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대리처방 의혹과 관련된 호르몬제를 먹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해명과 배치되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김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과잉 의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3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전 경기도 직원 A 씨 측은 김 씨가 지난해 4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갱년기 여성들에게 처방되는 호르몬제 168일 치를 처방받았다고 주장했다. 두 달여 전에 김 씨가 약을 처방받은 사실을 숨기려 대리 처방을 받았다는 의혹과 동일한 약이다. A 씨에게 대리 처방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배 모 씨는 앞서 김 씨가 아니라 자신이 복용하기 위해 호르몬제를 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A 씨는 배 씨 주장에 대해 "자신이 먹기 위해 김씨 집 앞에 걸어둔 약을 몰래 훔쳤단 말이냐"라고 반박했고 김 씨가 직접 진료를 받아 같은 약을 처방받은 자료를 추가로 공개한 것이다.
A 씨 측은 "지난해 4월 배 씨의 지시를 받고 병원 진료에 동행했다"며 "김 씨가 치료를 받고 나올 때까지 차량을 대기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배 씨는 A 씨에게 자신이 결제한 진료비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애초 김 씨가 호르몬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지만 추가 의혹이 제기되자 "김 씨가 대리 처방해 약을 먹은 게 아니란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호르몬약 자체를 먹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대리처방 논란에 이어 김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된 대화록도 추가로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김 씨 측이 정육 식당뿐 아니라 일식과 중식 등 단골 음식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반복해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비서실 소속이었던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약 7개월 동안 "상황에 따라 일주일에 한두 번 법인카드를 썼다"며 "1회에 무조건 12만 원을 채우는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결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배 씨의 지시에 따라 금액과 시간, 장소를 미리 정해놓고 김 씨의 사적 용무 등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관련 녹취록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배 씨는 A 씨에게 '카드깡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우를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녹취록에서 배 씨는 "내가 카드깡을 했을 때 20만원 넘은 적이 없어. 안심은 비싸니까 등심으로 한 10인분 하면 얼만지 물어봐. 기름 제일 없는 쪽으로"라며 한도는 12만원에 맞추라고 말했다. 또한 배 씨는 "가격이 12만원이 넘는다고 하면 그래도 시키느냐"는 A 씨의 물음에 "12만 원어치 잘라달라고 해봐"라고 말했다. 의전팀 인원 수 등을 고려해 총무과에서 관례상 비용 한도를 최대 12만 원으로 정해놨다는 이유에서다. A 씨 측은 "사용 즉시 보고하고 카드를 반납하는 행위를 반복했다"며 "사적으로 사용한 게 드러날 우려가 있어 정해진 한도에 맞춰 결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 측이 지난해 6월 수원 광교의 한 초밥집에서도 12만 원에 맞춰 음식을 구입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A 씨 측은 법인카드로 구매한 음식 중 상당수가 김 씨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장까지 상세하게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서 배 씨는 "아이스팩이랑 아이스박스를 좀 사놓자"며 "아니면 쇼핑백, (김 씨가) 쇼핑백이 더 편하시다고 하니까 매점에 있을 거예요. 한 번 털으세요"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감사 요청을 했고 결과가 빠른 시일 내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인의 주장을 갖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사실관계가 나온 뒤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 매체는 배 씨가 김 씨의 약 대리 처방과 수령, 음식 배달 등을 경기도청 전 직원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빨랫감 심부름 등 추가 의혹이 보도되면서 배 씨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고 사과했다. 배 씨는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요구했다"며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며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3일 이 후보는 파문이 확산하자 부인 김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감사기관에 감사를 요청했고, 문제가 드러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이번을 계기로 저와 가족, 주변까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도 같은 날 기자단에 "배 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 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