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3·9 대통령 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야 유력 후보들이 활발한 선거 유세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여러 사건사고도 발생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치를 시작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치 신인'의 참신한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유능함'을 어필하면서 윤 후보를 저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유세용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최근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와 봉은사 원명 스님을 잇달아 만난 게 뒤늦게 알려졌다. 무속 논란이 제기된 김 씨의 전략적 행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에선 반려동물들을 동원하고, 무리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고민정 의원, 이경 선대위 대변인 등이 역풍을 맞기도 했다. 지난주 윤 후보의 발언에 강력한 분노를 표하면서 사과를 요구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만큼 말을 아끼며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전진합시다!"…尹, 쩌렁쩌렁한 연설 눈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9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유세 행보에 돌입했어.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눈발이 흩날리고 바람도 매서운 엄청 추운 날이었어. 그런데도 많은 윤 후보 지지자들이 몰렸어. 대부분 중장년층이었지. 어림잡아 300여 명은 돼 보였어. 청계광장 양측 건물에서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었어. 윤 후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고, 분위기도 뜨거웠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측에 따르면 윤 후보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로 청계광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고 해.
-윤 후보는 연설은 어땠어?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민생과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어. 그는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이며,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선거"라고 규정하며 "부패하고 무능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정권교체로 반드시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어. 또 "무너진 민생을 반드시 챙기고 세우겠다"며 "코로나19로 무너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고 청년과 서민을 위해 집값을 확실하게 잡겠다"고도 했어.
-쩌렁쩌렁한 목소리도 눈길을 끌었어. 그동안 윤 후보가 많은 시민 앞에서 연설할 기회가 없었잖아. 그래서 그의 웅변을 들어볼 수 없었는데, 출정식에서 윤 후보는 귀에 꽂히는 목소리로 연설했어. 특히 연설 마지막에 "함께 갑시다! 전진합시다!"라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엄청 컸어. 이때 취재진 옆에 있던 한 지지자는 "목청도 좋다"라며 칭찬하더라고(웃음). 기자들 사이에서도 '파이팅 있네'라는 말이 나왔어.
◆"20억이 갑부냐?", '어퍼컷' 날린 윤석열의 서초·송파 유세 현장
-지난 17일 윤 후보의 서울 서초·송파 유세 현장 분위기도 아주 뜨거웠다고?
-맞아.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석촌호수 사거리와 고속터미널역 아이스링크장에서 선거 운동을 진행했어. 두 곳 모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렸는데, 마치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한 분위기였어.
-송파에서 한 '집값', '갑부' 관련 발언이 눈에 띄던데?
-주민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발언은 "여기 송파에 20억짜리 아파트 산다고 해서 갑부가 아니다. 집 한 채 갖고 사는데 월급 타서 세금 내기 바쁘다"는 것이었어. 이에 시민들은 격하게 환영하며 "맞다", "전부 뺏어갔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어.
-개인적으로는 '강남 3구에서는 월급 받으면서 20억 집 사는 게 쉬운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 반응이 이질적으로 느껴졌어. 월급으로 그 정도 집은 꿈도 못 꾸는 기자로서는 '여기가 지금 한국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달까(웃음). 어쨌든 윤 후보를 향한 송파구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던 건 분명해.
-서초 유세에선 윤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들로 보이는 다수의 무리가 빨간색 목도리와 점퍼를 입고 도열해 있었고, 깃발·피켓·현수막 등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어. 지지자들도 정말 열성적이었어. 현장을 스케치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와서는 '건희사랑'이라고 적힌 분홍색 풍선을 손에 쥐여주며 "윤석열·김건희 화이팅이야!!"라고 하셨어. '이걸 왜 나한테 주신 거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유세가 끝날 때까지 풍선을 꼭 쥐고 있더라고(웃음).
-또 다른 지지자인 김모(60대·여) 씨는 '현장에 어떻게 오시게 됐냐'는 질문에 "윤 후보가 집 앞에 와서 슬리퍼 차림으로 나왔다"면서 갑자기 "이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데 요즘 기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똑바로 공부해"라는 조언도 해주셨어(웃음).
-뜨거운 환호와 성원에 윤 후보도 화답하면서 한 '어퍼컷'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지?
-맞아. 윤 후보는 현장 유세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아래서 위로 쳐올리는 '어퍼컷'을 선보이고 있어. 또, 손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위아래로 흔드는가 하면, 무대 양옆 앞뒤를 다 사용해 뛰어다니거나 지지자들과 악수도 해. 다른 정치인들의 현장 연설과는 달리, 인기가수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역동적인 모습이 꽤나 흥미로웠어. 이와 관련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에게 "후보가 정치 경험이 없다 보니 이런 현장 연설은 처음인데, 분위기가 너무 좋다 보니 다소 상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열심히 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어.
