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저의..." 김혜경·김건희 사과, 어떻게 달랐을까


"제가 부족했다" vs "제가 잘못했다"

대선 후보 부인들이 45일 간격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용서를 구하는 방식과 어법은 묘한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왼쪽)는 과잉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으로 지난 9일 사과했다. 앞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오른쪽)는 지난해 12월 26일 허위 이력 의혹으로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선화·남윤호 기자

[더팩트 | 김정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대국민사과를 했다. 고개를 숙여 용서를 구했다는 점은 같지만 묘한 차이가 있다.

김 씨는 지난 9일 '과잉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청 비서실 전 직원 A 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김 씨 측근으로 꼽히는 도청 총무과 5급 공무원 배 모 씨의 지시로 김 씨를 위해 개인 심부름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A 씨 개인 카드로 반찬거리 구매 금액을 먼저 결제한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바꿔치기 결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제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대학 겸임교수직 지원서 등에 재직기간을 부풀린 경력과 허위 수상 실적 등을 기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과잉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제가 부족했다'와 '제 잘못이다'를 놓고 봤을 때 김건희 씨가 의혹을 더 인정하는 쪽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김 씨는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렸다"며 비교적 솔직한 해명을 내놨다. 반면 김혜경 씨는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사실관계 해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사안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김 씨 입장에서는 최선의 해명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의혹 등은 범죄 혐의 소명 대상이다. 현재 관련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와 경기도 감사가 진행 중이다. 김 씨의 지시로 인한 과잉 의전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이 후보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사안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 등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던 모습. /남윤호 기자

김 씨는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을 감안한 듯 사과문 발표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별도로 가졌다. 하지만 '각종 의혹 중에 어떤 사실관계까지 사과하는지 설명해달라'는 질의에 김 씨는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거기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면 본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씨의 기자회견이 '맹탕'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김건희 씨에 비해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건희 씨는 기자회견 당시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고 사과문 발표 후 곧바로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두 사람이 연출한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김혜경 씨는 아이보리색 터틀넥 니트와 베이지색 정장을 입었다. 색조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장문을 읽었다. 김건희 씨는 당시 검은색 정장에 검정 스카프 차림이었다. 화장은 꽤 진한 편이었고 사과문을 읽을 때 마스크를 벗었다.

김혜경 씨는 2분 동안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기자회견 중간에 울먹이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김 씨가 준비한 사과문은 12문장으로 짧았다. 다만 4분 정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모두 7분의 시간을 썼다.

김건희 씨는 6분에 걸쳐 32문장의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김 씨는 이 중 절반인 3분을 남편 윤 후보에 대한 인간적인 마음과 유산 사실 등을 고백하며 눈물을 보이는 등 감정에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26일 허위 이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떠나는 김건희 씨. /남윤호 기자

공교롭게도 두 후보 배우자들의 '사과 타이밍'은 같았다. 두 사람은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혜경 씨는 기자회견 전인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씨는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건희 씨는 기자회견 10여일 전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 의향을 밝혔다. 김 씨는 '허위 이력과 관련해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있는데 사과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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