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끊길 용기'…연예인 대선 후보 지지 선언 왜 줄었나?


박근혜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영향…'비호감 대선 탓' 분석도

최근 배우 박혁권·김의성 씨 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외에도 /이재명 유튜브 갈무리.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남은 가운데, 가수나 배우 등 일명 '셀럽'들의 후보 지지 선언이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최근 배우 박혁권·김의성 씨 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밝혔지만, 이들 외에 전면에 나서 후보 지지 메시지를 던지거나 활동하는 '유명인 개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대중에 익숙한 유명인들의 지지 선언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며 환영하지만, 연예인들은 행여나 정치적 발언으로 대중적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꺼리게 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이번 대선 본선에서 새롭게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연예인은 배우 박혁권·김의성 씨다. 이들 모두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씨의 공식 지지 선언은 지난 6일 이 후보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선언문에서 박 씨는 "이 후보님을 성남시장 하실 때부터 지켜봤다"며 "오랜 기간 후보님을 보며 그런 생각들을 해본 후에, 제가 내린 판단은 '그렇다!'였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일 외에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배우의 덕목이라 생각하며 지내왔다"면서도 "이렇게라도 (공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후회를 할까 무섭기도 해서 소심하게나마 얼굴을 내밀어 본다"며 이 후보를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

박 씨의 고백에 앞서 배우 김의성 씨도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인 '이재명 갤러리'에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발표한 바 있다. 김 씨는 "제발 여론조사에 휩쓸려 개복치 짓 좀 하지 마라"며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가 아닌 비뚤어진 선거운동 수단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냥 마음속에 촛불 하나 딱 켜고 사람들 만나고 설득하고 촛불 나눠 주고 같이 투표장에 나가라. 그러면 이긴다"라며 지지를 독려했다. 또, 15일부터는 가수 리아, R.ef 이성욱, 개그맨 서승만 등 연예인이 주축이 된 '재명이네 마을 유세단'이 움직임을 시작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유명인 개인이 나서 지지 의사를 밝힌 경우는 아직까지는 없다. 다만 이전부터 보수 정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배우 독고영재, 가수 김흥국 씨 등이 '스타필드' 연예인 유세단이 15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부터 윤 후보 선거 유세에 함께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문화예술인 1만100명과 5810명이 각각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후보 지지자 명단에 포한된 인사는 배우 김가연·김규리·기타리스트 신대철·작곡가 윤일상·정두홍 무술감독 등이다. 반면 윤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은 배우 독고영재·정동남, 가수 김흥국 등이다. 이들 중 다수는 과거 대선 때부터 특정 성향 후보를 지지했던 전력이 있거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일찍이부터 밝혀온 이들이다.

이러한 단체 선언을 제외하면, 연예인들의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은 지난 19대 대선 이후부터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알려진 이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혔다가 생계에서 밀릴 수 있다는 문화예술계 내 압박과 공포가 선 학습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임기 중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거나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명단을 관리했다. 명단에 있는 단체나 개인은 각종 공공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리스트에 기재된 일부 연예인들도 자신의 연예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최근에도 정치 발언에 따른 하차 논란이 있었다.이재익 PD는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 항의로 하차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 SBS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에도 정치 발언에 따른 '하차' 논란이 있었다. 'SBS'의 라디오 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 항의로 하차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4일 방송에서 DJ DOC의 노래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라는 가사를 따라부른 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저격한 발언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민주당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이 알려졌다.

정치권은 연예인의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이 대선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다만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이 연예인 개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자칫 대선 후 후폭풍에 오랜 시간 시달릴 수 있어 공개 지지 선언을 선뜻 권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분들이 윤 후보를 지지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러 올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른바 '셀럽(유명인)'이 지지하는 건 항상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선거라는 게 'all or nothing(전부냐, 다 잃느냐)'이다 보니 누구를 지지함으로써 생기는 후유증도 있지 않나. 연예인은 특히나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지지 선언을 하고 나면 연예인을 그 자체로 바라보기보다 그때부터 그 분에 대한 평가가 다 뒤집어지지 않나. (지지 발언 또한) 사회적 발언이라고 바라보고 개인의 소신이라고 바라보는 면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연예인의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이 대선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다만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이 연예인 개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자칫 대선 후 후폭풍에 오랜 시간 시달릴 수 있어 공개 지지 선언을 선뜻 권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사진취재단

전문가들은 연예인이 정치 성향을 드러낼 경우 대중적 입지가 줄어들게 돼, 대선 후보 지지 발언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은 정치적인 성향에 구분되는 대중이 아니라 모든 대중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그런 연예인이 정치적 선언을 하면 성향이 다른 대중들은 정서적으로 갈라질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작품과 사람을 구분하는 대중도 있지만 오히려 팽팽하게 연결해서 보는 대중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쌓아왔던 인기를 유지하는 부분에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본인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예인들도 개인 소신을 자유롭게 밝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연예인들이 정치적 소견을 자유롭게 밝히는 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연예인도 개인이고 유권자이니 정치적 의견을 포함한 본인 목소리를 발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화부 블랙리스트' 피해 당사자였던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2009년 당시) 어느 날 국가 지원금이 끊기고, 출연 중이던 6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잘렸다. (사정이 어려워져) 결국 공연 쪽은 접고 시사문화평론가로 전업을 하게 됐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그런 발언들을 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든 것이고 (저만 해도 이랬는데 연예인들이) 누가 용기를 내겠나. 정의감에 불타거나 아니면 그만둬도 충분히 살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번 대선은 유독 양당 후보가 모두 높은 '비호감도'를 가지고 있어 연예인들의 정치 발언이 줄어든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 스타들의 경우 '브랜드 가치'가 있어야만 정치적 선언도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는 어떤 시대정신이나 의식이 보이지 않아 대중 스타들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스타는 대중들의 의사 표현을 대리실현하거나 대표하는 '창(窓)'의 역할을 한다. (현 대선 관련해서는) 그만큼 민의를 반영하는 '척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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