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연소' 류호정 "국회, 늦게까지 '일하는 느낌' 내지 말자"


'동일 지역 3선 초과 연임 금지'에 "1·2번당만 경쟁하는 체제 자체를 바꿔야"

류 의원은 1992년 생으로 올해 만 29세다. 언론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이들을 부르는 통칭)이기도 하다. 류 의원의 MBTI(성격유형검사)는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라는 별칭을 가진 ENTP(외향·직관·사고·인식형)이다. /국회=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92년생'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나이로만 따지면 국회에서 1%다. 그가 평균 54.9세인 제21대 국회에서 자신의 나이를 체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더팩트>는 온 세대가 모이는 설 연휴를 맞아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류 의원을 만났다.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으로서의 국회 생활, 정의당과 대선, 젠더 문제, 국회 주요 의제 등을 물었다.

류 의원은 '큰 글씨'로 쓰인 종이 자료집을 볼 때, 다른 의원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물어올 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이들을 부르는 통칭)'구나"라고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에 온 이후 하염없이 흐르는 '시곗바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경안 처리, 국정 감사 등 국회의 주요 일정마다 '지각'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류 의원은 이를 두고 "늦게까지 일하는 '느낌' 내는 거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류 의원의 집무실도 그를 닮아 'MZ세대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노란색 옷과 신발 등이 즐비한 옷걸이에, '스튜디오'를 방불케 하는 까만색 스크린, 그 옆엔 큰 조명이 우둑하니 서 있다. 배치된 가구들도 하나하나 다 범상치 않다. 업무용 책상 옆에는 작은 (밤샘용)'텐트'와 편히 기댈 수 있는 '빈백' 쇼파가 2개 놓여있다. 책장 가득 책이 빽빽이 차 있고, 상패나 명패가 가득한 여타 의원들의 딱딱한 사무 공간과 달리 류 의원은 '자기만의 방'을 꾸리고 있었다.

류 의원의 'MBTI(성격유형검사)'는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라는 별칭을 가진 ENTP(외향·직관·사고·인식형)이다. 류 의원은 논쟁을 즐기지만, 국회의원의 역할이 '논쟁하는 것'에서 그쳐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정치권의 역할이 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그 갈등을 '조정'하는 데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류 의원은 "'(법안) 발의를 했으니 그것만으로 의미가 뜻깊다'는 청춘만화에나 나오는 소리는 나도 하기 싫다"고 밝혔다. 올해는 본의회에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들이 통과돼 '결과를 내는 입법노동자'가 되는데 쏟아붓는 12개월을 보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설을 맞이해 새해 소망이 뭐냐는 물음에 류 의원은 "올해는 꼭 혼자이신 어머니가 '결혼'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쌍둥이 남동생 둘을 포함해 장녀인 자신까지 '속 썩이지 않는' 자식이 셋이니, 이제 어머니의 짝만 찾아주면 된다고. 이번 설에는 다음 출마할 예정인 지역구를 방문할까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만큼 대면 행사는 줄이고 심상정 대선 후보의 홍보 업무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류 의원이 국회 앞 분수대에서 타투인들의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던 당시 사진. 타투 스티커를 붙인 등이 훤히 보이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류 의원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Q. 류 의원 하면 '타투(문신) 합법화'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소확행' 공약으로 '타투 합법화'를 내세웠다. 당시 소감이 어땠나.

사실 '타투 합법화'라는 의제 자체는 십수년 전부터 관계자들이 공론화하고 통과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다. 다만 계속 외면받아 왔는데, 작년 국회 잔디광장에서의 퍼포먼스 이후로 공론화가 크게 됐고 이후 공론화를 통해 진전한 거다. 대선 후보의 무수히 많은 공약이 있는데, 그 중 '타투 합법화'가 드러나는 공약으로 채택이 된 걸 보면서 뿌듯했다. (입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의미가 있지 않나. 이렇게 대선 후보들까지 약속할 정도면 올해는 정말 통과가 되겠구나 싶어서 저도 설렜다.

Q. 최근 민주당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른 국회의원 '동일 지역 3선 초과 연임 금지'에 대한 본인 생각은.

국민의힘에서도 '4선 연임 금지'같은 비슷한 요구가 있었다. 여러 번 나오던 말이다. 일단 '연임'은 떼야 한다. '동일 지역구' 3선 금지 아니면 3선 초과 '연임' 금지 이런 식이던데. '동일 지역구'라는 조건이 붙으면 종로에서 출마했다가 서초에서 출마하면 같은 그러니까 카운트 안 한다는 거 아닌가. 3선 연임도 마찬가지다. 한번 걸러 당선되면 일종의 '함정'인 거다. 할 거면 그냥 '세 번 금지'로 가야 한다.

