실제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선 출마를 고민해보진 않았다. 다만 일부 대선 후보들만 선거비용 보전받는 상황에 대해서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은 든다.

-박곰 후보로 활동하면서 드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가.

청년행동에 전국대학언론인네트워크(이하 '전대넷')를 포함해 100여 개의 단체들이 가입해 있다. 이곳에서 분담금을 받아서 활동 중이다.

-대선까지 3주 정도 남았는데 앞으로의 행보는?

가장 중요한 자리로 생각하고 있는 건 오는 26일 '스대파(스트리트 대선 파이터)' 파이널 행사다. 이 자리를 통해 지금 대선에 대해 분노하거나 비판하고 싶은 청년들이 모여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토론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참가자는 10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방송 프로그램처럼 각자 공감하는 이야기일 경우 팻말을 드는 등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성해보려고 한다. 그 외에는 지금처럼 대선 후보들을 직접 찾아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행보를 계속 보일 것 같다.

2022대선대응청년행동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내세운 박곰 가상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회기동 일대 대학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마친 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어퍼컷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곰 후보가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지방 선거, 총선까지 청년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정치인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청년들의 요구를 알려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작년 11월 14일부터 1000명의 청년들이 거리에 모여 대선 후보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정책과 공약들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아쉽고 걱정된다.

우리가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청년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 후보들이 지금처럼 청년들을 갈라치기 하거나 표심팔이로 활용하지 말고 (청년들이) 좀 더 다양한 삶을 보장받고 인간다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다가올 5년이 청년들에게 걱정과 미래가 아니라 희망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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