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마지막 순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순방단 중 일부의 코로나19 확진', '김정숙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 'K-9 자주포 수출' 등을 두고 잇달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사안은 달랐지만, 청와대의 대응은 비슷했습니다. 선택적 정보 공개와 문제를 제기한 쪽에 대한 역비판으로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공공재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공개가 필요하다"며 투명한 일정 공개를 약속했습니다. 취임 초에는 사후 공개를 원칙으로 공식 업무 중 비공개 일정도 공개했습니다. 연장선에서 보면 국민 세금으로 떠나는 해외 순방 일정, 순방단의 코로나 확진과 같은 특이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그러지 않은 것입니다.
나아가 청와대는 '비공개'한 사실이 드러나자, 부족한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습니다. 1월 15~22일 이뤄진 중동 3국(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순방에 동행한 순방단 중 확진자 3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귀국 후 6일 만에 한 언론 보도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하루에 1만 명, 2만 명 심지어 10만 명까지 확진되는 그런 '오미크론 시대'에 청와대니까 1명이라도 밝히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어떤 것들이 오히려 국민께 드릴 불안감도 있을 수 있다"라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한 소통수석으로서 제 불찰도 있었던 건 맞지만,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은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 대통령 내외가 귀국하던 날인 지난달 22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7009명이었고, 만 명을 처음으로 돌파한 날은 26일입니다. 오미크론 시대가 본격적으로 오기도 전에 오미크론 시대 탓을 한 것입니다.
김 여사의 이집트 순방(1월 19~21일) 중 피라미드 방문도 2주가 지난 시점인 지난 3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국 여왕이 1999년 안동을 방문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당시 우리가 얼마나 자부심을 가졌었는지 기억을 해보면 좋겠다"라며 "이번 피라미드 방문은 이집트 문화부 장관이 영접부터 가이드까지 함께한 공식 일정이었고, 다만 양국의 협의에 의해서 비공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가 없던 23년 전, 공개 일정으로 진행된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과 코로나가 전 세계에 유행하는 지금, 김 여사의 비공개 피라미드 방문이 같다는 청와대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좀 더 솔직한(?)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은 (이집트) 관광 상품 홍보의 의도가 있는데, 이집트에서의 유적지 방문에 대해 어떤 음해와 곡해가 있을지 뻔히 예상되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비공개를 전제로 김 여사만 최소인원으로 다녀왔다"라며 "버킷리스트니 어쩌니 하는 야당의 무식한 논평이나, 양국이 합의한 비공개 일정도 호기롭게 공개하며 여사님의 피라미드 방문이 마치 못 갈 곳을 간 것처럼 호도하며 논란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는 매체들에 전한다. 정말 애쓴다"고 비꼬았습니다.
박 수석은 "김 여사의 피라미드 비공개 공식 방문을 '무슨 비밀 관광이니 관람이니' 하는 것은 K-9 자주포 (수출) 자부심을 끌어내리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관광 상품을 홍보하는 의도라면서 왜 비공개로 피라미드를 방문했는지,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코로나 이전처럼 다른 나라를 국빈 방문하면 유적지를 방문하는 게 여전히 외교적 관례인지, 김 여사의 피라미드 비공개 공식 방문이 어떻게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수출과 연결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추가로 지난해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들 중 우리 유적지를 공개 방문한 이들은 없는데, 이들도 비공개로 경복궁과 불국사 등을 방문했던 것일까요.
정부가 1일 발표한 K-9 자주포 2조 원대 이집트 수출 계약 소식도 제한된 정보로 문 대통령의 순방 성과 띄우기를 하다가 언론 보도로 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2일 한 매체는 "가격 대폭 인하에, 우리 수출입은행이 이집트에 수출 대금 중 상당액을 꿔주고, 그 돈으로 이집트가 K-9을 사는 방식"이라며 "자주포 후반 물량 대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례가 없을 정도의 일방적인 수입국에 유리한 수출"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수출 대금의 80% 이상을 수출입은행이 꿔준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정부와 한화디펜스 측은 방산 성과 홍보에만 집중하면서 정확한 대출 규모, 이자율, 상환 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수석은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 계약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대출 조건을 일부 언론이 문제 삼은 것에 대해 "한마디로 영업비밀을 까라는 얘기인데 이게 애국 행위냐, 오히려 해국(害國)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수출입은행의 수출기반 자금 대출은 기존 방산 수출 계약 시에도 이뤄졌던 일반적인 사례이며, 현지 생산 조건도 이집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비슷한 계약 사례나 저가 수출 의혹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청와대가 비공개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들은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드러났습니다. 애초 비공개 결정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을 희망한 오판이었습니다. 오판이 드러났을 때 사과나 상세한 설명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문제'라는 태도를 고수한 것은 의혹을 해소시키는 게 아니라 더 키웠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문 대통령 내외의 마지막 순방에 여러 오명이 생겨나는 것에 청와대의 대응은 문제가 없었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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