그런데 또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그것 또한 '대증요법'(환자 치료에 있어 원인이 아니라 증세에 대해서만 치료함)일 뿐이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당론이 바뀌지 않으면 사람이 바뀌어도 똑같기 때문이다. 정말 한다면 찬성하겠지만, 1번당과 2번당이 경쟁하는 체제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저는 정치권이 '경쟁'해야 한다고 본다. 왜 본인들만 안정적으로 살려하고 시민들은 불안정하게 사나. 그 반대가 되야 하는 거 아닌가?(웃음)

Q. 특히 이번 대선 때는 정치권에 2030세대의 '인터넷 커뮤니티' 민심이 여론처럼 대변됐는데. 커뮤니티 반응을 국회의원으로서 체감했나.

일단 2030을 넘어서서 더 많은 세대의 민심을 정치권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서 좀 듣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경향이 강해졌다라는 사실이나 현상은 받아들여야 되는 것 같다. 코로나 (비대면) 때문에 더 가속화된 것도 있겠지만, 기존에 광장에서 하던 전통적인 정치는 많이 사라졌구나 느낀다. 대신 모바일 환경에서의 '좋아요'와 '댓글' 반응들을 보면서 하는 정치가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의 현상들을 보면, 국민의힘은 오로지 소위 '이대남 커뮤니티'만 보고 가는 것 같다.

류 의원은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자신들의 표심에만 이용할 뿐 입법 활동을 통한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선화 기자

Q. 청년 세대 남녀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 정치권에선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처음엔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등바등해도 크게 내 삶이 변할 것 같지 않고, 10년 뒤에 내 삶은 안정적일까를 상상했을 때 여전히 그렇지 않고. 그러면 나는 '가난한 청년에서 가난한 중년이 되는 건가'하는 현실 속에서 (기회 부족으로) 갈등이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그 갈등의 원인에 '정치권이 탓이 크다'는 걸로 생각이 바뀌었다. 정치권은 사회 갈등을 조정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은 그 갈등을 그대로 끌고 와서 구호로 외치고 자신의 표로 삼을 뿐 어떤 결과도 내지 않는다. 지금 젠더 갈등에 대해 정치인들은 혐오를 조장하면서도 말만 '혐오하지 않는다' '성평등이 필요하다' 얘기할 뿐이다. 입법을 통해 결과로 증명해야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데, 정책에 대한 약속은 지키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까지 온 것이다. 혐오를 이용하는 세력이 갈등을 키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때론 갑갑해서 '제발 공약을 내셨으니 국회에서 최소한 법안소위에서라도 논의를 하면 안 되겠느냐'라고 (의원에게) 전화를 드릴 때도 있다.

Q. 국회 내 '성평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많이 자리잡혀 있는 것 같나.

지금 와서도 '성평등'이 이해가 안 되면 정치에서 손 떼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성평등 의제 논의가 활발해진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그거 모르고 정치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기본이 안 된 거다. 저도 태어나면서부터 '페미니스트'는 아니었다. 살다 보니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 페미니즘이라는 걸 알게 되고, 성평등이라는 걸 알게 되고 이 가치가 인간의 '행복 추구'를 위해서 필요하구나를 받아들이고 공부를 한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데 어떻게 모든 의제에 대해서 다 알 수 있겠나.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에게는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 나이는 이제 핑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Q. 인터넷 공간에서의 정의당, 본인을 향한 '악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기사 하나에만 댓글이 10000개~15000개가 달린 적도 있었다. 혐오성, 성희롱성 댓글들이 쏟아져서 물리적으로 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악플들이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춰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혐오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진'을 하고 있는 거라면, 당 정치인들은 그중 조금 '앞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멈춰서면 뒷사람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겠나? 그리고 같이 가던 사람들도 힘이 빠질 거다. 저는 그럴 수 없다. 정의당을 응원하는 분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알리는 것, 그 연대의 공간이 정의당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보통 제가 일명 악플 '테러'를 받는 일이 생기면, 1대1 메시지나 후원 등으로 지지자분들이 표현을 많이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나에게 몰래 연대하는 손길들을 보내는 거다. 혐오 댓글에 자신의 응원 댓글을 달고, 거기에 또 대댓글을 받으며 (악플에) 대응하고, 신상이 공개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피곤해서겠지.

