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국회의원 선거에 20살, 25살 먹은 사람이 나오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당선될 것 같나? 형식적으로, 일시적으로 박수는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 산적한 일들'을 젊은 사람이 해결할 수 있겠는가. 형식적 논리에 끌려가면 결국 '불안한 대한민국'이 되는 거다."

제21대 국회 최고선배인 '47년생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17대, 19대, 20대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충남 홍성·예산군 지역구 의원에 당선됐다. '동일 지역구 3선 연임'의원이면서 4선 중진이다. 지역민 100명 중 6~70명 정도가 아는 수준의 '핵인싸(친구나 인기가 많은 사람)'다. 지역에 가면 주민들은 멀리서도 "그동안 별일 없으셨냐"며 홍 의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고 했다.

1985년부터 국회에 입성한 그는 "국민이 원하는 법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 주는 것이 국회의원의 '사명'"이라고 얘기한다. 국회가 혁신을 이야기할 때, 깊은 고려 없이 사회 경험이 부족함에도 무조건 '20·30세대 의원=개혁'이라고 보는 잣대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나이를 떠나 국회에서 법과 제도 개선에 십분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국회의원의 의무라고도 밝혔다.

홍 의원 집무실 한 켠에는 은은한 분홍빛을 내는 '무궁화 나무' 조화 분재가 있다. 무궁화 관련 단체에서 보내준 것이라고 한다. 홍 의원은 무궁화에 '진심'이다. '무궁화 국화 지정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무궁화 나무심기 대국민 캠페인'을 벌인다. 그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꽃이 뭔지 아십니까'라고 물으면 당연스레 '무궁화죠'라는 대답이 돌아오지만, 정작 무궁화가 국화로 법제화 되어있지 않은 건 아무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명소나 양지바른 곳에는 전부 (일본 국화인)벚꽃 천지인 것은 일제의 잔재가 남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홍 의원. 그가 국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무궁화 동산'이 있는 국회 분수대 앞이다. 동산에 핀 무궁화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긴 생명을 자랑하며 피어난 모습을 보며 나라 사랑을 되새긴다고.

집무실 반대편 책상 위 빼곡히 쌓인 서류와 책 뭉치들을 뒤로 벽에는 '농어촌·농어민·축산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은 강한 선진국이 된다'는 현수막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홍 의원은 "앞으로 대통령이 되는 분은 52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 예산을 최소 5%까지는 올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농민이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가 60%, 지자체가 30%를 보상해주는 내용으로 지난해 대표발의한 '농어업 재해보험법'을 올해는 꼭 통과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더팩트>는 설 연휴를 맞아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홍 의원을 만나 21대 국회 최고령 의원으로서의 국회 생활, 국민의힘과 대선, 청년 문제, 국회 주요 의제 등을 물었다.

Q. 올해 새해 목표는?

올해는 정권 교체해야 된다. 그게 충남 선대위원장으로서 제 사명이고 우리 당에 꼭 해야 할 첫째 목적이다.

Q. 한 달이 지났는데. 목표한 대로 진행되고 있는 거 있는 것 같나.

조금 미흡한데, 중반보다는 후반으로 오면서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요즘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Q. 미흡한 부분이라고 하면 어떤 건가.

지난번엔 중앙선대위 중앙에 한 500여 명 임명을 받은 분들이 몰려 있다 보니 지역에서 표를 관리해야 할 분들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분도 생기고 지지율이 많이 출렁였다. 그런 것들이 중앙 선대위 슬림화를 통해 빨리 수습 단계로 들어갔고, 윤석열 후보도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소위 득표 활동이나 정책 활동을 하는 등 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Q. 당 대선 후보인 윤석열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겠다' '경제는 시장 경제로 해야 되겠다'(라고 말하는 가치관)는 게 윤석열 후보의 장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검찰총장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대통령이 임명을 했는데, 대통령이 정의롭지 못하고 원칙을 위배했을 때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그건 보통 사람들이 못 갖는 것이다. 또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덕목을 갖춘 사람이다.

Q. 지역구 4선이면 '예산의 임영웅'처럼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하나?

2004년부터 거기서 정치를 했으니 우리 지역민들은 나를 빨리 알아본다. 어느 정도냐면 뭐 저 멀리 있어도 "아이고 그동안 별일 없었냐"하고 또 "코로나 다 방역했느냐"고 묻고 그런 것들. 유권자 되시는 분이 먼저 알아보니까 조금 어떤 때는 좀 미안스럽기도 하고. 우선 4선이면 지역민이 100명이면 한 60%~70%는 안다는 것이지. 시골은 주로 '오일장'이 선다. 그때 버스 정류장에 가면 보통 4~50명이 다 버스 시간을 기다린다. 보통 오일장이나 슈퍼마켓, 버스정류장 이런 곳들을 순회하며 지역민을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곤 한다.

