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정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대국민사과를 했다. 고개를 숙여 용서를 구했다는 점은 같지만 묘한 차이가 있다.
김 씨는 지난 9일 '과잉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청 비서실 전 직원 A 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김 씨 측근으로 꼽히는 도청 총무과 5급 공무원 배 모 씨의 지시로 김 씨를 위해 개인 심부름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A 씨 개인 카드로 반찬거리 구매 금액을 먼저 결제한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바꿔치기 결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제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대학 겸임교수직 지원서 등에 재직기간을 부풀린 경력과 허위 수상 실적 등을 기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제가 부족했다'와 '제 잘못이다'를 놓고 봤을 때 김건희 씨가 의혹을 더 인정하는 쪽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김 씨는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렸다"며 비교적 솔직한 해명을 내놨다. 반면 김혜경 씨는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사실관계 해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사안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김 씨 입장에서는 최선의 해명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의혹 등은 범죄 혐의 소명 대상이다. 현재 관련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와 경기도 감사가 진행 중이다. 김 씨의 지시로 인한 과잉 의전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이 후보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사안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을 감안한 듯 사과문 발표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별도로 가졌다. 하지만 '각종 의혹 중에 어떤 사실관계까지 사과하는지 설명해달라'는 질의에 김 씨는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거기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면 본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씨의 기자회견이 '맹탕'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김건희 씨에 비해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건희 씨는 기자회견 당시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고 사과문 발표 후 곧바로 자리를 빠져나왔다.
두 사람이 연출한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김혜경 씨는 아이보리색 터틀넥 니트와 베이지색 정장을 입었다. 색조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장문을 읽었다. 김건희 씨는 당시 검은색 정장에 검정 스카프 차림이었다. 화장은 꽤 진한 편이었고 사과문을 읽을 때 마스크를 벗었다.
김혜경 씨는 2분 동안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기자회견 중간에 울먹이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김 씨가 준비한 사과문은 12문장으로 짧았다. 다만 4분 정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모두 7분의 시간을 썼다.
김건희 씨는 6분에 걸쳐 32문장의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김 씨는 이 중 절반인 3분을 남편 윤 후보에 대한 인간적인 마음과 유산 사실 등을 고백하며 눈물을 보이는 등 감정에 호소했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 배우자들의 '사과 타이밍'은 같았다. 두 사람은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혜경 씨는 기자회견 전인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씨는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건희 씨는 기자회견 10여일 전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 의향을 밝혔다. 김 씨는 '허위 이력과 관련해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있는데 사과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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