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정계에 입문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에게 크게 밀린다. 더구나 이들은 대선 경선이나 본선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많은 토론에도 참여했다.
때문에 윤 후보의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박빙 구도를 형성한 이 후보가 집중 견제할 경우 윤 후보가 페이스에 말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자질과 능력 부족을 토론회에서 밝혀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오히려 지난 3일 첫 4자 TV 토론에서 윤 후보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이 후보를 압박하는 모습이었다. '부동산 주제' 토론에서 이 후보를 향해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은 맞나"라며 공세를 가했다.
다만 이 후보가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큰 실익은 얻지 못했다. 이 후보는 "가능하면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자"며 정면 대응을 자제했다가 거듭된 압박에 "저축은행 대출 비리는 왜 봐줬을까. 우연히 김만배 누나는 왜 (윤 후보) 아버지의 집을 샀을까"라며 노련한 면모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으나, 분위기가 과열되자 '우군' 확보에 나서는 모습은 토론에 적응했음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발언 시간이 남은 안 후보는 "본질은 1조 원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 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 후보를 직격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후보는 대선 경선 때부터 10차례 넘는 토론을 치러왔고,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당했던 것도 적응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토론회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정책의 '디테일'에서 부족한 부분을 노출했다. 청약제도 만점이나 'RE100' 제도에 대해선 사실상 오답을 내놨다. 특히 지난해 경선 때 이어 청약제도에서 실수했다. 주택청약은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제도인데, 일반 유권자와 괴리감을 보여준 오점으로 남았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선주자로서 국민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청약만점 40점과 같은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약제도의 기본도 혼동하는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사상누각과 같다"고 지적했다.
첫 4자 토론에서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체로 무난했고 평이했다는 얘기다. 김혜경·김건희 '배우자 리스크' 등 네거티브보다는 정치·외교 현안과 부동산·일자리 정책 등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네 후보가 '연금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며 공동선언에 합의하기도 했다.
토론이 대선 판도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토론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어떤 얘기가 나오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고 얘기할 수도 없다"며 "이미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유권자가 토론을 본 뒤 지지 후보를 바꿀 확률은 사실 제로(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법정토론은 21일과 25일, 3월 2일 예정됐다. 향후 토론은 대선이 임박해지는 만큼 분위기가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