-한창 세계를 휩쓸었던 '강한 대통령'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어. 뭔가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4강으로 올려놓은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차용했다는 거지.
-다만 일부에선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윤 후보가 마스크를 끼지 않고,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는 등 스킨십 접촉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유권자와 최대한 많이 만나려는 대선 후보들의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코로나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서 좀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아.
◆김건희 비공개 활동 개시…선거 유세 참여 신호탄?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비공개 활동을 시작했지?
-맞아. 김 씨가 14일과 17일 각각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봉은사 원명 스님을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어.
-김 씨의 활동이 시작한 것 같은데, 개신교와 불교라는 게 눈에 띄네?
-김 씨가 김장환 목사와 원명 스님을 만나면서 '무속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 알다시피 김 씨와 윤 후보는 여전히 무속 논란에 휩싸여 있어. 최근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건진법사 윤 씨 등이 주관한 행사에 윤 후보 내외 연등을 공개하며 무속 논란을 다시 제기하기도 했지. 김 씨는 김장환 목사를 만난 후 "정기적으로 만나 뵙고 좋은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한다"고 말했고, 원명 스님을 만난 자리에선 "말씀 귀담아듣고 잘 실천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해. 이는 '무속과 무관하다'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로 읽혀.
-김 씨의 봉은사 일정을 알고 있던 관계자들이 얼마 없었다고?
-맞아. 김 씨가 봉은사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불교계와 가까운 당 관계자들에게 전화가 쏟아졌어. 하지만 이들도 기사를 보고 김 씨가 봉은사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 그래서인지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어. 한 관계자는 "대외비라는 걸 알고 있지만, 연락은 올 줄 알았다"고 말했어. 봉은사 관계자들도 입을 꾹 다물었대. 이들과 가까운 또 다른 관계자는 "귀띔이라도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해줄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했어.
-개신교와 불교 관계자를 잇달아 만난 것은 김 씨의 공식 행보가 멀지 않았다고 뜻으로 봐야 할까?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야. 하지만 김 씨의 발언을 볼 때 공식 행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김 씨는 김 목사를 만난 후 기자가 '윤 후보를 돕기 위해 공개 행보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천천히 문화, 예술, 종교 분야에서 공개 행보를 시작하라는 조언이 많아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어. 김 씨의 발언을 볼 때 공개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여.
-내부 분위기는 어때?
-선대본 측에서는 투표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등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여론이 더 큰 것 같아. 특히,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것을 보고 '차라리 김건희 씨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다고 해.
-대선 기간 동안 김 씨가 모습을 드러낼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안철수, '유세버스 사망 사고'..."원인 규명에 최선, 자진사퇴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
-안 후보 유세 버스에서 2명이 사망했어. 한 분은 유세차량 기사, 다른 한 분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대위원장이었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2명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1차 부검 결과를 통보받았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국민의당은 LED 전광판을 장착한 유세 버스를 이용하고 있었어. LED를 가동하려면 발전기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국민의당은 일산화탄소로 인해 버스 문을 열고 운행해야 하지만 돌아가신 두 분은 추위 때문에 문을 열지 않은 상태로 있다가 사고가 난 거로 보인다고 했어.
-발전기 설치가 문제인 거야?
-보통 LED 발전기는 트렁크 밑 적재함에 설치한다고 해. 안 후보 유세 버스에서도 발전기는 트렁크 쪽에 있었어. 트렁크 쪽에 설치하면 외부 공기와 순환되고 버스 내부로 일산화탄소가 들어가지 않아서야. 하지만 유세 차량의 발전기가 불법 개조 장치라는 의혹이 제기됐어.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문제의 버스에 대한 차량 구조·장치 변경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해. 차량을 개조할 때 구조 변경 신청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일산화탄소가 누출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야.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어. LED 발전기를 트렁크 밑 쪽에 설치하면 외부 공기와의 순환으로 내부 유출은 없다고 해. 업계 일각에선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설치했을 것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공사가 합동 감식에 들어갔으니 결과를 지켜봐야지.
-안 후보는 어떤 입장이야?
-안 후보는 사건이 발생한 15일 밤 고인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어. 안 후보는 장례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어. 또한 사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 안 후보는 '중도 자진사퇴론'에 대해선 부정적이야. 그는 "고인의 뜻을 받들겠다.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진사퇴론을 일축했어.
-비슷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인데?
-다행히도 다른 정당에서는 LED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어.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LED 버스를 이용한 정당은 국민의당이 유일했다고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신정인 인턴기자
☞<하>편에서 계속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