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박희준 기자]북한이 설연휴에 올들어 7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기지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7시 52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 방향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약 2000km였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임시 기자회견을 갖고 "미사일은 약 30분 정도 비행했다"면서 "동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미사일은 고도 약 2000km에 도달했고 약 800km를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고각 발사는 정상각(30~45도) 이상보다 높은 각도로 미사일을 쏘는 방식이다. 사거리를 줄어드는 대신 고도를 높여 미사일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다.
북한은 2017년 5월15일 평안북도 구성시에서 화성-12형을 발사할 때도 이 방식을 썼다. 당시 비행 30분 동안 최고고도는 2111km, 비행거리는 787km로 평가됐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당시 "정상 각도로 쏘았을 경우 4500km를 날아가 미국령 괌과 알류산 열도 최서단까지 날아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CSIS가 당시 게재한 사진에는 화성-12형이 알류산 열도의 서쪽 끝까지 도달하지만 미국 본토인 알래스카주 남부 알래스카만에 있는 코이액섬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5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의 이날 발사체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북한의 발사가) 2017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대통령과 합참의 발표, 과거 북한의 시험 발사를 근거로 한다면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 4500km인 미사일이다. IBRM은 보통 사거리가 3000~5500km인 미사일을 뜻한다.
CSIS 산하 사이트인 미사일쓰렛은 북한이 화성-12형과 무수단 등 IRBM은 개발중이며 아직 실전배치는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202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군사퍼레이드에 이동식발사대(TEL)에 적잭한 미사일 6발을 공개했다.
미사일쓰렛에 따르면, 화성-12형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일단 미사일이다. 길이 17.4m, 지름 1.65m이며 탄두중량은 500kg이다.탄두는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대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사중량은 알려진 게 없다. 이 때문에 미사일쓰렛은 2017년 5월 발사한 화성-12형이 중량이 단 150kg인 탄두를 탑재한 것으로 가정하면, 화성-12형의 최대사거리는 탄두중량 650kg을 탑재하고 3700km엔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원대로라면 화성-12형은 미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는 충분히 날아갈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은 2017년 8월10일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번에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라는 미국이 정한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넘을 수 있다고 미국에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믹구은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 "북한의 최근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과 마찬가지로 이번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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