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대선 레이스에 비상이 걸렸다. 2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연이은 하락세를 거듭하며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다. 이에 안 후보는 최근 '무결점 가족 리스크'를 앞세워 지지율 반등에 힘쓰고 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만큼 안 후보의 행보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20대 대통령선거 다자대결'에서 안 후보는 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1주 차 동기관 조사에서 13%를 기록한 뒤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진행됐다고 가정한 설문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다소 뒤처지는 결과도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 시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47.0%를, 안 후보는 30.3%를 얻었다. 격차는 17.1%포인트로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난 수치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포인트, 기사에 기재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는 대부분의 연령대와 지역에서 안 후보에 비해 야권 단일후보로서 경쟁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두 여론조사는 '민심 분수령'으로 꼽히는 설 연휴 직후이자, 대선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정권 재창출' 항목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 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에 야당 후보 단일화가 선거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안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최근 가족들과 공개 활동을 통해 '가족리스크'가 없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TV 토론회에서 '연금개혁' 등 본인만의 정책으로 존재감을 부각하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열린 3사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후보로부터 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끌어냈다. 윤 후보에겐 청년 정책의 실효성을 공격하면서 주택 청약 만점이 몇 점인지 물어 '40점'이라는 오답을 유인하기도 했으며, 이 후보에겐 "그동안 발언을 보면 반미, 친중 노선으로 보인다 '굴욕적인 중국 사대주의 아니냐'"고 지적하며 토론회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기도 했다.
여기에 안 후보의 가족들도 가세했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아침,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딸 설희 씨와 함께 광화문역 앞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등을 외치며 시민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김 교수, 설희 씨와 함께 코로나 19 검체 채취 봉사활동을 했다. '가족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는 거대 양당 후보들과 차별화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현 상황에 대해 "현실적으로 4자 구도에서 당선하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정권 교체의 '키맨'은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지지율 하락세를 탄 상황에서 누군가를 떨어트릴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확실하게 당선시킬 수 있는 힘은 있다"며 "만약 단일화를 하지 않아 윤 후보가 낙선한다면 안 후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을 계산했을 때 지금이 단일화할 가장 좋은 찬스라고 바라본다"고 했다.
비록 3석이지만, 국민의당이 의석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윤 후보와 연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는 의회 정치에서 힘이 부족하다"며 "한 석이라도 아까운 수준에서 '식물국회'가 되지 않으려면, 윤 후보가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해 안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단일화 협상을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보수권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생각도 해본 적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안혜진 선대위 대변인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고자 하는 후보의 의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단일화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계속 제기되는 단일화에 불안해하는 중도층과 유권자, 지지자들에게 더 큰 믿음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 달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지지율 반등을 위해 '샤이 보수'와 '중도층'을 포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 대변인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수많은 분들의 열망을 알고 있다"며 "네거티브 선거 없이, 연금·농업·노동 개혁 등 국가 미래 아젠다를 끊임없이 공약하며 나아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선대위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국민의당 '내홍'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최근 안 후보를 중심으로 선대위 내부 분위기가 매우 밝아졌기 때문에 '진정성과 도덕성'을 갖춘 안 후보의 완주를 끝까지 돕겠다"고 했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안 후보가 정체권에 갇힌 지지율을 타파하고 보수 야권의 단독 후보로서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