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고개 숙인 김혜경…'황제 의전' 질문엔 묵묵부답


구체적 답변은 피해…질의응답 없던 김건희 씨와 대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과잉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가 최근 자신에게 제기된 공무원 갑질 논란 등과 관련해 9일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5시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분에 걸쳐 입장문을 발표하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 응했다. 학력 및 경력 위조 논란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질의응답을 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된다.

김 씨는 입장문을 읽으며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라고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근심을 드리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관련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논란 관련해 기존 입장문 발표 때처럼 배 모 사무관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앞서 전직 경기도청 소속 7급 공무원이었던 A 씨는 김 씨의 측근인 5급 공무원 배 씨의 지시를 받아 김 씨 사적 용무를 대신했다며,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을 폭로한 바 있다.

김 씨는 '배 씨', A 씨와의 관계에 대해 "(배 씨는) 성남시장 선거 때 만나서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사이다. A 씨는 제가 도에 처음 왔을 때 배 씨가 소개시켜줘서 첫날 인사를 마주친 게 다이다. 그 후 소통이나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법인카드 사적 유용 관련 '어떤 사실관계를 사과하는 건가'라는 물음에 "지금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그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만 했다.

소고기 등 음식 자택 배달 심부름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A 씨와 배 씨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제 불찰이라 생각하고, A 씨는 피해자라 생각한다"라고만 밝혔다.

'상시 조력이 어떤 것인가' '황제 의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도 답변 없이 차량에 탑승한 뒤 자리를 떴다.

이번 김 씨의 대국민 사과는 배우자 리스크가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내부 우려가 커지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은 김 씨 관련 논란에 "어느 것이든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논의 중"이라며 김 씨의 대국민 사과를 예고한 바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존 입장문) 이상의 해명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과 내용으로 봐서 극적 반전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이 생각하는 여러 의혹이 사과를 통해 해소가 되는지 (중요하다), (기존에는) 입장문을 선대위에 전달하는 정도 수준이었으니 (이번에는) 대중 앞에 나와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인 것 이상의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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