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허위 이력과 무속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 24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직접 요청해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씨 등판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큰 틀에서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 관련 '예언'을 한 게 적중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설 연휴 전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양자토론은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하기로 했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한 게 받아들여져 불발되는 듯했으나 양자토론을 먼저 하고, 4자 토론을 나중에 하는 걸로 정리됐다.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에서 '눈물의 호소'까지 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어 내부에선 답답하다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3국 순방 이후 청와대가 순방단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곧바로 공개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제시하면서 신년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한 것 등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은둔' 김건희, 프로필 등록이 대외 활동 개시 신호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네이버에 프로필을 등록했지?
-김 씨는 지난 24일 늦은 오후 네이버에 기본적인 프로필을 등록했어. 김 씨는 자신을 주식회사 코바나 대표이자 전시기획자로 소개하고, 4건의 전시회를 기획했다는 점 외에 학력, 가족관계 등 별다른 사항을 게재하지 않았어.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씨의 대외 활동 개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어.
-윤 후보도 부인의 프로필 등록에 한마디 했지?
-맞아. 윤 후보는 부인이 프로필을 등록한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도 아침에 기사를 보고 여기 올라오기 전에 제 아내한테 전화를 했다"며 "본인이 직접 올렸다는데 간단하게 올려놨더라. 그래서 좀 더 상세하게 올릴 생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어. 취재진은 '상세한 프로필을 올리는 것은 공식 일정을 염두에 둔 것이냐'고 물었는데 윤 후보는 "그런 식의 상세한 게 아니라, 이름이나 사진 (이렇게) 굉장히 짧게 올려놔서 다른 분들이 하는 정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올린다고 하더라"라며 공식 등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어.
-국민의힘 공보팀 관계자는 '김 씨의 네이버 프로필 등록'에 대해 "김 씨가 직접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선대본부 측과 상의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어. 또, 선대본부는 지난 26일 김 씨의 프로필 사진을 언론 보도용으로 별도 제공했어. 선대본부 공보단은 SNS 알림방을 통해 김 씨의 사진 원본을 공유하며 "언론사 요청에 따라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김건희 대표의 사진을 제공한다"고 밝혔어.
-김 씨가 등록한 프로필 사진에 대한 평가도 떠돈다면서?
-김 씨가 등록한 인물란 사진이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검사 와이프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 윤세아를 닮았다는 평이 있어. 김 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사과 기자회견 당시, 의상과 비슷했다는 것에 대한 연장선인 것 같아(웃음).
-김 씨는 지난 27일 기존 프로필에 학력과 수상내역을 추가했어. 그동안 의혹이 됐던 내용은 모두 뺐지?
-김 씨의 네이버 프로필에 '학력 사항 4건'과 '수상내역 3건'이 추가됐어. 프로필 하단에 '본인 참여 2022.01.26.'이 적시된 점을 미뤄볼 때 프로필 수정은 김 씨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여. 김 씨는 학력란에 '경기대학교 회화 학사(~1996년)',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석사(~1999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디자인학 박사(~2008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 경영전문석사(~2012년)' 등을 게재했어. 알다시피 김 씨는 그동안 허위 학력 및 이력 논란이 뜨거웠잖아. 그런데 이번 프로필에서 논란이 된 부분을 걷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포털에 본인이 직접 프로필을 등록했다는 것은 유력한 대선 후보의 부인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하지 않나?
-국민의힘에서는 김 씨 등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어.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아직은 방안 등에 대해 내부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라 시기 특정은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설 연휴에 김 씨가 통화 녹취록 발언 및 의혹 등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어.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도 등판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 같아. 공론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기와 방식을 두고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어. 김 씨 등판을 선대본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는지, 김 씨를 공식선거 기간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야 하는지 등이야.
-'설 연휴' 전후쯤 김 씨가 등판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던데?
-잇따른 의혹을 두고 김 씨의 등판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아. 윤 후보 측 대변인은 "김 씨 등판에 대해선 어떠한 내부 논의도 한 적이 없으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내용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 후보와 배우자가 대화로 풀어야 될 숙제이지, 선대본부에서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어.
-그러면 언제쯤 나올 것 같아?
-김 씨는 설 연휴 전후 녹취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설 이후 공개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해 보여. 선대본부 관계자들도 이를 크게 부정하지는 않아. 다만 시기가 조정될 수 있을 것 같아. 김 씨 건강 때문이야. 김 씨는 여러 논란 탓에 2019년부터 거의 갇혀 지내 기력이 좋지 않대. 현재는 회복 중이라고 해.
-공식 행보에 나선다면 어디서 시작할까?
-결정된 건 없는 것 같아. 대신 다양한 제안들이 선대본부 안팎에서 제시되고 있어. 김 씨가 평소 관심을 보였던 유기견 봉사활동이나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기획이 대표적이야. 하지만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말도 있어. 틀에 박힌 기획성 행사는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거지. 게다가 아직 김 씨가 여러 논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특정 행사에 나서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존재해. 그래서 비공개 봉사활동이나 조용한 내조를 계획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어.
-그렇다면 김 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선 선대본부에서 김 씨의 등판 시기나 공개 활동 방식에 대해 여러 의견을 취합할 전망이야. 이를 토대로 김 씨에게 시기 등을 제안하겠지. 다만 김 씨만의 생각이 따로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어. 등판에 대한 최종 결정은 윤 후보 내외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해.
◆국정 운영 구상 밝힌 安, 文대통령과 차별화 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큰 틀의 국정 운영 방향을 밝혔어. 눈에 띄는 점들이 좀 있지?
-안 후보는 당선되면 '국민 통합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했어. 구체적으로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 장관급 인사를 연합정치 정당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우선해 내각에 참여시키겠다고 했어. 국민의당은 의석수가 3개인 소수정당이잖아. 이를 두고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안 후보는 '연정'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어.
-'진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말도 나왔지?
-맞아. 안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청와대 집무실은 국빈영접 등 행사가 있는 날만 이용하고 평상시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겠다고 밝혔어.
-야권 후보들은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하네(웃음).
-맞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27일 당선되면 기존 청와대 부지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하겠다고 밝혔지. 앞서 세종시에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어.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광화문 집무실' 공약과 비슷한데, 현실화되지는 못했잖아.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는 모르지만, 윤·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약속을 지킬지 지켜보자고.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태블릿PC를 들고 국정 운영 비전을 설명하는 게 인상적이던데.
-IT 기업가 출신 안 후보는 태블릿PC가 익숙한 듯해.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이어진 기자들과 질의응답 때도 질문을 태블릿PC로 간략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어. 흔히 펜으로 간략히 메모하는 정치인들과 다른 모습이지. 안 후보는 이전에도 왕왕 공개 석상에서 태블릿PC를 사용해왔어. 2017년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유세할 때 태블릿PC에 연설문을 담아 왔다든지, 의원총회나 당 회의 때도 사용했어.
-안 후보가 코로나19 확진자 1만 명을 예측한 뒤 바로 현실이 됐다는 후문이 들리던데?
-실화야. 안 후보는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대뜸 기자들을 향해 "오미크론 조심하세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곧 1만 명을 넘어설 거예요"라고 말했어.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26일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하루 새 4400여 명이 증가해 1만 명을 넘어서며 당시 역대 최고치를 찍었어. 하루 만에 안 후보의 말대로 된 셈이야.
-사실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과 전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1만 명 돌파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됐잖아. 어쨌든 대선이 40여 일 남았는데, 코로나 시국이 진정됐으면 하는 바람이야. 각자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방역 수칙을 잘 따라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서 계속
sense83@tf.co.kr