Q. 요즘에는 만나면 지역민들이 무슨 말을 제일 많이 하나.

'대통령 선거 잘 되느냐' 그게 첫째. 그리고 시중에 떠도는 질문들을 한다. 양 후보의 가족 관련 녹취록 문제를 아주 짓궂게 묻는 분들이 꽤 있다. 이 후보 하면은 '형과 부인에게 폭언을 했다는데, 형이 자기 어머니한테 그렇게 나쁜 소리를 해서 그렇다는데 사실이냐' 묻는 분들도 있고. 윤 후보는 김건희 씨 녹취록을 묻는 분도 있고. (지역민들이) 윤 후보는 'MBC에서 폭탄으로 알고 홍보를 했는데, 녹취록이 터지고 보니까 그렇게 위력이 있는 거 큰 건 아니더라'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고. 이 후보에 대해서는 '대장동' 얘기를 꼭 한다. '사람이 셋 죽었다는데 관계 있는 거 아니냐' '자기가 설계자라고 인정하지 않았냐' 등. 녹취록에 대해서도 '자기 형수한테 엄청난 폭언을 할 수 있나'라고 하는데... 충남은 '충절(忠節)의 고장'이라 예의를 중시한다.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Q. 최근 민주당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른 국회의원 '동일 지역 3선 초과 연임 금지'에 대한 본인 생각은.

참 엉터리다.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당에 합리적인 당헌·당규가 있잖나. 송영길 당 대표가 그걸 전혀 무시하고 자기 혼자 독단적으로 아침에 발표한 거 아닌가. 헌법을 무시하고 그저 표를 받기 위해서 '우리는 이렇게 깨끗하고 합리적인 정당이다'라는 걸 보이기 위해서 자기가 '원맨쇼'를 한 건데. 그 얘기를 해서 당내 분란이 생기지 않았나.

선거용으로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의도에 진정성이 없고, 지금 이야기하는 자체가 맞지 않다. 그걸 제대로 하려면 대선이 끝나고 해야 한다. 여야가 협상용으로 한번 내놓고 국회에서 다뤄볼 필요는 있다. 그런데 지금 느닷없이 선거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투표율이 열세니 당황해서 '악세(惡歲)의 악수'를 두는 거지. '혁신을 하고 있구나'는 이미지로 젊은 친구들의 표를 얻으려고 의도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본다. 난 오히려 그 악수 때문에 여론조사 지지도가 더 떨어질 거라고 예측한다.

Q. 대선용 의도를 떠나 '정치 혁신을 위해서 3선 연임이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혁신은 항상 하는 거다. 혁신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러나 하루아침에 판을 싹 바꿔버리고, 새로운 정책으로 국가를 리드하는 거? 그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거다. 나라 전체가 100%이라면 혁신은 40% 정도 항상 해야 한다고 보고, 나머지 60%는 '기존 질서'를 잡아가면서 혁신을 병행해야 하는 거다. 혁신의 모양새를 갖췄다고 '이것이 젊음이고, 혁신이다'라고 하는 것은 정책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에도 3선 이상 되는 의원들 최소 한 3~40명 될 텐데. 거기 전부 초선들이 들어차면 국민들이 행복해지겠나? 현실에 안 맞는 얘기다.

국회의원 선거 피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졌으니 20살, 25살 먹은 사람이 나오면 '센세이션'을 일으켜 당선될 것 같나? 아니다. 사람들은 안 뽑는다. 빛깔이 좋고, 박수는 잠깐 받을지 몰라도, 사람들이 '스물 다섯 살에 국회의원 할 수 있을까? 우리 지역에 산적한 일들이 있는데' 하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국회의원은 안 된다. 형식의 논리에만 빠지면 불안한 대한민국이 되는 거다.

Q. 이번 대선에는 20·30세대의 민심이 특히나 주목받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내 생각은 청년들에게는 법과 제도로 국가가 인정하는 예산을 배정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2년 전에 행안위에 '청년청 신설에 관한 법안'을 낸 적도 있다. '청년청'을 신설해 청년이 청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주자는 게 포인트다. 당시 공청회 했던 청년들 중 몇 명이 얼마 전 나에게 와서 (대선 후보들의 청년 공약을 보고는) "우리가 닭이냐 오리냐. 모이 주듯 배고플 때 현금 던져주면 다냐. 우리 돈 달라는 거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또 하나는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제도다. 여성들이 결혼하고 육아하면 보통 6~7년이 걸린다. 그들이 직장을 관두고 아이 키우고 나서 직장을 다시 잡으려면 취업이 안 된다.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청과 연계해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에 대한 지원을 한다든지 하는 방안 등으로. 현재 경력단절 여성들이 156만 명이 있다. 전부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실업자 가정이 156만이라고 하면 가정에 불균형이 오고 얼마나 불안하겠나. 이런 건 지원을 통해 제도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Q. 항상 청년 정책은 '단발·현금성'으로만 그친다는 지적이 있다.