Q. 21대 국회에 1990년대생은 1%이고, 평균 연령은 54.9세다. MZ세대 의원으로서 국회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의원들이 법정 기한을 준수하고 약속한 날짜와 시간을 좀 지켰으면 좋겠다. 국회의 연간 계획이 있다. 거기에 따르면 국정감사는 사실 6월에 시작을 해야 되는데 10월에 하지 않나. 또 본회의 한다고 해놓고 계속 미루는 거. 그리고 쓸데없이 새벽 3시에 추경안 처리하는 거. 미리미리 하면 그 시간에 꼭 안 해도 되는데... 늦게까지 일하는 느낌 내는 거 안 했으면 좋겠다. 사실 그런 자리는 국회의원들만 출석해서 하는 게 아니라 기자들, 공무원분들도 같이 새벽까지 일해야 된다. 그 느낌 내는 거 하나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져야 하는지 싫더라.

류 의원은 국회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다른 의원들이 나에게 물을 때 자신이 MZ세대임을 실감한다고 밝히며 웃음을 보였다. /이선화 기자

Q. 국회에서 '이럴 때 내가 MZ세대 같다'고 느낄 때가 있는지.

(나만)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때. (웃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의원들이 나에게 물어볼 때? (웃음) 또 16포인트(큰 글자)로 인쇄돼서 나오는 종이 자료집을 볼 때. 그럴 때 '나는 아직 좀 젊구나...' 생각한다.

Q. 다른 의원들이 하는 말 중 '나한테만 많이 하는 것 같은 이야기'가 있나.

'젊으니까~' '젊은 게 좋아' 하신다. 저도 가끔씩 피곤할 때가 있는데... (웃음) '일정이 피곤했다' 이런 이야기하면 다른 의원들이 '젊은 게 무슨~' '벌써부터 왜 그래' 하신다.

Q. 대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당 대선 후보 심상정은 어떤 사람인가. 옆에서 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우선 심 후보는 MBTI가 '대담한 통솔자'인 ENTJ다. 정말 대단한 통솔자다. 실제로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타고난 정치인'이다. 무슨 말이냐면 정치인은 '뭐든 잘 먹고 아무 데서나 잘 잘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심 후보가 아침에는 지하철역 출근 인사로, 저녁에는 비행기, 기차를 타며 정말 전국을 오갔다. 이런 일정들을 소화하려면 너무 예민하고 까칠하면 하기 힘들다. 곁에서 보며 몸도 정신도 잘 챙기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심 후보를 봤을 때 사소한 거라도 주변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분이라고 느낀다. 저는 홍보팀이다 보니 심 후보의 말의 속도, 말끝 어미 같은 걸 유심히 본다. 홍보 영상을 찍다 '말 속도를 빠르게, 말끝 어미를 짧게 끊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더니 심 후보가 금방 고치더라. 앞으로도 변화 가능성이 많은 후보라고 봐도 된다.

Q. 코로나19가 올해로 3년 차다. 국민들에게 전할 위로의 말이 있다면.

(한숨) 벌써 3년 차... 사실 국민들이 너무 긴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잘하고 있다'라는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곧 국회에서 추경안 심사를 하는데, 피해와 손실을 감당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그리고 또 노동자들 사회 구성원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정의당도 안을 제출하려고 한다. 더 열심히 하겠다. 그리고 의료진 여러분 늘 감사하다.

국회의원을 다섯 글자로 입법노동자라고 표현한 류 의원은 남은 11개월 한 해 타투업법 비동의 강간죄 처벌법 포괄임금제 폐지 채용비리 처벌법 임금 체불 방지법 등의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Q. 마지막으로 류호정에게 국회의원이란 다섯 글자로 'ㅇㅇㅇㅇㅇ이다'라고다면, 그 다섯 글자를 뭘로 채우겠나.

국회의원이란 '입법노동자'다.

☞ 류호정 의원은 누구? 1992년생으로 만 29세다.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헌정사상 역대 네 번째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 후 게임회사인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했다가 퇴사해 민주노총 회섬식품노조에서 선전홍보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정의당에 입당해 성남시위원회 부위원장, 경기도당 여성위원장,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2020년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으며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속이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홍보 업무를 총괄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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