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은 그 시대 국가가 처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국정 비전 실현을 위한 통치수단으로 정권 교체기마다 바뀌어왔다. 문재인 정부도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 '국민 안전'을 기본 목표로 개편을 단행했다. 이러한 개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 임기 후반부에도 이어졌다. 오는 3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또 한 번의 대대적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역대 정부 조직 개편의 특징과 주요 후보들의 개편 구상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모든 정권은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부 수립 이후 군사 독재 정권까지는 국가의 성장에 발맞춘 조직 관리와 경제 성장을 반영한 삶의 질 등에 방점을 둔 조직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 당시 세계적 추세였던 '작은 정부'라는 행정 개혁의 물결이 국내에 유입되었고, 정부는 부처 간의 통폐합을 통해 과감한 조직 및 정원 감축을 단행해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정부 부처의 수를 축소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경제 위기 극복과 행정에 대한 전반적 쇄신, 고통 분담과 가시적인 개혁 효과 산출을 위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기조가 이어졌다. 특히 공무원 수도 90만4266명으로 김영삼 정부(93만5760명)보다 3만1494명 줄였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 조직 구조의 개편보다는 정부 기능 및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측면에 초점을 둔 개편을 진행했다. 다원화된 사회의 요구를 폭넓게 반영하기 위한 거버넌스형 정부 운영 필요성 증대에 따라 청와대와 행정부처에 각종 위원회를 설치·운영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국정 운영 기조의 초점을 양극화 해소 차원의 복지 기능 강화에 두어 사회 양극화, FTA, 저출산 고령화 등 새로운 행정 수요에 대응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체계를 본격적으로 갖추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수는 97만8711명으로 7만4445명 늘었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외의 경기불황 지속과 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 다양한 행정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유능하고 작은 정부, 국민을 섬기는 실용 정부'를 목표로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다. 대부처주의에 입각한 부처 간 통폐합·광역화를 통해 부처 간 조정과 갈등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각종 융복합화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고, 중앙정부 기능의 지방·민간 이양을 통해 정부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 결과 공무원 수는 1만211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대부처주의에 따른 대규모 기능 통합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행정기관별 고유 기능과 전문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경제, 사회, 안전 등 주요 분야별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고자 했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재난안전 분야 조직이 대폭 개편되었으며, 공직 개혁을 위한 조직 개편도 추진됐다. 전체적으로는 작은 정부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사회적 이슈 등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한 개편이 추진되면서 공무원 수는 4만1504명 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어렵고, 복합적인 환경에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대선 직후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정의 조기 안정과 시급한 국가적 현안 해결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소방청 신설,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를 통합해 행정안전부로 개편 등 소폭의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임기 중후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대응을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고,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진통 끝에 새롭게 출범했다. 그 결과 정부 조직은 18부 6처 18청 2원 4실 7위원회로 구성됐다. 또한 일자리 확충을 위해 공무원 수(9만9465명↑)를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113만1796명까지 증가했다(2020년 12월 31일 기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 조직은 또 한 번의 대대적 변화를 앞두고 있다. 대다수의 학자와 공무원, 많은 국민들은 작금의 시대적 과제인 코로나19 이후 정부 조직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포스트 펜데믹 시대 정보 조직 디자인' 보고서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도 코로나 대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차기 정부는 디지털 시대에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기능이 무엇인지, 환경의 변화로 쓸모를 다 한 기능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진단하고 조직을 변화시켜 정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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