예결위원장을 하며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18조를 쓴다. 우리나라에 17개 부처 중 11개 부처가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113개의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 중 중복된 게 38%다. 생색내기용, 청년들한테 보여주기식, 대통령 보고용인 거다. 실제 청년에게는 하나도 피부에 와닿는 게 없다.

'청년청'이 만들어지면 11개 부처가 쓰는 거를 하나로 모으면 5조2000억이 절감된다. 청에서 일자리도 만들고, 교육도 하고, 결혼도 하고, 취업도 하고 다 이루어질 방안들이 있다. 근데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면은 복잡하고, 본인들이 잘 모르니까 이번 대선 후보들도 그냥 현금 주는 걸로 정책을 내는 거다. 청년청을 신설한다면 청장은 '싱싱하고 발랄한' 40대 청년을 세우고, 그 밑에 차장급은 30대로 해도 된다.

Q. 30대가 청년청장이 되는 건 어떤가.

사회적 경험이라는 게 어느 정도 있어야지. 30대 청장, 20대 청장 이렇게 (주요 직급의) 나이대만 낮아진다고 개혁이라고 보면 절대 안 된다. 그게 '고정관념'이다. 연륜 있는 사람들이 좌장(座長, 단체를 주재하는 가장 어른 되는 사람)이 돼서 기본 근간을 잡아주고, 나머지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국가가 안정되는 거고 나라가 안정되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80대고, 미국 영국은 7선, 8선 의원들이 다 의회에 자리 잡고 있다.

Q. 국민의힘에서 20대 남성 중심으로만 청년 공약을 냈다는 지적에 대해. 20대 여성들은 배제했단 비판이 나왔는데.

남녀를 구분해서 청년 문제를 정책을 내놓는 건 한마디로 '실책'이다. 자꾸 당에서 청년을 남성 위주로 표현하는 것을 두고 내가 몇 번 지적도 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남녀평등'이라는 얘기를 우리가 쓰면서, 어떻게 남성 위주 청년 쪽에 기본적 테마를 가지고 있느냐고.

Q. 그런 지적을 했을 때 당에서 돌아오는 반응은 뭔가.
'알았습니다' '하겠습니다'. 그래놓고 반영 안 하는 거지 뭐.

Q. 다선 의원으로서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국회에서 무슨 법을 만들었고, 그로 인한 우리 지역의 발전은 뭐였고, 국가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갖고 평가받는 그런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법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 주는 것이 국회의 사명이다. 나이를 먹었던 젊었던 상관없이 국회의원은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법과 제도를 많이 만들면 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국회의원들이) 1년에 몇 개 법안을 만들었는지, 무슨 법을 만들었는 지를 국민들과 지역구에 전부 공개해 평가 받는다. 그럼 지역 주민들이 '이 일은 내가 원하던 건데 의원이 했다'며 다음에 또 찍어주는 거다. 근데 지금 우리나라는 뭐 나이가 어리다고, '개혁'이라고 찍어주고...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사회 잣대를 보면 안타깝다.

Q. 올해 준비 중인 입법들은 뭐가 있나.

첫째는 농어촌 농어민이 잘살 수 있게 기후 변화에 대한 농작물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를 입법하고 싶다. 선진국들의 '농작물 피해 보상법'을 참고했다. 기후변화로 농작물의 피해를 보면 금액의 90%를 지방자치와 국가의 보험 제도를 해결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은 그런 제도가 없으니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던지, 모두가 다 농민이 손해를 본다. 이외에도 정부의 농업 예산 5% 증액, 통일에 대비한 남북 농업 기술 교류에 중점을 둔 입법 등을 준비하고 있다.

Q.코로나 3년 차를 버티고 있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힘들지만 함께 코로나 정국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개인 방역 시스템을 국가가 장려하고 도와주는 '코로나 마무리 시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Q. 나중에 사람들에게 '어떤 의원'이었다고 기억되고 싶나.

말과 행동이 같은 '언행일치'했던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홍문표 의원은 누구? 1947년 충남 홍성군 출생. 한영고등학교, 건국대학교 농화학과 학사 졸업,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국회 의장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국회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 19대 새누리당, 20대 새누리당, 21대 미래통합당 충남 홍성군예산군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는 국회 예결위원장, 교육위원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충남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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