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레임덕 대통령<하>] 위기의 연속 이겨낸 특별한 임기 말


'부동산 정책' 실패, '코로나19 대유행' 등 악재에도 굳건한 지지율 비결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들어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굳건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8일 오후 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방역·의료 상황을 점검하고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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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집권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임기 말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추세를 고려하면 유일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대선 후보들로 인해 임기를 세 달가량 남긴 시점에 국정 장악력도 굳건하다. 문 대통령과 다른 대통령들의 임기 말 차이를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과 문 대통령의 특별한 임기 말 상황을 비교·분석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갈등에 이은 신 수석 '사의 파동'으로 정치권에선 '레임덕의 전조'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검사 출신 민정수석으로 눈길을 끌었던 신 수석은 임명 한 달 만에 박 장관이 주도했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논의에서 배제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이 반려했지만, 신 수석은 재차 사의를 표했고, 결국 임명 2개월 만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이에 야당은 "문 대통령이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레임덕의 징후"라며 "임기 말이 되니 권력 내부가 곳곳에서 무너지는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아래)과 조율이 안 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인사안을 재가하는 과정에서 법무 vs 민정 갈등이 불거졌다. 패싱 당한 신 수석은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만류했지만, 끝내 자진사퇴 형식으로 임명 두 달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 남윤호 기자, 뉴시스

◆'전조'로 끝난 레임덕 징후

신 수석 사의 파동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정치권으로 번졌던 이 사태로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옷을 벗게 됐고, 대통령경호처 소속 직원 A 씨도 수사 대상에 올라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말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가운데 열린 4·7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은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고, 여당이 참패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라며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시기 문 대통령 지지율도 급락했다. 3월 첫째 주(40%)를 기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지지율은 4월 5주 차 29%까지 추락했다. 이후 5월 들어 코로나19 상황 안정적 관리 및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

7월 들어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됐다. 대유행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최근엔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서 설 연휴 직전 일일 확진자는 만 명을 돌파해 매일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한 것도 임기 내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득표율과 비슷하거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1월 4주 차 여론조사에선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한 42%를 기록했고, 27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2%P 하락한 43%를 기록했다(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NBS 누리집 참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에도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유력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 교례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 고공행진과 관련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최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일을 계속하고 계신 거다.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라며 "임기 말이라는 게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추진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상황이 멈춰있거나 혹은 관리만 해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여러 엄중한 일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계시고 또 우리 정부도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냥 어떤 레토릭(수사)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이어 "그것이 아마 일정 부분 평가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또 사람들은 대통령이 우리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어떤 문제에 대처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 그러한 리더십이 선거 국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거 아닌가"라며 "그래서 여전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불릴 정도로 여야 유력 후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 것이다.

◆"'권력형 비리' 없고, 대선 후보들 '비호감'도 영향"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도 레임덕을 겪지 않는 이유에 대해 측근·친인척의 권력형 비리가 없는 점을 먼저 짚었다. 박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제일 큰 비결은 크고 작은 권력형 비리가 없다는 점"이라며 "권력형 비리는 역대 대통령 레임덕의 직격탄이었는데, 문 대통령 주변에는 없었다. 어느 대통령보다 도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두 번째로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에 실패한 게 있지만, 개혁 기조에 대해서는 국민 상당수가 지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레임덕은 대안이 있을 때 가능한데, 야당에 아주 좋은 후보가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라며 "지금 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 국정 실패의 반사이익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들이 정말 잘해서 지지를 받는 게 아니다. 또 여당 대선 후보까지 포함해 여야 유력 후보 두 명이 다 비호감이 큰 선거이다 보니, 지금 후보들로는 대안이 될 거 같지 않아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선 후보들에 비해) 문 대통령이 돋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이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발 리스크와 최근 잇단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 문제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할 경우에는 정권교체 바람이 거세지면서, 단기간 내에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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