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역·용산역=신진환 기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막판까지 고민할 것 같다."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설 연휴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한데 모이는 명절 특성상 민심 이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밥상머리 토론을 거친 민심은 향후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은 막판 민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설 연휴를 앞두고 표심 확보에 안간힘을 썼다.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책과 민주당이 미흡했다며 사과하고 큰절을 했다. 윤 후보는 '청와대 해체' 등 파격적인 공약으로 표심 몰이가 한창이다. '1중'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상위권 도약을 엿보고 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상황에서 민심은 어떨까. 주말을 포함한 설 연휴 전날인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이 후보에 대해 '검증된 행정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전이 고향이라고 밝힌 30대 회사원 최지수 씨는 이·윤 후보를 두고 "둘 다 별로"라면서도 "검사만 해온 윤 후보보다는 경기도까지 이끌어본 이 지사가 조금 더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정현준(40) 씨는 "이 후보는 계곡의 불법 건축물을 없애는 등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같다"며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반복됐던 문제를 해결했던 것으로 봐서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 후보는 2019년 경기지사 재임 당시 경기도 계곡 정비사업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정 씨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대선 막판까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에 대해선 강인한 이미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직 공무원 출신이라고 밝힌 60대 박모 씨는 윤 후보에 대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도 유명하고, 대통령이나 장관과도 부딪힐 수 있는 배짱이 있다"며 "원칙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볼 때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자꾸 무속인과 연관된 뉴스가 나오는데, (윤 후보) 부인은 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과 이른바 '조국 사태' 등 정치 현안과 관련된 것과 최근 정부의 백신 패스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구미로 향한다는 20대 여대생 한모 씨는 "문 대통령에게 기대가 컸는데 여전히 청년들의 어려움은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 있던 김모 씨는 전날(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점을 언급하며 '불공정'을 거론했다.
용산역에서 만난 사업가 윤모(50대) 씨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걱정해 기피하는 국민을 백신 패스로 차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원칙과 공정을 강조하는 것을 믿고 지지하기로 했다. 정권을 바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회사원 박모(30대) 씨는 "집값도 전셋값도 워낙 비싸 집 문제가 걱정"이라며 "정부가 각종 규제와 정책 혼선으로 집값을 안정화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이 후보에 대해선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부정적인 반감이 많았다. 윤 후보에 대해선 지속되는 '무속' 논란과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가 악재로 작용했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인 셈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스운 명칭이 붙은 상황에서 도덕성을 내세우는 안 후보에 대해선 사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중도층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각 후보와 정당은 중도층과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총력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특정 정당과 지지 후보가 없는 이들은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목포가 고향이라고 소개한 회사원 황동진(41) 씨는 "코로나19 시국이 길어지면서 물가도 오르고 체감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며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출신으로 제대를 앞두고 있다는 군인 이모(20대) 씨는 "젊은 세대에서 지역주의는 많이 없는 것 같다. 또 후보들이 청년들을 위해 내놓은 많은 공약을 100% 실천할 것으로 믿는 사람도 없다"면서 "'이 사람을 한번 믿어봐야겠다'라는 느낌이 드는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춘천 출신 이모(33·여) 씨는 "욕설 논란과 무당 논란에 휩싸인 후보들을 찍어야 하나 싶다. 정말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